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볼턴 회고록'에 부화뇌동하는 우리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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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볼턴 회고록'에 부화뇌동하는 우리 정치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6.2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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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회의 보좌관. 사진=AP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회의 보좌관. 사진=AP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영변 핵시설 폐기'는 조현병같은 생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기를 바랬지만, 문 대통령은 필사적으로 3자 회동을 만들려했다", "종전선언은 북한도 원하지 않았던 시나리오였다.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나쁜 아이디어들을 밀어부칠까봐 걱정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을 비난해 파문을 일으킨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회의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에도 미치고 있다. 볼턴의 말대로라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그야말로 '쇼'였고, 문재인 대통령은 '초대받지 않는 손님'이었으며 결국 북한과 남한, 미국이 '위장 평화쇼'를 한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잘 알려지다시피 볼턴은 '북한 선제 폭격'을 주장할 정도로 미국 내 대표적인 초강경파 성향의 인물이다. 회고록에도 밝혔듯이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트위터에 올리도록 건의하는 등 정상회담을 계속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중재자 역할을 한 문재인 대통령은 '주변인', '조현병 환자'로 깎아내렸다. 누가 봐도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고 심지어 통일을 막으려했으며, 평화통일을 추진하는 한국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볼턴의 주장을 우리 정치는 정쟁의 도구로 쓰려 하고 있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23일 자신의 SNS에 "볼턴 회고록에 강타 당한 청와대와 거대 여당이 혼비백산해 난리다. 문재인 정부의 저자세 대북외교의 진실은 모조리 외면하고 그저 인신공격에만 몰두한다. 그것밖에 뭘 하겠나?"라며 정부를 비꼬았다.

또 김기현 통합당 의원은 "회고록을 통해 문재인 정권이 저지른 '위장 평화쇼' 진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김정은이 원하지 않은 종전선언을 문 대통령이 먼저 주장하고 판문점 선언 시 북한이 비핵화에 동의한 바 없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잡히고 외교를 가장해 벌인 야바위 행각"이라고 비난하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개성공단, 금강산에 곧 인민군이 들이닥칠 것"(윤상현 무소속 의원), "트럼프와 문재인 정권의 동시 몰락을 조심스레 예견한다"(홍준표 통합당 의원) 등 보수야당 인사들은 비꼬임과 증오를 담아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남북관계 악화로 평화 분위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볼턴의 발언은 보수야당에게 비난의 빌미를 제대로 제공한 셈이다.

그러나 그의 말은 어디까지나 주장일 뿐이다. 게다가 앞에서 말한대로 그는 정상회담은 물론 평화통일까지 반대한 사람이다. 미국은 여전히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원하지 않으며 한국이 중심이 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볼턴 회고록은 전하고 있었다. 

여기에 부화뇌동해 볼턴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며 그동안 통일에 대한 노력을 '위장쇼'라고 폄하하는 것이 과연 맞는 행동인지, 정말로 평화통일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 그들에게 질문하고 싶어진다. '미국의 유력 정치인'이라면 무조건 '네 네 맞습니다'하며 고개 숙이는, 사대주의의 전형을 봤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는 것이 씁쓸함을 준다.

물론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도움도 있어야한다고 하지만 통일은 결국 한반도의 문제이며 한반도에 있는 남북한이 함께 조율을 해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본질을 이야기한 것임에도 핵심을 거부하고 그의 발언 하나만으로 통일의 노력을 비난하는 것은 결코 옳은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북한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 결정으로 잠시 숨을 돌렸다지만 여전히 남북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자주성'이 더 요구되는 지금, 부화뇌동은 아무런 도움도, 이익도 될 수 없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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