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대면 의료' 추진, '의료민영화'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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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대면 의료' 추진, '의료민영화' 신호탄?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5.1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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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아닌 '비대면 의료', 코로나19 기간 성과 있었다"는 정부
의협 "비대면 한계 명확" 시민단체 "재벌, 대형병원만 배불리는 것"
"기기 도입, 통신망 확충보다 공공병원 및 의료인력 확충이 먼저"
지난 15일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원격 의료 추진 중단 및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5일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원격 의료 추진 중단 및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비대면 의료'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전부터 '원격의료'를 반대해온 대한의사협회는 물론, 시민단체들도 '사실상 원격의료 도입이며 이는 의료 민영화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2월 정부는 의료기관이 코로나19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성질환자, 가벼운 증세의 환자 등은 의료기관이 전화로 상담, 처방, 대리처방을 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이 때 대한의사협회는 완강하게 반대했지만 당시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불가피한 방법이라는 인식 때문에 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난 13일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들을 대상으로 한 포럼 강연에서 원격의료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고 이후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원격의료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뒤이어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5일 "코로나19 2차 대위기를 대비해 인프라를 충분히 깔야아한다는 것"이라며 '비대면 의료' 체계 도입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정부는 "지금 허용된 것은 '원격의료'가 아닌 '비대면 의료'이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 환자들이 진료를 받고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에도 도움이 되는 등 중요한 성과를 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15일 성명에서 "원격의료는 이미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의료계와의 논의 없이 일방추진했다가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원격의료는 비대면 진료로서의 그 한계가 명확해 진료의 질을 담보할 수 없고, 결과에 따른 법적 책임 소지가 불명확하다'는 의료계의 반대 입장에 전적으로 힘을 보탰었다"면서 "(지금의 여당인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것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정책에 '포스트 코로나19라는 상표 하나를 덧붙여 국민의 이목을 속이려 하고 있다. 당사자인 의료계를 '패싱'하고 기획재정부와 산업계를 내세워 '산업 육성', '고용 창출' 노래를 부르기 전에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부터 해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협 관계자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비대면 진료'라고 정부는 말하지만 사실상 '원격의료'와 다른 점은 없다. 지금의 비대면 의료는 어디까지나 한시적 조치이고 임시 방편이지, 이를 사례나 허용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비대면은 한계가 명확히 있으며 현행 법안도 대면진료를 못박고 있다. 원격의료에 필요한 기기 등을 마련하려면 사회적 비용이 드는데 의료비를 통제하는 정부가 무엇으로 그 비용을 마련할 지도 의문이고, 수조원의 돈을 들일 정도로 원격의료가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장및빛 전망만 정부는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비대면 의료' 정책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의료 민영화의 시작'이라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단체들은 "재난을 빌미로 기업만 배불리는 원격의료의 추진을 중단하고 공공병원 및 의료인력의 확충에 주력하라"고 반박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원격의료는 삼성, LG, SK텔레콤 등 원격의료 기기와 통신기업들, 그리고 대형병원의 돈벌이 숙원사업이지만 환자에게는 의료수준의 향상 없이 의료비만 폭등시킬 제도이며 노인과 취약계층에게는 기술, 정보 접근 장벽으로 의료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원격의료로 감염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없다"면서 "시민의 생명을 지킬 공공보건의료 강화 정책을 시급히 내놓아도 부족한 시기,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며 방역성공조차도 자신할 수 없는 시기에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정부의 방향은 잘못되도 크게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원격의료는 이전 정부부터 여러 차례 시범사업을 했지만 안전과 효과가 증명되지 않아 추진되지 못한 대표적인 의료민영화다. 재벌과 대형병원의 배를 불리는 대신 노동자와 서민은 병원비 폭등, 의료 불평등 심화, 의료 접근성 악화 등으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주게되는 대표적 반서민, 반노동자 정책"이라면서 "의료민영화로 가는 원격의료 도입 논의를 중단하고 공공의료를 전면 확대하는 정책과 방향을 다시 수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 관계자는 "통신장비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 장비를 들이기 어려운 산간벽지 등의 현실을 무시하고 안전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것을 의료비를 올려서 도입해 돈벌이를 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인력을 늘려야하는데 오히려 기계 도입을 늘리려하고 있다. 결국 통신사, 의료기기 회사 등 기업이 먹고 사는 반면 환자의 의료비는 폭등한다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 4곳 중 1곳이 응급의료 취약지인 현실에서 의료불평등이 더 커질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대비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공공병원 확충,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일단 "의료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 접근 중"이라고 했지만 단 몇 달간, 한시적으로 진행한 정책의 성과만으로 추진하기에는 기기 도입, 통신망 확충 등에 많은 비용이 들고 그만큼 성과를 낼 수 있는지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 개인의료정보의 판매와 공유를 허용하는 '의료정보 산업화'가 도입될 경우 가명처리를 해도 재식별가능성이 특히 높은 의료정보의 특성상 온갖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어 원격의료 도입보다는 제도의 개선과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중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공공병원의 중요성을 이제 전 국민이 알게 된 만큼 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서라도 공공의료의 확충이 필요한 시기가 지금"이라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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