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심란한 4월의 봄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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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심란한 4월의 봄을 맞으며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04.0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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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황채원 기자
사진=황채원 기자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문이 굳게 닫힌 초등학교 운동장에 4월의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하다. 유달리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며 자태를 뽐낸다. 목련꽃은 어느새 뚝뚝 꽃잎을 떨군다. 겨우내 추위를 견뎌낸 메마른 가지에 신록이 돋아나고 있다. 교정 울타리를 감싼 라일락나무에는 꽃망울이 맺혀있다. 아이들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한 학교 운동장에 봄만이 홀로 찬란히 빛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시민들이 운집하는 장소를 차단하고 있다. 해마다 벚꽃축제가 벌어지던 국회의사당 뒤 윤중로 벚꽃 길도 전면 통제됐다. 공공도서관을 비롯한 공공시설물도 대부분 임시 휴관 상태다. 이런 마당에 시민들의 휴식 공간인 공원마저 출입이 금지됐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서 가까운 인천대공원은 수천 그루의 벚꽃이 만개하는 꽃구름의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이 함께 피어 조화를 이루는 등 환상의 봄을 선사하는 공원이다. 인천대공원은 상아산, 관모산과 연결돼 산과 공원이 멋들어진 자연의 경치를 뽐낸다. 침엽수가 무성해 이맘때면 피톤치드가 가장 왕성하게 뿜어져 나온다.

이런 공원도 이번 주말부터 약 보름 간 폐쇄된다. 벚꽃이 만개한 때를 맞아 시민들이 몰릴 것을 우려해서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평소 언제든지 산책할 수 있던 공원이었는데, 막상 출입 통제가 되어 마음이 심란하다. 발길이 끊어진 인천대공원의 꽃과 나무들만 화려한 봄을 보내고 있다.

인간과 자연은 함께 기나긴 겨울을 지내다 이윽고 찾아온 봄을 맞으며 서로 상호작용하는 관계다. 꽃은 봐주고 감탄하는 이들이 있어야 제 멋이며, 인간은 봄에 돋아나는 신록에서 한 해를 살아갈 에너지를 함께 얻는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어디어디는 폐쇄됐으니 출입을 금지한다’는 소식만 들린다. 동네 어귀 곳곳에는 관공서에서 내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알리는 현수막만 봄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반면 동네에서 야채와 과일을 주로 판매하는 가게는 주부들로 붐빈다. 가족들이 삼시세끼를 집에서 먹는 일이 늘어, 채소와 과일을 평소보다 많이 사야한다. 지난 해 담근 김장김치도 다 먹었다며 열무를 몇 단 씩 사가는 주부들이 눈에 뜨게 늘었다. 마트 풍경도 다르지 않다. 요즘은 부부가 함께 마트에 장을 보러 오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카트에 담은 먹거리와 생필품의 양이 보통 때보다 확실히 부피가 크다.

마트에서 주부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려온다. “애들이 집에만 있으니 간식 값이 너무 많이 들어”, “식비가 엄청 늘었는데 우리 집은 간식비 지출이 더 커”, “애들 학교 개학도 4월 20일은 돼봐야 알거 같아” 등등. 마스크를 쓴 채로 짧은 대화를 나누는 주부들의 시름도 한층 깊어졌다. 전업주부나 직장에 나가는 주부나 힘든 건 마찬가지다. 직장 다니는 주부는 아이들이 집에만 있으니, 먹거리 준비가 배로 힘들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학교를 가지 않은 기간이 너무 길어지고 있으니 지쳐간다.

마트에 들렀다 오는 길에 늘어선 가게들은 주말에는 아예 장사를 접거나, ‘당분간 휴업한다’는 메모를 붙여놓는 등 활력을 잃은 상점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면있는 안경점 주인과 인사를 나눴다. “신학기에는 안경점이 대목인데 안경도 안 맞춰요.” 어디 안경점뿐이랴. 다른 가게들도 대부분 어쩔 수 없이 문만 열어두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확진자가 발생해 동선에 포함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 한다.

필자는 지난 달 초 <‘신종코로나’ 경기침체 리스크,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칼럼을 쓴 바 있다. 당시 칼럼에서 “경기 침체가 만성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글로벌 경제 위축까지 일으키는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든다”고 쓴 우려는 국내 실물경제 위축과 전세계 경기침체라는 현실을 맞게 되지는 않을지 더 큰 두려움으로 왔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에는 오는 15일 실시되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공식선거운동을 시작했다. 큰 선거가 있으면 공식선거 운동기간에는 유세 차량의 후보 지지 호소가 요란할 텐데, 올해는 그마저도 조용하다. 로고송이나 연설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정말 국회의원 선거기간이 맞나 싶다. 총선 출마 후보자들도 초유의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조용한 선거 기간이다.

선거가 끝나면 다음달 30일부터 4년 임기를 수행할 제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만든 사회적 거리두기는 국회의원 출마자들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해나갈지에 대한 유권자들의 알 권리마저 불명확해졌다. 새로 선출될 의원들은 초유의 코로나발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능력과 리더십을 지니고 있을까.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대규모 경제 침체 위기는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경제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다면 과연 정치인들은 어떤 대응 전략으로 파고를 넘을 수 있을까. 출마 후보자 면면을 보면 전문성을 갖추고 정쟁에 휘둘리지 않는 정책 수립과 올바른 의사결정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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