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표시멘트, 노동자 숨져도 동일설비 재가동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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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표시멘트, 노동자 숨져도 동일설비 재가동 논란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5.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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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삼척공장서 노동자 컨베이어 협착사고로 숨져
노조 “폐플라스틱 쓰레기 소각작업, 1인 근무 맡아”
“노동부, 사고 난 6호기와 동일라인 작업 재가동 허가”
“동일설비 재발방지 대책도 없고, 진상조사도 안 끝나”
삼표시멘트 사망사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어지나

 

삼표시멘트 노동자 사망사건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사망한 노동자 A씨가 쓰던 안전모의 모습. (62사진=삼표시멘트 노동조합 제공
삼표시멘트 노동자 사망사건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사망한 노동자 A씨가 쓰던 안전모의 모습. 사진=삼표시멘트 노동조합 제공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지난 13일 삼표시멘트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미세플라스틱 위험의 열악한 환경에서 쓰레기 소각 작업 도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반면 사고 발생 설비와 동일한 설비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재가동 허가를 내린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3일 강원 삼척시 사직동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A씨(62)가 공장 설비인 컨베이어 벨트에 상체가 껴 숨진 채 발견됐다. 15일 본지가 민주노총 강원지부와 삼표시멘트 노동조합에 취재한 내용을 종합한 결과, 해당 설비는 단순 시멘트 계량혼합장치가 아닌 플라스틱 쓰레기·석탄·유연탄을 혼합해 태운 고열로 시멘트를 생산하는 작업라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 “페비닐·폐플라스틱 태우는 작업장에 1인 근무시켜”

시멘트는 석회석 등 시멘트 혼합 원료를 잘게 분쇄해 부원료와 혼합해, 킬른(Kiln)이란 거대한 원통형 가마로 분쇄된 원료를 1500도의 고열로 가열시켜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Clinker)를 만든다. 이 클링커를 식힌 후 곱게 분쇄하면 완제품인 시멘트가 생산된다.

노조에 따르면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의 생산팀은 생산1팀·2팀, 제품팀으로 나뉘어 있다. 삼표시멘트는 생산 1팀이 노후된 킬른 1호기를 제외한 2~5호기만 가동하는 반면, 생산 2팀은 6~7호기에서 클링커를 생산하고 있다.

사망한 고인은 킬른을 가열시켜 클링커를 생산하는 생산 2팀에 소속돼, 사고가 발생한 6호기에서 근무했다. 노조 관계자는 6, 7호기에 대해 “해당 생산설비는 킬른 가열을 위해 과거 폐타이어를 썼으나, 요즘에는 석탄·유연탄과 함께 합성수지인 생활폐기물·폐비닐·폐플라스틱을 태운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고인이 한 작업은 전국에서 들여온 폐플라스틱 합성수지, 말 그대로 쓰레기를 태우는 작업이었다”며 “노조는 해당 작업이 위험업무라 판단했으나, 회사는 해당 라인에 비정규직 혼자 근무하게 시켰다. 7호 라인도 1명이 근무했다. 정규직도 혼자 근무하는 상황”이라 말했다.

사진=삼표시멘트 노동조합 제공
지난 13일 삼표시멘트 삼척공장 6호 라인에서 노동자 사망사건이 발생한 사고 장소의 모습. 컨베이어 벨트와 입구, 감시카메라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삼표시멘트 노동조합 제공

◇ “노동부, 사고 나도 똑같은 설비라인 재가동 허가해”

노조에 따르면 지난 13일 삼표시멘트는 새벽 4시 20분께 설비 보수 계획을 이유로 6호 라인의 가동을 멈췄다. 그런데 당일 오전 11시 20분께 점검 차원에서 A씨가 작업설비 뚜껑을 열고 점검하던 도중, 기계가 가동돼 기기에 몸이 끼이는 협착 사고가 발생했다.

출동한 삼척소방서 구조대에 따르면 구조 당시 A씨는 호흡과 맥박이 이미 정지돼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고용노동부 대백지청 근로감독관 2인의 조사단과 사측 안전관리팀, 생산 2팀 현장 대리 및 삼표시멘트 노조 등이 당일 오후 2시께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노조 관계자는 조사단에 “6호 공정에서 사고가 났는데 7호도 똑같은 설비의 같은 작업을 하고 있다. 산업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6호를 비롯한 7호기도 작업중지 및 전면재조사를 해 재발을 방지해야한다”며 “이에 근로감독관은 당일 오후 3시께 구두로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작업중지 명령을 받은 7호 라인은 다음날인 14일 새벽 1시 10분께 동작을 멈췄다. 그런데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은 이를 뒤집고 15일 오전 9시 이후 7호 라인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을 푼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태백지청 근로감독관에 항의전화를 하자, 그들은 ‘6호 라인은 기계 보수로 멈췄을 때 점검하다 재해가 발생했다. 반면 7호 라인은 당시 계속 가동하고 있었기에 별개로 보고 작업중지를 풀었다’고 전했다”며 “동일 설비에 재해가 발생했다면 전면작업 중지가 원칙”이라 비판했다.

그러면서 “6호는 사망재해가 났으니 부분작업 중지권이 있지만, 똑같은 설비인 7호를 분리해 해석하며 작업중지를 풀었다. 동일한 재해가 또 다시 발생한다면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은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며 “동일 설비에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고, 진상조사도 완벽히 이뤄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작업중지를 해제할 수 있느냐”고 노동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삼표시멘트 노동조합 제공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 근무한 노동자 A씨가 숨진 컨베이어 벨트 사고장소와 컨베이어 벨트 밑으로 쌓여있는 폐쓰레기 들의 모습. 사진=삼표시멘트 노동조합 제공

◇ 열악한 작업환경, 안전은 더 열악했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쓰레기·플라스틱 소각 작업은 발암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노조 관계자는 고인이 하던 작업에 대해 “해당 작업 라인은 플라스틱 쓰레기 이송 및 소각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 분진 및 염소가 많이 발생된다. 그럼에도 고인은 연소되지 않는 쓰레기를 포대 자루에 담는 작업까지 맡았다”고 환경오염 물질 노출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어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 쓰레기 문제가 있는 만큼 이를 작업 공정에 쓰는 것이 (회사로서는) 이윤이 되니, 전국에서 돈을 받고 쓰레기를 가져와 태우고 있다”며 “현장에 가면 미세먼지와 같은 미세플라스틱 분진이 날리고, 근처에만 가도 냄새가 엄청나게 지독하다. 이것들은 폐로 들이 마셔질 위험이 크다”고 증언했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을 비롯한 해당 작업장 노동자들은 보건안전 부문에 있어서도 매우 위험한 모습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는 “작업복과 안전화, 안전모, 헤드랜턴 및 방진마스크 등을 지급받으나, 방진마스크는 2등급 마스크에 그쳐, 1등급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 분진을 막을 보호경 착용 유무 또한 “비정규직은 고글마저 제한이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또 “조명도 열악한 곳이 많다. 6, 7호 라인은 30년 이상된 설비로 모든 공정의 계단, 조명, 통행로, 높이 등이 기준치 미달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시설”이라며 “해당 라인은 합성수지 쓰레기와 먼지들이 뭉쳐 날아다니는데다, 공정에서 열이 많이 발생하니 화재도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본지는 7호라인 작업중지 해제 및 재가동에 대한 책임 여부 등을 묻고자 삼표시멘트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이 닿지 않았다.

사진=삼표시멘트 노동조합 제공
사고가 발생한 6호 라인 킬른(Kiln, 사진 우측)의 모습. 사진=삼표시멘트 노동조합 제공

◇ 삼표시멘트 사망사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이어질까

노조에 따르면 삼표시멘트 노동조합은 한국노총 소속인 다수노조에 비해 민주노총 소속의 소수노조다. 이 때문에 이번 삼표시멘트 사망사건은 태안화력발전소 사망사건과 겹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대재해 문제가 발생하면 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도입해 재발 방지를 막아야 한다는 도입 당위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故 김용균 씨가 석탄 분진이 많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한 것처럼, A씨는 미세플라스틱 분진 중독 위험이 큰 쓰레기 컨베이어 벨트에서 사고를 당했다. 둘 모두 유사하고 반복되는 참변인 만큼 정부여당과 정의당은 이번 삼표시멘트 사망사건이란 논제를 국회 위로 올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 사고가 발생한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은 삼척시 시내로부터 약 2.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있다. 인근인 삼척항과 농가, 주요 삼림과는 약 1.5km 거리를 두고 있어, A씨 등 6호라인 노동자들이 쓰레기 소각으로 노출되기 쉽던 환경오염 위험이 인근에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삼표시멘트는 삼표그룹 산하 계열사로 오너인 정도원 회장이 그룹사 회장을 맡고 있으며, 정 회장의 3세인 정대현 씨가 삼표시멘트의 사장직을 맡고 있다. 1952년 강원탄광으로 시작한 삼표그룹은 강원산업을 거쳐 골재, 레미콘, 시멘트 사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삼표그룹은 현대차와도 가까운 관계다. 1995년 장녀인 정 모 씨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결혼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장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2016년 채이배 국회의원에 의해 삼표그룹의 6개 계열사가 현대차와 일감 몰아주기 관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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