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여자의 말 VS 남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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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여자의 말 VS 남자의 말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06.0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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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시사주간 DB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가정법원에서 이혼 문제를 다투는 모습을 한 번 꾸며봤습니다. 제가 가보질 않아서요.

판사 “남편이 아내의 사소한 청도 들어주지 않아 함께 못 살겠다고 하는군요.”
남편 “아닙니다. 전 웬만한 것은 다 들어줬는데요.”
판사 “(아내에게)직접 말해 보세요.”  
아내 “초밥이 그토록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를 정도였는데, 끝내 그 잘난 생선초밥을 한 번도 사주질 않더라구요.”
남편 “(경악)아니, 무슨 말이야?! 당신이 언제 초밥이 먹고 싶다고 했어?”
판사 “(고개 갸우뚱)사 달라 하지 않았다 하네요...?”
아내 “어느 날 남편이 일찍 퇴근해 와서 밥을 차리라 하자 말했습니다. ‘참, 버스정류장 쪽에 초밥집이 생겼더라구’라 했습니다.”
남편 “전 말했죠. ‘요즘 장사가 어려울 텐데, 잘 됐으면 좋겠네’라구요.”

이후 이야기입니다.

며칠 후 다시 아내가 “여보, 오늘 그 정류장 초밥집 앞을 지나는데 있잖아. 제법 차가 많던데! 장사가 괜찮은 분위기야”라 하자 남편은 “새로 시작한 집이 그래도 다행이네. 잘 됐어”라 말했습니다. 

그리고 또 며칠 지난 후에 아내가 “내 친구가 그 초밥집 가서 먹어 봤대. 맛이 아주 괜찮더래”라 하자 남편은 “주방장이 실력이 있나보네”라고 했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관심사에 대해 답변으로 나름 자기 의견을 말했습니다. 허나 아내는 새로 개업한 초밥집에 대한 단순 객관적인 정보만 말한 걸까요? 

아내는 세 번씩이나 초밥집에 가자고 하며, 남편이 정겨운 말로 데리고 가서 사줬으면 하고 언질을 줬습니다. 남편은 건성으로 들으며 이해를 못한 것이죠.

남녀의 대화는 의사소통에 그치지 않고 아주 중요한 사랑의 전달수단이 됩니다. 그러나 자칫 사랑이 깨지는 원인으로 작용도 하니 무섭기까지 합니다.

남자와 여자의 언어는 다릅니다. 큰 특징으로 남자는 말을 그저 마음속에 담아 놓고 있지만, 여자는 말 속에 마음을 담아 놓는 차이가 명확합니다. 사실 마음을 제대로 읽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여자의 말은 더욱 그럴 때가 많습니다.

아내가 우리의 첫 딸인 다솜이를 낳은 건 요즘 같은 초여름인 6월 22일입니다. 30년도 넘은 일이지만 기억은 조금 전 일처럼 생생합니다.

아내는 난데없이(제가 봤을 때 뜬금없이), 호박죽이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남대문 시장으로 달려가, 어렵사리 하나를 발견했는데 이게 가격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겨우 제 머리통만한 걸 6만원을 달라는 겁니다. 30여년 전에 말입니다!

전화로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경동시장에 가면 쌀 거라 했고 ‘가급적’(‘꼭’이 아니었다고 기억) 호박죽을 먹고 싶다 했습니다.

“이 죽, 죽입니다!! 죽여준다구요.” 
 
요즘은 비닐 팩에 든 ‘늙은 호박죽’도 얼마든지 있고 전문 죽집에 전화를 하면 통화 스위치 끊기도 전에 득달같이 달려옵니다. “이 죽, 죽입니다!!”  이전 해의 것을 다음해까지 갈무리해두기에 호박이 그렇게 비쌌었습니다.

촌놈 출신인 제가 어렸을 때 가을이면 밭에서 축구공 차듯 대한 흔하고 싸디 싼 호박을 거금을 주고 살 순 없었습니다. 하여 이렇게 말했던 거 같습니다. “장충동까지 가서 족발 사갖고 갈 게. 젖도 잘 나온다더구먼.”

결혼생활 10년 쯤 됐을 때, 우리 부부는 지금도 인기 있는 KBS TV ‘아침마당’에 게스트로 나갔습니다. 아내가 저를 맹폭하며 등골이 오싹해지는 아슬아슬한 말까지 하더군요. “애 낳고 호박죽이 그렇게 먹고 싶어 말했습니다. 분명히요!! 남편은 호박을 끝내 사오지 않았답니다. 당시, 이 사람과 계속 살아도 문제없을까 슬픈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지금 저는 스피치를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실패에서 배운 것을 설명합니다.

아내(여자)들 불평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남편’인데 반해, 남편(남자)들은 아내를 두고 ‘도대체 뭘 말하는 건지 모를 옹알이’를 한다고 합니다.

“남자는 사실만을 말하고, 여자는 공감을 원합니다. 여자 말을 들을 땐 문제를 대하는 수험생 같은 자세가 필요합니다. 여자의 의도는 행간에 숨겨져 있으니 문제를 읽고 또 읽고 하세요.”

참, 초밥 못 먹어 법정까지 간 부부, 이혼했냐구요? 지어낸 이야기였어요. 하하하!!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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