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황금연휴 제주에 몰린 관광객, '사회적거리두기' 체크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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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황금연휴 제주에 몰린 관광객, '사회적거리두기' 체크해보니
  • 오영주 기자
  • 승인 2020.05.0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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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기간 제주 찾은 관광객, 예상보다 1만명 많은 19만3천여명 추정
이호테우 해변 찾은 관광객들의 '사회적거리두기' 실태 살펴보니
황금 연휴 기간 제주 이호테우 해변에 몰린 관광객의 모습. 사진=오영주 기자
황금 연휴 기간 제주 이호테우 해변에 몰린 관광객의 모습. 사진=오영주 기자

[시사주간=오영주 기자] 지난 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황금연휴 기간 동안 제주도는 생활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험대에 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여행을 포기해야 하는 관광객들이 제주에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앞서 원희룡 제주지사는 ‘황금연휴를 앞두고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황금연휴 기간 약 18만 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걱정이 많다”며 “가급적 제주로의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관광객으로 인한 경제 활성화보다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이 더욱 두렵기 때문이다. 

이런 당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9일부터 5일까지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19만3천여명으로 예상됐다. 앞서 도관광협회가 예상한 18만명을 뛰어넘는 숫자다. 밀려오는 관광객을 막기 힘들다면, 결국 관광객 스스로 얼마나 경각심을 갖고 생활 방역을 실천하는지에 기댈 수밖에 없다. 

원희룡 제주 지사는 “그래도 제주에 오시겠다면 자신과 이웃, 청정 제주를 지킬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주시기 바란다”면서 “방역의 관점에서 필요한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제주는 관광객에게 생활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제주국제공항 9곳을 비롯 관덕정•삼성혈•성읍민속마을•제주민속촌•한림공원 등 도내 관광지 내 돌하르방 40기에 마스크를 씌웠다.

공항 검역을 강화해 기존 발열감지 기준 37.5도를 37.3도로 낮추고, 코로나19 검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다목적 음•양압 검체 채취 부스(초스피드 워크스루) 2대를 도입하기도 했다. 실내 관광지에는 마스크 미착용자의 관람이 제한됐고 관광지마다 발열 체크기와 체온계를 마련했으며, 렌터카를 계약할 때에는 방역지침 이행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기도 했다. 

◇ 황금연휴 제주도 사회적 거리두기, 점수는요?

이호테우 해변으로 가는 길목에 교통정체가 발생한 모습. 사진=오영주 기자
이호테우 해변으로 가는 길목에 교통정체가 발생한 모습. 사진=오영주 기자

그렇다면, 마스크 미착용자의 관람 제한 등 별도의 제한이 없는 실외 관광지에서의 생활 방역은 어떨까? 3일 기자가 방문한 제주 이호테우 해변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차량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호테우 방향으로 가는 길목이 차량들로 꽉 막힐 정도였다. 특히 이날은 최근 급작스럽게 높아진 기온이 선선하게 바뀌어 나들이 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해변에 도착해보니 예상대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서핑을 즐기거나 사진을 찍고, 해변을 거닐고 있어 황금 연휴를 실감케 했다. 다만, 돗자리를 깔고 서로 붙어 앉아 술판을 벌이거나 음식을 먹기 위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은 많이 보이지 않았으며, 음식을 먹는 몇몇 팀은 서로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아 눈길을 끌었다. 음식을 먹거나 야외 테라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 외에는 대다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해변을 걷는 어린이와 어른들의 모습. 사진=오영주 기자
이호테우 해변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오영주 기자
이호테우 해변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오영주 기자
일가족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잡고 걷는 모습. 사진=오영주 기자

관광객들은 절반 이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미착용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 작은 어린이들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마스크를 쓴 일가족이 함께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가 사진을 찍자마자 빠르게 마스크를 올리는 커플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세계방역 모범국으로 우뚝 선 한국의 시민 의식을 알게 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도 존재했다. 많은 이들이 답답함 속에서도 마스크를 고수할 때, 맨 얼굴로 인파 속을 활보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옥에 티였다. 이날 이호테우 해변에서 기자가 본 사람들 중 20~3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연휴 기간 달콤한 휴식을 즐긴 관광객들은 이제 제주를 빠져나간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어진 '황금연휴' 기간 국내 여행•숙박 수요가 3월 대비 최대 1133% 급증했다. G마켓•옥션의 4월1~26일 국내 숙박 상품 판매량은 전월 동기 대비 56% 증가했으며 호텔•레지던스 판매량은 65%, 독채로 쓸 수 있는 펜션 판매량은 무려 98% 급등하는 등 반짝 특수를 맞았다.

아직까지 우려했던 공항이나 항공기 내 감염자 발생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추가 확진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제주는 황금연휴 기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2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국내 발생 이틀 연속 0명을 기록하고 있지만, 사태가 아직 진전된 것은 아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고강도 거리두기 해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생활 현장에서 거리두기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주문했다. 코로나19 종결을 위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한국인의 시민 의식이 더욱 빛나야 할 시기다.  SW

oy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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