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표시멘트, 사고는 애도하면서 ‘동일설비’는 부인
상태바
[단독] 삼표시멘트, 사고는 애도하면서 ‘동일설비’는 부인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5.20 13:14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표시멘트, 15일 작업중지 공시...실상은 1개 뿐
사측 “6호·7호는 별개...중지 해제 요구한 적 없다”
노조 “모델부터 구조까지 모두 똑같은 동일설비”
“태백지청, 동일설비 인정하면서 가동 여부로 따져”
“산안법 개악에 동일설비 적용 더 어렵게 만들어”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의 모습. 사진=삼표시멘트 노동조합 제공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의 모습. 사진=삼표시멘트 노동조합 제공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삼표시멘트가 삼척공장 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 노조의 중대재해 동일설비 가동 비판에 대해 ‘별개’라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고용노동부 태백지청도 사고발생 하루 만에 동일설비로 비판받은 설비에 작업중지 해제를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5일 본지는 ‘[단독] 삼표시멘트, 노동자 숨져도 동일설비 재가동 논란’ 기사를 통해, 삼표시멘트 노동조합을 비롯한 노동계가 강조하는 사측의 사고설비와 똑같은 동일설비 재가동 비판점을 보도했다.

본지 보도와 관련 모 일간지는 삼표시멘트가 전자공시시스템에 삼척공장 생산설비 일부 가동중단 공시를 올렸다는 소식을 전했다. 반면 해당 공시에 기록된 가동중지 설비는 전체 7개 킬른(Kiln) 중 1개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난 6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특히 6호기와 동일설비로 비판받는 7호기는 여전히 재가동 중이라는 뜻이다.

반면 사고 발생 6일 만에 삼표시멘트 측은 유가족에 애도를 표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문종구 삼표시멘트 대표이사는 지난 19일 언론을 통해 “안타까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재발 방지대책을 철저히 세울 것”이라 밝혔다.

◇ ‘중대재해 발생시 동일설비 작업중지’...현실은 다르다

삼표시멘트가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하면서 동일 설비를 계속해서 가동하는 것에 대해 삼표시멘트 노조는 앞선 보도를 통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 태백지청 산업안전감독관은 사고 당일 현장조사 당시 산업안전보건법을 근거로 한 노조의 동일설비 작업중지 요구에 응해 당일 구두로 사측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태백지청은 이를 뒤집고 7호기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했다. 이 때문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명시하는 △동일설비에 대한 작업중지, △사업주 요구에 따른 작업중지 명령 해제를 위한 심의위원회 절차가 무시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올라오고 있다.

산안법은 2018년 12월 새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故 김용균 청년 노동자가 석탄이송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개정됐다. 숨진 삼표시멘트 노동자 김 모씨 또한 쓰레기 소성로 작업장의 합성수지 이송라인 컨베이어 벨트에 껴 숨지는 등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지난 19일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에 질의코자 문의했으나 ‘담당 산업안전감독관은 삼표시멘트 사건으로 출장-부재중’이라는 답변만 받았다. 고용노동부 본청도 “사고 내용 초기만 알뿐, 구체적으로 태백지청에서 활동하는 진행상황에 대해선 파악한 바 없다”고 답했다.

지난 13일 강원 삼척시 사직동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A씨(62)가 근무 도중 컨베이어 벨트 끼임 사고로 숨진 6호기 작업장의 모습. 사진=삼표시멘트 노동조합 제공
지난 13일 강원 삼척시 사직동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A씨(62)가 근무 도중 컨베이어 벨트 끼임 사고로 숨진 6호기 작업장의 모습. 사진=삼표시멘트 노동조합 제공

◇ 삼표시멘트 “7호기, 6호기와 별개...작업중지 해제 요구한 적 없다”

반면 삼표시멘트 측은 사고가 난 6호기와 동일설비로 지적받는 7호기 재가동에 대해 ‘서로 별개’라는 해석을 강조하고 있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지난 1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6호기와 7호기는 설비가 다른 별개이기 때문에 태백지청 감독관으로부터 6호기만 작업중지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 발생한 13일 근로감독관의 구두 지시에 의해 7호기도 작동을 중지했으나, 다음 날 (근로감독관이) ‘재개해도 된다’고 해서 재개했다”며 “저희가 기계를 멈추고 재가동하는데 임의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태백지청의 재가동 승인을 강조했다.

‘7호기와 6호기는 별개’라는 주장에 구조·용도·작업·방식이 다르냐고 구체적으로 묻자, 관계자는 “비슷비슷할 것이나, 각 설비가 있다면 별도로 다 용도가 있기 때문에 다른 설비로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고조사 진행에 적극 협조하며 유족께도 직접 조문을 드리는 등 백방 노력하고 있다”고만 강조했다.

그런데 관계자는 사고 당일인 지난 13일 ‘태백지청에 7호기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 해제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사측의 답변으로 인해 태백지청이 현 산안법에서 명시하는 ‘사업자 요구에 따른 작업중지 해제 심의위 절차과정’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산안법을 해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노조 “모델부터 구조까지 똑같아...태백지청, 동일설비 인정하면서 분리 해석”

삼표시멘트의 동일설비 부인과 태백지청의 작업중지 해제 조치에 대해 삼표시멘트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19일 사고가 발생한 6호기와 7호기 사진을 본지에 제공하며 둘 모두 동일한 쓰레기 소성로 합성수지 이송라인 작업이라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고 이후 태백지청과 삼표시멘트 전체 공장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며 “사고 당일 해당 근로감독관은 ‘회사로부터 사고가 난 설비가 6·7호기라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작동 중이던 7호기도 세워야한다고 지적하자 감독관은 이를 받아들이고 구두로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7호기 작업중지는 노조의 지적에도 당일 중지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는 “사고 당일 7호기 킬른을 예열시킨다는 명목으로 사고가 났음에도 7호기를 계속 가동시켰다. 그 다음날인 14일 01시 10분 7호기가 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그러다 15일 오전 9시께 7호 라인 킬른에 불을 붙여 재가동시킨다는 무전을 들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의 7호기 동일설비 부인에 대해 “7라인과 6라인 모두 똑같다. 전혀 다르지 않다. 합성수지를 1층에서 받아 7라인, 6라인에 똑같이 보낸다. 기기 모델부터 구조까지 모두 똑같은 설비”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난 18일 태백지청장과의 면담에서 지청장은 ‘6K는 보수를 위해 세워져있는 설비였고 7K는 가동 중이던 설비’라며 정지상태에서 일어난 사고 설비와 가동 중이던 설비라 분리 해석해 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했다”며 “지청장 스스로도 6·7호기가 똑같은 설비임은 인정하면서 가동·비가동을 이유로 분리 해석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앞서 현장 근로감독관도 분명히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음에도 이를 부인하는 것이다. 작업중지 해제 결정도 심의위원회 4인 만장일치 절차도 아닌, 단 24시간 만에 풀어줬다”고 연달아 강조했다.

삼표시멘트 삼척공장 노동자 사망사건이 일어난 6호기와 동일작업으로 지목받고 있는 7호기의 모습. 사진=삼표시멘트 노동조합 제공
삼표시멘트 삼척공장 노동자 사망사건이 일어난 6호기와 동일설비·동일작업으로 지목받고 있는 7호기의 모습. 사진=삼표시멘트 노동조합 제공

◇ “개악된 산안법, 동일설비·동일작업 적용 더 어렵게 만들어”

손익찬 일과사람 변호사는 이에 대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오히려 중대재해 발생 동일설비에 대한 작업중지를 제한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손 변호사는 같은 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작업중지 명령이 사업주의 경영의 자유를 제한하나, 산안법상 중대재해 발생 시 동일한 작업에는 당연히 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 발생원인은 단순치 않다. 복합적인 기업 구조 내 모든 원인이 있기에 일단 작업중지를 시키고 재발방지 대책을 제대로 세우면 해제시키겠다는 것이 개정된 산안법이다. 그러나 실상은 작업의 양태가 조금이라도 다르면 작업중지 명령을 아예 안 내리거나, 내린 후 바로 해제시키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故 김용균 씨는 방호울타리가 없는 석탄이송 컨베이어 벨트에 귀를 대고 이음(이상음)을 보고하라는 업무를 하다 숨졌다. 9호기를 비롯한 나머지 1~8, 10호기도 정지해야한다는 요구가 있었으나, 노동부는 기계 형태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동일작업이라 보지 않고 9, 10호기만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손 변호사는 “삼표시멘트 노조의 요구 또한 태안화력발전소 사망사고처럼 동일작업, 동일한 위험에 처해있음에도 이에 대한 조치가 없는게 똑같다”며 “과거 산안법은 ‘동일작업’이란 문구가 없어 필요시 전면작업 중지명령을 내리기도 했으나, 오히려 산안법이 개정되면서 실제로 동일작업에 대한 작업중지 적용은 전보다 더 어려워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SW

hjy@economicpost.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