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쇼크’①] 옵티머스 사태 ‘일파만파’…대체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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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쇼크’①] 옵티머스 사태 ‘일파만파’…대체 뭐기에
  • 김지혜 기자
  • 승인 2020.06.2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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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환매 중단…1천억 원 넘어서
금융당국, 운용 실태 집중 점검 나서

자본시장에서 이른바 ‘황금알’이라 불리던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가 최악으로 곤두박칠치고 있다. 그간 사모펀드는 수많은 사람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됐지만,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과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등 논란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옵티머스 사태가 터지면서 사모펀드 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펀드를 판매한 은행이나 증권사는 물론, 금융당국까지 감시의무 강화와 관련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중 최근 ‘도마’에 오른 옵티머스 펀드 사태의 진행 상황과 필요한 대책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양상이다.  사진=네이버 지도 거리뷰 캡처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양상이다. 사진=네이버 지도 거리뷰 캡처

[시사주간=김지혜 기자]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양상이다. 이미 1,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 피해액 규모에 ‘제2의 라임 사태’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충격에 빠진 투자자들은 사전감독에 실패한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 檢, 18곳 압수수색 “집중 수사할 것”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옵티머스 사건으로 금감원은 지난 19일부터 옵티머스운용 현장검사를 진행하며, 불법적인 정황이 포착되는 즉시 검찰에 넘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펀드 사무관리를 맡은 예탁결제원,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수탁은행인 하나은행도 이번 강제수사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압수수색 대상만 모두 18곳에 달한다. 검찰은 관련자들에게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사문서위조 및 행사 등에 혐의를 두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옵티머스 운용과 이곳 이사가 대표로 있는 모 법무법인, 펀드 자금이 흘러간 것으로 알려진 대부업체의 대표 또한 출국 금지시켰다. 

이번 사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지난 18일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이날 만기가 돌아온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채권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25호‧26호’에 대해 만기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면서부터 촉발됐다. 처음 드러난 환매 연기 금액은 NH투자증권은 217억원,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헤르메스 1호는 167억원으로, 이를 합하면 390억원 가량이었다.

이후 지난 24일엔 옵티머스크리에이터 15·16호 펀드에 대해 만기를 연장한다는 공문을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보냈다. 해당 규모는 297억원이다. 또 오는 26일 만기를 앞둔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27·28호 만기 연장도 보냈고, 환매가 중단된 두 펀드는 225억 원 규모다.

이로써 옵티머스운용이 펀드 관련 환매 중단액은 900억원 가량으로 늘어났다.

옵티머스운용이 케이프투자증권, 대신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판매사 3곳에 환매 자제를 요청한 개방형 사모펀드까지 고려한다면, 현재 약속한 날짜에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환매중단’ 규모는 1,000억 원 정도로 파악됐다.

해당 펀드는 국내관공서가 발주한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나 IT(정보통신) 기업의 매출채권을 싸게 사들여 수익을 내는 펀드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기대 수익률은 연 3% 안팎으로 낮은 편에 속했지만, 펀드 자산의 95% 이상이 정부 산하기관 및 기업의 공공기관 매출채권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안정성을 인정받았다.

문제는 이 펀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원래 계획과 달리 투자자들로부터 수천억 원을 끌어모은 후 서류를 위조해 부실 사모사채에 투자하는 등 기초자산 자체가 당초 상품설명과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며 ‘사기 의혹’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일부에선 옵티머스운용이 비슷한 유형으로 설정한 약 5,300억 원에 달하는 펀드들도 환매가 중단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가운데 NH투자증권은 최대 판매처다. 이 펀드에 투자한 개인 고객은 800여 명이며, 투자금액은 2,100억 원 정도다. 이후 만기 도래 펀드들도 환매중단이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 피해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 등 판매사들은 옵티머스운용 임직원 등을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사진=NH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판매사들은 옵티머스운용 임직원 등을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사진=NH투자증권

◆ 투자자 소송 및 거물급 자문단 의혹까지

NH투자증권 등 판매사들은 옵티머스운용 임직원 등을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투자자들도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소송단 모집이 진행되면서 집단 소송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 펀드에 가입한 한 투자자는 “라임자산운용 사태 때문에 사모펀드 가입이 좀 우려됐다. 그러나 예상 수익률이 일반 정기적금보다 조금 나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자산 투자라는 직원 설명에 가입을 선택했다”면서 “최근 만기일이 다가온 다음날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연락을 받고 멘붕에 빠진 상태”라고 호소했다.

게다가 최근 정·관계 연루설까지 제기되며 논란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옵티머스의 화려한 자문단이 올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까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이 이름을 올렸으나 현재 자문단 명단은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옵티머스 전신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을 만든 이혁진 전 대표는 2012년 19대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서울 서초갑 후보로 출마한 인물이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선 옵티머스가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 거물급 인사가 가담한 데 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지난해 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금감원은 사모펀드 전반에 대해 집중 점검에 나섰고, 당시 옵티머스운용이 포함됐음에도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옵티머스운용 사태가 금융사기 사건으로 번지면서 뒤늦게 현장조사에 돌입하는 등 ‘뒷북행정’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옵티머스자산운용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두고 심각성에 대해 지적했다. 1만여 개가 넘는 ‘국내 사모펀드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면서 운용실태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SW

sk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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