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고창 부안 람사르 습지 위 '부창대교', 갯벌과 바다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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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고창 부안 람사르 습지 위 '부창대교', 갯벌과 바다 망친다
  • 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
  • 승인 2020.05.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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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갯벌, 혼합갯벌 및 모래갯벌이 조화롭게 분포한 곰소만 갯벌은 생태 학습장으로 인기가 많다.  사진은 환경운동연합 푸르미탐사대 2019 여름 캠프. 사진=환경운동연합
펄갯벌, 혼합갯벌 및 모래갯벌이 조화롭게 분포한 곰소만 갯벌은 생태 학습장으로 인기가 많다. 사진은 환경운동연합 푸르미탐사대 2019 여름 캠프. 사진=환경운동연합

[시사주간=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 산과 들과 바다가 어우러진 부안. 국가 명승 13호인 격포 채석강과 작지만 깊이가 있는 내변산과 천년고찰 내소사의 전나무 숲, 곰소의 천일염과 젓갈단지가 있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군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된 고창. 드넓은 황토밭의 수박과 청보리밭, 동백꽃이 후두둑 지는 선운사, 인천강 하구 풍천장어,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 군무. 눈 돌리는 곳마다 그림 같은 풍경이다. 

전북 부안군과 고창군은 곰소만을 사이에 두고 있다. 수만 년에 걸쳐 산과 들과 강이 만들어 낸 곰소만(고창부안) 갯벌은 기름지고 찰지다. 바다 생명의 산란장이자 저어새를 비롯한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다. 

인근 주민들은 바지락을 캐고 물고기를 잡고 바닷물로 소금을 만들어 젓갈을 담았다. 이 갯벌에 기대어 고단하지만 넉넉한 삶을 이어왔다. 

고창·부안 갯벌은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전북지역 갯벌의 90%가 사라지고, 유일하게 남은 연안 습지다. 새만금 갯벌이 사라지면서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의 대체 서식지 및 어류의 산란지 역할 등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정부는 생물다양성이 높고 어업의 이용 가치가 큰 고창부안 갯벌을 보존하기 위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2010년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했다. 고창군은 폐양식장과 폐염전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환경보전 계획을 담는 생태현황 지도를 만드는 노력을 통해 군 전체를‘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했다. 그리고 올해 10년을 준비한 세계 자연유산 지정 심사를 앞두고 있다. 

주민들은 갯벌체험 등 생태관광과 친환경 농수산물로 소득 사업을 연계해왔다. 여기에 올해 지정 절차를 밟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가 된다면 측면에서 고창군에 크나큰 관광 부가가치와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곰소만 바깥 부안과 고창의 해안을 연결하는 해상 교량을 놓겠다는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16대 총선.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수락마을에서 고창군 대죽도를 거쳐 해리면 왕촌리 동호해수욕장을 연결하는 길이 7.48km의 부창대교를 놓겠다는 지역 정치인의 선심성 공약이 그 출발이었다. 

하지만 번번이 경제타당성 평가를 넘지 못했다. 2002년, 2003년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투자비용 대비 편익(B/C)은 0.54와 0.62로 타당성 기준치(1) 이하로 낙제점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역 공약이었지만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인수위 검토 과정에서 빠졌다. 

2016년 제4차 국도·지도 건설계획 예비타당성 평가에서는 4개 차로 교량을 2개 차로로 규모를 줄이고 예산도 7,879억원에서 3,933억원으로 절반으로 낮췄음에도 B/C는 0.73에 그쳤다.

환경단체도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고창 부안 갯벌 훼손, 서남권 풍력단지, 새만금 신항만 조성 등 개발사업으로 인한 연안 환경 악화 누적 및 수산업 피해, 경제적 타당성이 낮은 예산 낭비, 고창갯벌의 세계자연유산 지정의 걸림돌이 된다면서 갯벌 위 다리 건설을 반대해왔다.

그렇게 잊어 가는가 싶다가도 선거 때만 되면 좀비처럼 살아났다. 21대 총선에서 지역 선거판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간 부창대교 건설을 반대하던 부안군 사업 추진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권익현 부안군수는 지난 12일 기획재정부에서 의뢰한 제5차 국도·국지도건설 5개년 계획(안) 일괄 예비타당성 현장조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국도 77호선 '노을대교' 건설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나섰다.

부안군은 변산 격포를 찾은 관광객들이 곰소 젓갈 단지, 내소사, 줄포 등을 거쳐 가지 않고 바로 고창으로 건너갈 수 있어 곰소만 지역상권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해 왔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도 곰소만의 어업환경 악화와 지역 개발 제한을 이유로 포기했었다. 

그런데 기존과 교량 계획과 달라진 내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관광형 노을대교’를 건설해야 한다면서 찬성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하지만 무엇이 관광형 교량 도로이고 관광 기능을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다리 위에서 보는 서해의 노을은 아름다울 것이다. 하지만 곰소만 안쪽에 체류하거나 방문한 관광객은 다리 위로 넘어가는 노을을 봐야 한다. 또한 부창대교는 4차로 교량에서 2차로 교량으로 계획을 변경한 상태다. 어디에 차를 세우고 노을을 본단 말인가? 좁은 교량 도로에서 노을을 조망한다는 것은 사고와 지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우회 도로 및 대체 도로 개설로 인해 지역 소상권이 몰락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인근 새만금 방조제 도로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군산 비응항 관광단지도 텅텅 비어있다. 채석강과 해수욕장이 있는 부안으로 가기 바쁘다.

느리게 천천히 어촌을 끼고 도는 해안도로를 따라 농촌의 문화를 체험하고 지역의 먹거리와 숙박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머무르는 관광으로 이어질 것이다. 고창 부안 갯벌의 람사르지정 확대 및 세계자연유산 지정 및 보존 관리에 힘을 합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고창과 부안지역의 생태관광 활성화, 친환경 수산물과 농산물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공동 사업을 펼치는 것이 속도와 차량 이동성을 부추기는 바다 위 다리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잘 보전된 습지는 우리 지역의 큰 자산이다. 지구상의 생물 중 5분의 1에 해당하는 수많은 생물이 살아가는 생명의 공간이다. 생태학적으로도 가치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수자원확보, 수질정화, 에너지 자원 및 동식물 자원 확보 등의 이용 가치도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우포늪, 순천만 갯벌습지에서 보듯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자원으로 지역경제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도 환경파괴와 예산낭비 토목사업인 부창대교 건설 공약을 재검토한 후 폐기해야 한다. 지킬까 무섭다. 도민들께 양해를 구하고 대신 폐 양식장 등 연안 습지 복원사업과 생태관광 활성화를 지원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SW

leekfe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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