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열심히 일하지 마라, 제대로 개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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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열심히 일하지 마라, 제대로 개혁하라
  • 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
  • 승인 2020.04.2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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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날인 지난 14일, 환경운동연합이 광화문광장에서 ‘4.15투표로 지구에서 살아남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총선 전날인 지난 14일, 환경운동연합이 광화문광장에서 ‘4.15투표로 지구에서 살아남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시사주간=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  이제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오직 의석수를 위해 반칙과 꼼수가 난무했던 총선이었지만 촛불 시민은 주권자의 권력을 제대로 행사했다. 촛불 민심을 반영한 국회로 바꿔냈다. 박근혜 탄핵 이후에도 그 어떤 변화와 혁신을 끌어내지 못하고 20대 국회 내내 개혁의 발목을 잡고 구태 정치를 일삼다가 결국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간 야당을 준엄하게 심판했다. 28년 만에 최고인 66.2% 투표율로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게 무려 180석을 몰아줬다. 개헌 빼고는 어떤 법도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의석수다. 

이제 국민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 공은 오롯이 거대 여당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문재인 정부와 함께 지지부진한 사회개혁을 완수하고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촘촘하게 짜나가야 한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정치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완수하고 기후위기와 감염병 재난, 보편적 복지 확장에 적극 나서라는 명령이다. 

대통령 공약이었음에도 눈치만 보느라 다시 닫힌 4대강의 수문을 열고 4대강 재자연화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 물은 썩어가고 산업단지는 텅텅 비어 먼지만 날리는 데도 담수화와 매립 속도전만 고집하는 새만금 사업을 해수유통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음 정부로 폭탄을 넘겨서는 안 된다. 

가장 아쉬운 점은 기나긴 논란 끝에 어렵사리 만들어 낸 반쪽짜리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성정당 창당으로 아무런 기능을 못 했다는 점이다. 소선거구제 상황에서 표의 등가성을 반영하고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통해 진보적 가치를 현실 정치에 담아내자는 시도는 끝내 좌절되었다. 

한편 개혁의 발목을 잡고 막말 정치, 혐오와 배제의 정치를 일삼는 미래통합당을 심판하고 촛불 개혁의 완수를 바라는 거대한 민심의 파고를 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더불어시민당 같은 위성정당 말고 시민사회가 주도했던 ‘선거연합당’에 참여했더라면 현재와 같은 양당 체제 고착화를 막고 소수정당의 원내 확대 진출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평가는 역사의 몫이고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진보의 재구성을 통해 거대 여당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사안별 협력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진보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너무 열심히 일만 할까 걱정이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대통령과 코로나19가 좌지우지했다. 지역의 의제가 선거의 쟁점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깊이 있는 토론과 자문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나 시민의 삶에 밀접한 생활밀착형 공약보다 선심성 공약, 묻지마식 난개발 공약도 난무했다. 

지켜질까 무서운 공약도 많다. 토목건축 사업 공약은 여야 차이가 없다. 전국적으로는 케이블카 사업 28개, 그린벨트 및 국립공원 개발 사업이 각각 32개, 12개 등인 것으로 후보자들의 공보물을 통해 확인되었다. 너도나도 우리 동네에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를 놓고 공공기관을 이전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급행이 아니라 완행열차가 될 판이다. 

수도권은 집값을 올리고 종부세를 줄이겠다는 공약이 줄을 이었다. 지역 당선인들 대부분이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이나 혁신도시 추가 조성을 공약했다. 전북 지역은 신시가지를 지은 지 15년밖에 되지 않은 도청사를 옮기겠다는 공약을 낸 후보가 당선되었다. 국가 계획이나 인접 지역과의 관계는 안중에 없었다.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가 21대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제출한 공약을 분석한 결과. 공약을 다 지키려면 4400조 원, 우리나라 일 년 예산의 8배 수준이다. 

국회의원이 지역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사람이기는 하나 이렇게 지역 토건 사업에만 매달린다면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이나 지속가능한 발전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모든 국회의원들이 내 지역구만 앞세울까 걱정이다. 그 공약을 다 지킬까 걱정이다. 목에 힘주고 당선 인사하는 데만 힘쓰지 말고 유권자에 양해를 구한 후 본인의 공약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 국가 계획을 검토하고 도당 차원의 협의를 통해 세부 이행 계획을 세울 것은 세우고 없앨 것은 없애야 한다. 
 
코로나19 총선에서 유권자를 만날 기회가 크게 줄었음에도 당선이 유력했던 호남의 민주당 후보자들 상당수가 법정 토론회를 제외한 방송 토론회를 회피했다. 시민단체의 정책질의 답변율도 매우 낮았다. 유권자의 알 권리를 무시한 오만한 처사다. 국회의원으로서 자격 미달이고 함량 부족이다. 이 같은 오만의 정치가 이어진다면 도로 새누리당을 향한 칼날이 대선에서 민주당을 겨눌 것이다. SW

leekfe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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