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금지 법제화, '학대 방지' 효과와 '사생활 침해' 우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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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금지 법제화, '학대 방지' 효과와 '사생활 침해' 우려 사이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6.1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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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징계권 담긴 민법 915조 삭제, 아동보호법에 '체벌 금지' 담겨"
'교육 위해선 체벌 불가피' 인식, 일률적 적용의 문제 등 어려움 많아
법무부가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추진한다. 사진은 영화 '4등'의 한 장면. 사진=CGV아트하우스
법무부가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추진한다. 사진은 영화 '4등'의 한 장면. 사진=CGV아트하우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법무부가 '친권자가 자녀를 보호,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징계권을 부여한 민법 제915조를 삭제하고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부모가 자녀를 학대하고 이로 인해 어린 자녀가 사망하거나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도망을 가는 상황이 반복되는 시점에서 체벌 금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부모가 훈육을 위해 가하는 체벌까지 처벌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10일 "최근 부모의 체벌로 인하여 아동이 사망에 이르게 되는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이 다수 발생함에 따라,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를 민법에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법무부는 아동의 인권 보호를 위해 민법 제915조 징계권 관련 법제 개선 및 체벌금지 법제화를 내용으로 한 민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면서 친권자에게 '징계권'을 주고 있다. 

법무부는 "민법상 징계권은 자녀를 보호, 교양하기 위해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한 방법과 정도에 의한 것으로 해석되고, 그 범위에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방식은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현행 민법 제915조 징계권 조항이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허용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음이 지적되어 왔다"고 해석했다.

체벌의 법적 금지는 지난해에도 논의가 된 바 있다. 지난해 5월 정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면서 10대 핵심 과제에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 노력 등 아동 권리 강화'를 포함시켰고 "민법상 규정된 친권자의 '징계권'의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김민지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사무관은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징계권으로부터 체벌권이 도출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오인되어 해석된다는 이유만으로 일반법인 민법조항을 개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있었고, 마침 법무부에서 발족한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에 이 안건에 대해 논의를 해달라고 요청을 했고 받아들여져 그 안건에 대한 권고사항이 올해 나왔기에 발표된 것"이라고 전했다. 

김 사무관은 "현행 아동복지법상 '아동 보호자가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이 체벌 금지를 명문화한 과정으로 저희는 보고 있다. 가벼운 체벌이라도 일단 체벌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당연히 금지해야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법으로 이미 금지가 되어 있고 이번 개정은 징계권 등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으로 체벌을 금지한다고 해도 사람마다 체벌에 대한 정의가 다르고 순수하게 훈육을 위해 가한 가벼운 체벌까지도 '학대'로 인식될 경우의 문제 등이 남아있다. 무엇보다 '교육을 위해선 체벌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여전히 학부모들에게 남아있고 체벌 금지를 '사생활 침해'로까지 여기는 현 상황에서 금지법이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남아있다.
 
신수경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변호사는 10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민법의 징계권을 개정하거나 전면 삭제하는 것에 대해 지난해 UN아동권리위원회에서 권고를 한 부분이 있고, 법무부도 이를 받아들여 전면적으로 손을 보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법률이 조금 선도적으로 부모가 자녀에게 '한 대의 사랑의 매'라는 표현도 맞지 않을 정도로 체벌을 하지 말아야한다는 부분을 명확히 명시를 하면 국민 정서가 따라가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법률의 선도적인 기능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감정을 실어 아이를 무자비하게 때리는 학대, 아이를 학대하고 괴롭혀도 '교육을 위한 것'이라고 둘러대고 이웃들이 이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법으로 체벌을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체벌이 필요하다'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큰 벽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 딜레마의 극복이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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