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현 기자의 시사브리핑] 대중이 만들어낸 'n번방 재판 판사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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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현 기자의 시사브리핑] 대중이 만들어낸 'n번방 재판 판사 교체'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3.3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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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식 판사 '최종범 불법촬영 무죄' 등 성범죄 관대한 처벌로 '비판'
청와대 청원 40만 이상 동의, 법원 여성 판사로 교체
'사법부 독립성 침해' 비판 더불어 '사법부 멋대로 판결 국민이 감시' 의견도
지난 30일 민중당 비례대표 후보들과 당원들이 오덕식 판사의 교체를 요구하며 기습 시위를 했다. 사진=민중당
지난 30일 민중당 비례대표 후보들과 당원들이 오덕식 판사의 교체를 요구하며 기습 시위를 했다. 사진=민중당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이른바 'n번방 사건'을 일으킨 조주빈의 후계자로 알려진 '태평양' A(16)군의 재판부가 30일 전격 교체됐다. 서울중앙지법은 A군의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판사를 형사20단독 오덕식 판사에서 형사22단독 박현숙 판사로 재배당했다.

법원은 교체 이유에 대해 "사건을 처리하는 데 있어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담당 재판장이 그 사유를 적어 재배당을 요구했다"고 밝히고 있다. 오 판사가 스스로 물러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청와대 청원이 올라올 정도로 오 판사의 배정을 반대하는 대중의 목소리가 판사 교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N번방 담당판사 오덕식을 판사 자리에 반대, 자격박탈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오덕식 판사는) 최종범 사건의 판결과 피해자인 故 구하라의 2차 가해로 수많은 대중들에게 큰 화를 산 판사이며 이후 수많은 성범죄자들을 어이없는 판단으로 벌금형, 집행유예 정도로 너그러운 판결을 내려준 과거들도 밝혀져 국민들이 더 크게 비판한 판사였다. 이런 판사가 지금 한국의 큰 성착취 인신매매 범죄를 맡는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사법부의 선택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오덕식 판사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해 '최종범 사건' 판결이다. 지난해 8월 오 판사는 가수 故 구하라씨를 불법 촬영하고 폭행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1심재판에서 '연인 관계'라는 이유로 불법 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내려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오 판사가 재판 과정에서 '영상의 내용이 중요하다'면서 변호인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촬영물을 확인하고 판결문에 두 사람의 성관계 횟수, 장소를 적는 등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것이 故 구하라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면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이와 함께 故 장자연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던 전 조선일보 기자에 무죄를 선고했고, 서울 시내 웨딩홀에서 수십차례 불법촬영을 한 사진사, 아동 성 착취 동영상을 유포한 남성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전례가 있다. 특히 전 조선일보 기자에게 "생일 파티에서 성추행이 있었다면 파티가 중단됐을 것"이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해 여성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이처럼 성 관련 범죄에 대해 관대한 처벌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오 판사가 'n번방 사건'의 재판을 맡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판사 교체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에는 나흘 만에 42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으며 30일에는 민중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들과 당원들이 서울중앙지법 로비에서 "'n번방 박사'를 판사가 키웠다"며 판사 교체를 요구하는 기습 시위가 진행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는 문제적 인물이 여전히 성폭력 관련 재판을 맡고 있다는 것에 분노한다. 오 판사는 텔레그램 성착취 관련 재판뿐만 아니라 어떠한 성폭력 관련 재판도 맡을 자격이 없다. 사법부는 성인지 감수성이 전무한 재판부와 사법시스템에 분노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라"라고 밝혔다.

또 녹색당은 30일 성명에서 "성폭력 피해 여성에 공감하지 못하고 만연한 여성범죄와 일상화된 디지털성범죄에 경각심이 없었던 재판들의 결과가 n번방이다. 성범죄에 대한 안일함과 몰이해로 가해자들을 경미하게 처벌해왔기에 수십만명이 죄의식 없이 성착취에 가담한 오늘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성범죄 재판에서 오덕식 판사를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청와대 청원 동의 등으로 대중들의 항의 목소리가 빗발치면서 결국 법원이 판사를 바꾸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연한 변화'라는 반응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사법부의 독립성이 훼손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각종 민감한 사건에서 판사의 이름이 거론되고 이 판사가 그동안 내린 판결을 공개하며 비판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이 때문에 사법부가 법에 따른 정당한 판결을 내리기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사법부가 대중들의 생각과 전혀 다른 판결을 내리고 특히 성범죄자, 재벌, 정치인 등에 '봐주기 판결'을 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사법부가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고 있기에 국민이 목소리를 내고 감시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번 판사 교체를 '대중이 사법부의 독선을 막은 것'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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