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코로나19가 만들어낸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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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코로나19가 만들어낸 말들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05.1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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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소독과 발열체크를 하는 시민들. 사진=임동현 기자
손 소독과 발열체크를 하는 시민들. 사진=임동현 기자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지구촌’, 이 말이 생긴 것도 오래되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 세계가 딱 지구촌입니다. 모든 나라들의 뉴스가 다 똑 같습니다. 전부 괴이쩍은 바이러스 이야기뿐입니다.

세계인들의 언어는 각기 다르지만 걱정상황, 대처방식이나 생활태도가 모양이 거의 비슷합니다. 특히 사용하는 말의 내용은 일치되고 있습니다. 동일한 고민에 처해 있다는 거겠죠.  

코로나19 바이러스 재앙이 지구를 뒤덮으면서 아직은 낯선, 하지만 곧 일상언어로 자리 잡을(분명히!) 말들이 바람 부는 날 눈 날리듯 하고 있습니다.

모임이 연기되거나 형편이 어려워 어떤 일을 수행할 수 없을 때, 돈을 못 갚을 때 ‘코로나 때문에’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라고만 말하면 웬만한 것들은 용인이 되는 자비로운 세상이 됐습니다.

맘은 가깝게 몸은 멀찍이 뜻이 ‘사회적 거리’가 됐고, 울상 짓는 가게 운영자들은 ‘착한 임대료’를 기대합니다.
전쟁을 겪어보기도 전에 미리 전시 용어에 해당할 ‘도시 봉쇄’라는 말을 쓰게 됐고, 일이 끊겨 저를 포함한 ‘코로나 백수’도 양산되고 있습니다.

팬데믹, 드라이브 스루, 코로노미쇼크, 코비디어트(코로나로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 인포데믹(infodemic), ‘코로나 블루(corona blue)와 록 다운(lock down) 같은 영어도 알게 됐고요,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하시는 학자들은 나라 살림이 말이 아니라는 것을 ‘경제 빙하기’, ‘고용 암흑’ 등의 말로 설명하던데, 따라해 보니 유식하게 느껴졌습니다.

대학원에 들어가는 제 아들놈은 ‘화상면접’을 봐야 했습니다. ‘비대면’이다 보니 키 크고 잘 생긴 자기 모습이 여성 면접관에게 어필이 잘 되지 않았으면 손해 아니냐며 투덜대기도 하더군요. 저희 아파트 근처 초등학교에는 방학이 끝났는데도 아이들이 없는 것이 ‘온라인 개학’을 했기 때문이랍니다.

성당에도 몇 달째 못 나가고 집에서 소주 마시는 것으로 셀프헌금을 하고 ‘유튜브 미사’에 의존하고 있어서, 그동안 신부님이 바뀌지나 않았는지, 성당은 하느님이 코로나로부터 지켜줄 칸첸중가의 어디 샹그릴라로 이사를 했을지도 몰라 답답합니다.

코로나 사태 아닐 때도 미사에 자주 빠졌는데, 확실하고 신뢰도 100%인 핑계가 생겨 성당엘 안 가니 편하다면 편합니다.  

아예 일이 없거나 재택근무로 집에 박혀 있는 남편과 학교에 못 가고 있는 아이들 때문에 엄마들은 ‘돌밥돌밥’하고 있답니다. 돌아서면 밥 차리고 또 돌아서면 밥 차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구호는 국민 단결을 저해한다는 비난을 듣지도 않고 진리처럼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확진자에 빗댄 ‘확찐자’, 신천지가 문제였다는 ‘살천지’와 ‘집콕족’, 상상임신 아닌 ‘상상코로나’ 비싼 마스크 때문에 ‘금스크’ 같은 것들은 그래도 애교가 좀 있고 살짝 웃기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실직 쓰나미, 항공사 셧 다운. 코로나 생이별, 보육공백...등에 이르러선 이 코로나신조어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서늘해지고 암담하기까지 했습니다.

신조어는 대개 유머를 동반합니다. 특히 사회현상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신조어는 대개 유머를 동반하는데, 코로나신조어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말의 강도는 거칠고 불안과 공포가 가히 절망에 가깝습니다. BC(Before Christ, Before Corona)는 겪어봤는데요, AD(After Disease)는 어떻게 올지 걱정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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