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윤미향의 백척간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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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냐 사느냐' 윤미향의 백척간두 딜레마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5.2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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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사진=뉴시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진퇴양난'. 지금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상황은 이 네 글자로 요약이 가능하다. 지난 7일, '기부금 유용 의혹'을 제기하며 윤미향 당선인을 비판한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발언과 그로 인해 밝혀진 회계 오류들이 나올 때만 해도 '정신차리고 잘 했어야한다'는 말이 나왔고 민주당은 '친일 세력의 모략극'이라며 윤 당선인을 엄호했다. 

그러나 이후 '나눔의 집' 후원금의 사용처 논란, 윤 당선인의 '1가구 2주택' 논란 등 각종 문제가 이어지면서 윤 당선인을 엄호했던 민주당 내에서도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19일 이 논란에 대해 "엄중하게 보고 있다. 여러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저의 문제의식을 당에 설명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정의기억연대는 점점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한 곳'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는 여전히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집회를 주최한 이들은 연신 시민들에게 '송구하다'는 말을 전해야했다. 그리고 검찰이 20일 정의연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윤 당선인을 향한 검찰의 칼날은 더 날카로워졌다. 

국내 극우와 일본 언론들도 이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통해 '위안부는 자발적으로 간 것'이라고 주장해 비판을 받은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은 11일 자신의 책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용수님이 '수요집회는 그만둘 때가 됐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옳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도 일본 대사관 앞에서의 시위 집회나 조형물 설치는 한국인들이 국제적 예의를 잃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수요집회와 소녀상을 평가 절하하는 발언을 했다. 

일본의 우익 언론인 산케이 신문은 20일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과 정의연의 의혹들을 거론하면서 "비판에 귀를 기울여 반일 증오의 상징인 평화의 소녀상을 조속히 철거했으면 좋겠다"는 사설을 실었고 요미우리 신문은 21일 검찰의 정의연 사무실 압수수색을 보도하면서 "(윤 당선인이) 국회의원 총선에서 좌파 계열 여당 비례대표로 당선됐고 정계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윤씨를 공천한 좌파계 더불어민주당과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치며 정의연의 주장에 동조해 온 문재인 대통령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윤미향 당선인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 의정 활동을 통해서 잘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같은 방송과 인터뷰를 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문제는 투쟁의 동력이었던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제기였다. 할머니의 배후가 있든 없든, 정신적인 건강이 어찌하든 이는 굉장히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무조건 '친일적 공세'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친일파들이 당연히 이용을 하겠지만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소위 국민정서법, 더 나아가서는 보편적 감정에 부합하는가라는 기준으로 볼 필요는 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20일 이용수 할머니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용수 할머니는 '용서한 적이 없다'며 25일에 기자회견을 다시 한 번 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견에서 나올 발언의 내용에 따라 윤 당선인의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도 나온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기나긴 투쟁의 역사 속에서 '윤미향'이라는 이름의 존재감은 컸고 이를 바탕으로 정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지만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자신의 이름은 물론 그동안의 투쟁의 역사가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 윤 당선인의 의혹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은 별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눔의 집'에 낸 기부금이 할머니들을 위해 쓴 것이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금의 상황은 '그동안 정의연이 한 일이 무엇이었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특히 그동안 수요집회를 비롯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국내 극우들과 일본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먹이감'이 없다. 이미 이들의 공격이 시작됐고 앞으로도 위안부 할머니들과 소녀상을 비웃을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이 가능할 것이다. 여전히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수요집회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 동력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죽느냐 사느냐'의 상황에서 윤 당선인은 아직 사퇴나 기타 거취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도 아직은 '사실 확인'이 먼저라는 '신중론'이 더 앞서는 상황이다. 물론 사실 확인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윤 당선인과 정의연에 대한 싸늘한 여론은 버티기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이는 민주당의 행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미향의 백척간두 딜레마, 운명의 시간'이 계속 지나가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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