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이번엔 통과될까?②] ‘차별금지=동성애 옹호’ 벗어나지 못하는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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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이번엔 통과될까?②] ‘차별금지=동성애 옹호’ 벗어나지 못하는 프레임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7.0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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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지향’ 차별사유 포함에 보수 기독교계 “나라 망할 것”
정치인들도 눈치, 발의 철회하거나 아예 발의조차 되지 않은 적도
통합당 ‘성적 지향’ 제외한 차별금지법 검토에 정의당 “차별금지법이라 할 수 없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하루에 많게는 70~80통이 옵니다. 자신이 부모라면서 ‘차별금지법이 생기면 자녀들의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고 말하고, 종교적인 부분도 말하고 동성애자들의 성교 등에 대한 민망한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발의를 막으려고 계속 전화를 하시는 것 같은데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지난달 29일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 제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은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들의 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용 의원이 “의견을 메일로 정리해서 주시면 제가 직접 의견을 다 읽고, 영상을 통해 하나하나 답변드리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도 듣기 민망한 내용까지 거론하며 항의 전화를 하는 이들이 많다는 게 의원실 관계자의 이야기다.

차별금지법 논의가 있을 때마다 보수 기독교계는 ‘동성애 옹호법’이라고 주장하며 “목사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설교를 하면 잡혀간”", “학생들에게 동성애를 가르치고 성 문란으로 국가가 망할 것이다” 등의 말로 차별금지법을 ‘악법’으로 규정해왔다. 이 때문에 지난 2013년에는 발의에 참여했던 국회의원들이 보수 기독교의 반대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철회하면서 입법이 되지 못했고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법안 발의에 필요한 정족수 10명을 채우지 못해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국회 내에서도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는 이들이 많지만 지역구 관리 등을 생각한다면 기독교계의 이야기를 들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의견이다. 지난해 11월 당시 안상수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성적 지향’을 삭제하고 ‘성별은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생리적, 신체적 특징’이라는 조항을 추가하는 내용의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고 40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하자 ‘선거를 의식한 행동’이었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최근 미래통합당은 당 자체적으로 ‘성적 지향’을 제외한 내용의 차별금지법 발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당 측은 “성소수자의 인권을 경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장애인, 외국인 등에 가해지고 있는 차별을 철폐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가 쉬운 항목부터 일단 발의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도하고 있는 정의당은 “성소수자 차별을 법에 명시하지 않는다면 차별금지법이라 할 수 없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간절히 바라는 이들이 응답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 기독교계에 응답하기 위한 법인 셈이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29일 차별금지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통합당이 일부 조항을 뺀 제한적인 차별금지법 발의를 검토한다고 한다. 통합당의 제안을 환영한다. 법안에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기가 될 것이다”라면서 “이제 집권당인 민주당만 남았다”며 민주당의 동참을 촉구한 바 있다.

역시나 보수 기독교단체들은 극렬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한국교회연합은 지난달 30일 ‘한국교회에 드리는 호소문’에서 “차별금지법은 한 마디로 성적 지향 즉 동성애자를 보호하고 이들을 차별하면 처벌하겠다는 법이다. 아무리 국가라도 국민이 동성애를 죄라고 비판할 자유와 권리를 빼앗을 수는 없다. 그들의 인권은 보호해야하지만 동성간의 성행위까지 인정하고 보호할 의무는 없다”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대한민국 헌정 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이 될 것이며 이로 인한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저들이 법의 보호 아래 마음껏 문란한 죄를 범하도록 눈감아주거나 외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등 단체들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거는 간단하다. 특정한 소수엔 동성애자, LGBT 뿐만 아니라 가짜 난민, 외국인 불법체류자, 반사회적 이단종파, 대한민국을 파괴하는 공산주의자 및 주체사상신봉자 등등이다. 그들은 무조건 소수이기에 보호받고 특혜를 누려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이비인권에 불과하다”면서 “무조건 특정한 소수를 절대 보호하고 우대해야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다수 역차별'을 불러오게 되며, 파시즘과 나치즘, 전체주의 같은 소수에 의한 다수지배를 불러오는 끔찍한 일이기에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반면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해온 한국기독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는 지난달 30일 “차별금지법은 성서의 약자보호버빙며 모든 생명에 자유와 해방을 선포하는 기독교의 희년법과 같다. 이는 기독교의 사랑과 평등의 가치를 사회에 구현하는 실질적 실천”이라면서 “성서 전체를 관통하는 사랑과 평등의 가치는 인권과 배치되지 않는다. 기독교의 가치와 인권은 전적으로 일치한다”며 차별금지법 발의를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는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의 집례자로 나와 성소수자에게 축복의 의미로 꽃잎을 뿌려줬던 이동환 수원 영광제일교회 목사를 재판위원회에 기소했고 이에 이 목사는 “기독교의 본질은 사랑”이라며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보수 기독교계가 이처럼 성소수자 보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차별금지법의 본질을 파악하지 않고 ‘동성애 혐오’만을 강조하며 도리어 차별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③편에 계속>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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