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도심 작은 습지의 기적 '맹꽁이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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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도심 작은 습지의 기적 '맹꽁이를 부탁해'
  • 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
  • 승인 2020.06.1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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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후 산란한 맹꽁이 알. 비행접시처럼 펼쳐져서 있다가 하루 반이면 올챙이로 부화한다. 사진=이정현 제공

[시사주간=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 지구온난화로 인해 날씨가 절기에 맞지 않고 오락가락 할때가 많다. 하지만 장맛비를 예측하는 맹꽁이 기상대 예보는 틀림이 없다.

지난 주말 내린 비는 107mm. 버드나무 부들, 갈대가 뒤섞여 있는 마른 습지에 빗물이 고이자 근처 맹꽁이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도심 속 최대 서식지답게 짝짓기에 나선 맹꽁이만 300여 마리, 수컷들은 공원이 떠나가라 울어댄다.

‘맹꽁맹꽁’운다고 맹꽁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한 음절로 운다. ‘맹’이나 ‘꽁’으로 우는데 두 소리가 섞여서 ‘맹꽁맹꽁’ 들리는 것이다. 짝짓기 열기가 사그라들 즈음, 코를 잡고 코맹맹이 소리로 ‘맹’하고 소리를 내면 수풀 속에서 맹꽁이가 반갑다고 ‘꽁’으로 인사를 해온다. 맹꽁이와 대화하는 사람, 어렵지 않다.

짝을 찾는 모습도 재미나고 정겹다. 수컷들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영화배우 마동석 스타일로 몸을 있는 힘껏 부풀리고 동네 건달 풍선껌 불 듯 울음주머니가 터지라고 구애한다. 하지만 선택권은 암컷에 있다. 수컷들이 어깨와 가슴에 힘을 너무 주다 보니 암컷을 껴안으려는 결정적 순간, 뒤뚱대기 일쑤다. 허세 부리다가 실속 못 차리는 허풍선이 같아 웃음이 난다.

운이 좋으면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는 알 낳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암컷은 수컷의 도움을 받아 물 속에 머리를 들이민 채 엉덩이를 들어 올려 참깨 같은 알을 물 위에 쏟아낸다. 깨알 같은 알들은 금세 비행접시 모양으로 넓게 펼쳐진다. 햇빛을 잘 받은 알들은 하루 반나절이면 부화해 올챙이가 된다.

맹꽁이는 느릿느릿 굼뜨고 약하지만 자라는 속도는 매우 빠르다. 3주면 앞다리 뒷다리가 나오고 꼬리가 없어져 맹꽁이가 된다. 먹이와 수온 조건이 맞으면 2주 만에 엄지손톱 만한 성체가 되기도 한다. 웅덩이에 고인 빗물이 마르기 전에 변태를 마쳐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빨리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을 유전자에 각인시켜둔 것이리라.

2008년 6월, 삼천동 거마공원에 맹꽁이가 운다는 제보를 받았다. 한달음에 달려가 보니 아파트와 공원 사이에 맹꽁이가 살 만한 환경조건이 유지되고 있었다. 예전 전주시 삼천동 거마공원은 완산칠봉 자락에서 흘러나온 물이 모여든 저수지였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저수지가 메워지고 공원과 도서관이 들어섰고, 저수지로 들어오는 수로만 일부 도랑 형태로 남아있었다.

당시 맹꽁이들은 아파트와 공원의 경계의 물길과 아파트 할머니들이 일군 보드라운 텃밭, 버려진 철도 침목 틈새, 조립식 건물 뒤쪽 수로 그리고 아무렇게나 쌓인 조경석이 쌓인 작은 웅덩이에 흩어져 살고 있었다.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운 데다 아파트 할머니들이 텃밭을 갈고 거름을 주니 흙은 보드랍고 먹잇감인 곤충도 많았을 것이다. 땅속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맹꽁이의 은신처로 안성맞춤이었다. 사람들의 무관심과 옛 수로, 할머니들의 경작 본능이 수천 년 이어 온 맹꽁이들의 생명을 이어온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는 재건축 움직임이 있었고, 텃밭 경작을 못하게 했다. 길다란 공원과 경계부지도 사유지였고, 조립식 상가 건물이 지어졌다. 서식지가 언제 사라질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그래서 시의 동의를 얻고 양서파충류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공원 한쪽에 서식지 확대를 위한 대체 습지를 만들었다. 재원은 기업 사회공헌 공모사업과 시민 모금을 통해 조달했다.

이제 맹꽁이만 오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처음 3년은 얼씬도 하지 않았다. 맹꽁이 선호도를 잘 반영해 습지를 만들었는데 고객 유치에 실패했나 싶었다. 대신 물자라를 비롯한 수서곤충이 자리 잡았고, 인근 청개구리도 모여들었다. 간혹 물을 마시러 오던 새들도 단골이 되었다.

하지만 오라는 맹꽁이가 오지 않자 ‘쓰레기만 쌓여간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설상가상, 습지까지 말라버렸다. 서식지 주변에 습지가 없다면 맹꽁이는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맹꽁이 놀이터도 지속 가능한 수원(水源) 확보가 관건이었다.

고민 끝에 삼천도서관 옥상의 빗물을 모아 습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빗물 저금통을 설치했다. 덕분에 맹꽁이는 물론 근처에 사는 새들과 곤충, 개구리까지 함께 살 수 있는 놀이터를 갖게 되었다.

그러자 4년째부터는 20여 마리, 30여 마리가 습지로 모여들었다. 작년에는 거의 300여 마리에 육박했고 올해는 그 이상이다. 도심에 이렇게 많은 맹꽁이가 살고 있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맹꽁이는 행동반경이 100~300m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장마철이면 흔히 들을 수 있던 맹꽁이 소리가 사라진 이유다. 서식지 주변에 택지나 도로 등 개발 사업이 벌어지거나 물이 오염될 경우 다른 곳으로 피하지 못한다. 물과 땅, 둘 중 하나만 오염이 되어도 살아남기 힘들다.

이곳도 예외가 아니다. 맹꽁이의 서식지인 습지 옆 풀밭에 정자를 세운다고 땅을 다지고 경계석을 둘렀다. 다행히 기초가 세워지기 전이어서 공사를 멈춰 놓고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시와 합의했다. 하지만 공원 옆 아파트 재건축, 공원 경계 사유지의 개발, 공원 편의시설 추가 등 위협요인은 여전하다.

코로나19 위기, 기후위기가 일상을 위협하면서 자연과 공존하고 에너지 전환과 그린뉴딜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생태민주사회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포스트 코로나는 경제성장만을 앞세워 자연을 파괴하는 토건사업이나 노동을 착취하는 기존 체제와는 달라야 한다. 사회적약자와 경쟁에 취약한 생물종의 생존과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전주 거마공원의 원주인은 맹꽁이다. 행동반경이 작은 맹꽁이들은 이곳에서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대를 이어 살아왔다. 어쩌면 작은 맹꽁이 습지를 지키는 노력이 미래 혁신과 지속 가능성에 기반한 대전환의 서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SW

leekfe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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