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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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운이 좋았다'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05.2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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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감을 남긴 '아이 캔 스피크'의 배우 나문희. 사진=영화사 시선
명소감을 남긴 '아이 캔 스피크'의 배우 나문희. 사진=영화사 시선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해트트릭을 한 축구선수, 만루 홈런을 친 야구선수, 홀인원 골퍼 등 운동선수들이 빼어난 기술을 보일 때나 팀이 잘 되게,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경우, 단체의 주장일 경우에 소감을 말하는 인터뷰를 갖습니다.

뿐입니까. 큰 사업 프로젝트를 따냈거나 당선됐을 때, 오디션 합격, 아파트 청약당첨, 경품에 뽑혀도 자랑스러운 결과에 대해 한마디 해야 합니다.

배우들의 수상소감은 늘 기대 이상의 멋들어진 말을 해서 듣는 쪽이 다시금 유쾌해지기도 합니다. 장미희의 ‘아름다운 밤’과 황정민의 ‘스텝들이 차려주신 밥상에 숟가락’은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는 명소감인데요, 전 다음 배우 2인의 수상소감을 참으로 높이 삽니다.

<아이 캔 스피크>로 77세 나이에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 나문희. “올해 96세이신 친정어머니의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저 나문희의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가족 간 종교 대통합형 멘트가 아주 멋졌습니다.

드라마로 연기대상을 받은 차인표도 아주 근사한 말을 남겼죠. “살면서 느낀 것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 어둠을 빛을 이길 수 없다. 둘째, 거짓은 결코 참을 이길 수 없다. 셋째, 남편은 결코 부인을 이길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다소(상당히) 아쉬운 소감을 들을 때도 있습니다. LPGA 큰 대회서 우승한 한 여자골퍼, 아주 유창한 영어로 '쏼라쏼라'한 거까진 아주 좋았는데요, 한국기자가 내민 마이크를 잡은 그녀 “퍼트가 잘 됐던 거 같아요. 기분이 아주 좋은 거 같습니다”라 해서 좀 어리둥절했습니다.

같아요...? 자기가 해낸 일이나 본인 기분을 왜 자기가 잘 모를까요? ‘기분이 좋으면 좋다 아니면 아니다 하면 되지 같다는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낙선인사도 때론 당선인사 이상으로 폼 나는 수가 있잖습니까. 그래서 ‘표를 못 줘 미안하다, 다음번엔 꼭 이 후보에게 표를 줘야지’하게 마음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지난 총선서 자신의 패배를 인정 못하고 경쟁했던 상대방을 끝까지 바득바득 비난하고 불복의 태도를 보이는 ‘어떤 후보’는 영 싫더군요.

차기에 또 나오면 그 지역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점잖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해주고(낙선 운동) 싶을 지경입니다.            

우승이나 당선 등 성공에 대해 소감을 말할 때 이런 저런 스타일이 있습니다. 부모님, 배우자, 동료, 감독 도움 덕이라거나 팬들, 유권자의 사랑 또 신의 가호를 말하는 것 모두 아주 좋은 답변이라는 생각이 들어 들으면 흐뭇해집니다.  

전 가장 매력적으로 들리는 성공의 소감을 바로 ‘운이 좋았다’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 말은 의도적으로도 하지만 축하의 말을 들은 뒤 자연스럽고 반사적으로 나올 때가 많습니다. 어쩜 자주 듣는 평범한 멘트에 지나지 않습니다. 굉장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일이 매우 잘 풀렸을 때 이 ‘운’을 꼭 사용하라고 권하는 바입니다.

개그맨 이홍렬과 골프를 하면 그가 어쩌다 들어간 긴 퍼트에 “이게 나야 나!!”이러는 으스대는 말을 듣게 됩니다. 웃기는 사람의 익살이니 이마저 재밌게 들립니다만 아마도 ‘운이 따라서’라는 말 이외의 것은 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이 ‘운이 좋아서’라는 말은 그 사람을 겸손하게 보이게 하는 동시에 그 사람에게 운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떻던가요? ‘나는 운이 없어’, ‘난 뭘 해도 안 돼’ 같은 말에 위로해 주고 싶은 건 잠깐이고, 그 사람에게는 절대 행운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만 새기게 됩니다.

'운 좋단 사람 곁에 있으면 내게도 좋은 운이 생길 거 같아'. 함께 있고 싶어지고, 이 말을 하는 사람은 뭘 해도 꼭 해낼 것 같은 자신감이 보여 집니다.

"겸손이란 비굴함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는 신중함을 말한다" 16세기 영국 추기경 나다니엘 크루의 말씀이었습니다.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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