‘확진자 없다는 北’...대북제재 완화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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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없다는 北’...대북제재 완화 자충수(?)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03.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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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일 “감염병 없다” 첫 발언 이후 두 달째 ‘0’
모테기 日 외무상 “기적 같은 일이다” 의문 제기
유엔사무총장 등 제재완화 목소리 불구 명분부족
1회용 마스크를 포장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 사진=노동신문
1회용 마스크를 포장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 사진=노동신문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가운데 북한이 단 한 명의 확진자도 없다는 보도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로 위기에 몰린 북한을 돕자는 국제사회의 명분은 물론 대북제재 완화 카드 또한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달 2일 조선중앙TV를 통해 송인범 보건성 국장 명의로 신종 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이 발생되지 않았다며 처음으로 확진자가 없다고 처음 밝혔다. 그러면서 거의 두 달간 확진자 0’을 고수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21'국제보건규칙에 대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세계보건기구와 의료·방역 전문가들은 방역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에서도 걷잡지 못하는 악성 전염병이 조선(북한)에만은 들어오지 못한 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도 높은 방역에 지원요청은 의문

한국과 미국, 일본 등지의 정보를 종합해 보면 북한 전역에 확진자가 많고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보도가 쏟아져도 북한은 감염자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3일 국방부 기자들과 가진 화상 브리핑에서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발병 사례가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24일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에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없다면 기적 같은 일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는 등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취하고 외부에 의료용품 지원을 요청하면서도 신형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통일부는 북한 내 신종코로나 확진자 발생 여부에 대해 17"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발표를 기준으로 파악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북한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WHO측에 당국이 통보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검사 기구 없어 검진 못할 수도

북한에 검사기구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영국 BBC 방송은 북한에 확진자가 있어도 검사기구가 없어서 이를 제대로 검진하지 못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박기범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19"북한이 '감염자가 없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애초부터 코로나19 진단을 위한 의료물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NCNK)13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코로나 19 감염 사례를 보고하지 않는 것은 진단 기능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3년부터 북한 농촌지역에서 에이즈 확산 방지를 위한 의료지원 활동을 해 온 미국 뉴욕의 비영리단체 도다움(Dodaum)"북한이 중국, 러시아 등 해외에서 코로나19 진단 장비를 확보하려 하는 정황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힌 북한의 국내총생산 대비 의료시설에 대한 투자 규모는 약 2.4%로 이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수치는 인도적 지원과 외부의 의료지원을 포함해 계산하기 때문에 실제로 이뤄지는 투자는 이보다 더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힘 빠지는 대북제재 완화 목소리

코로나19로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25일 성명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을 겪고 있는 나라들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가 시급히 재평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23G20 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종말론적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각국이 빈곤 국가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나서는 한편 '특정 국가'들의 식량·의약품 수급을 돕기 위해 제재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8개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유엔이 서방에 제재 해제 요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타스통신은 26일 북··러를 포함해 이란, 시리아,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등 8개국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코로나19 확산 방지 노력을 저해하는 제재 완화를 요구해달라고 당부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고 유엔주재 러시아대사 트위터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북한이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며 고수하고 있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제재를 완화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확진자가 없다는 게 오히려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확진자가 있을 경우 방호복, 진단시약 등과 함께 대북제재 완화의 폭이 그만큼 커질 수 있지만, 확진자가 없을 경우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를 완화하더라도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감염병 차단'과 체온계, 마스크 등 방역 물품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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