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의 부동산 라운지] 코로나19 이후 주거 공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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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의 부동산 라운지] 코로나19 이후 주거 공간의 변화
  • 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 승인 2020.07.0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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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국토교통부가 개최한 ‘도시와 집, 이동의 새로운 미래’ 심포지엄. 사진=국토교통부
지난달 4일 국토교통부가 개최한 ‘도시와 집, 이동의 새로운 미래’ 심포지엄. 사진=국토교통부

[시사주간=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도시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하며 쇠퇴와 재생을 반복한다. 인구구조, 산업, 문화, 질병, 재해 등의 요인에 따라 공간의 개념이 재해석 되어지고 있다.

60년대 우리 주거문화는 3세대가 공존하는 대가족을 위한 공간 구성이 주를 이루었다. 조부모가 가장 큰 안방을 차지하고 중간방은 부모님 그리고 자녀의 성별에 따라 자매, 형제로 나뉘어 방을 쓰고 공동공간으로 주방과 거실화장실을 사용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최소한 4개의 방이 있어야 할 대형 주거공간을 필요로 했다.

나아가 70년대 도심 집중화와 산아제한에 따라 핵가족화되며 부부와 자녀 3개 방의 구조로 주거 공간은 중형화 되었으며 80년대, 90년대를 거치며 저출산과 노령화로 1인가구 증가에 따라 소형화 되어지는 추세다.

또 여성의 사회 참여도가 높아짐에 따라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게 되었고 각자 바쁜 출근준비를 위해 소형 평형에도 베란다를 확장해 화장실을 둘로, 공간 구성을 한 경우가 많다. 바쁜 일상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다보니 기존의 주거공간은 휴식과 수면이 주된 목적으로 여겨지며 이와 함께 직주근접의 교통여건과 여가문화가 중요시되면서 주변 편의 및 문화 시설의 근접성이 높은 소형 평형이 선호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언택트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으며 주거 개념 역시 상당 부분 바뀌거나 재해석될 수 있다. 재택 근무, 온라인 수업 등이 확대됨에 따라 과거 ‘방콕’의 개념이 확장되어 ‘집콕’, ‘집트(집과 트레이닝의 합성어)’, ‘집쿡’ 등 집이 ‘멀티 스페이스’로 여겨지며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오랜시간 집에 머물게 되면서 자연스레 공간의 확장성과 쾌적한 주거의 환경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특히 과거에는 실내 공간 확보를 위해 배란다를 확장하는 것이 선호되었으나 코로나19 이후 외부활동이 제한됨에 따라 보다 안전한 자연 혹은 외부환경과의 교감에 대한 욕구가 강해졌다. 이에 따라 기존의 배란다를 확장하지 않고 별도의 개인 야외 공간으로써 발코니와 테라스가 선호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대한 주기가 짧아지고 우려가 커지자 주거 공간이 ‘안전’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다. 따라서 친환경적인 자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주거 내 독립공간을 가변형으로 설계하는 기법을 통해 하나의 주거유형에서도 다양한 세대가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주택평면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발 맞춰 지난 6월 4일, 국토교통부는 ‘도시와 집, 이동의 새로운 미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집이 휴식공간에서 생산과 문화 레저 공간으로 그 기능이 확대된 만큼 획일화된 주택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치실현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거 선호 성향에 따라 정책적인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공간의 재해석은 공간평면구조의 개편이 필요할 것이나 오래된 구옥에서는 위와 같이 쾌적한 환경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공간 구조 개편과 쾌적한 환경을 위해서는 주택 공급이나 리모델링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지 못하며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부족한 공급 속에서 이러한 주거 형태를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더불어 넓은 주택공간에 대한 선호가 다시 심화될 전망이나 상승하는 주택가격으로 인해 이를 실현하는 것은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정국만큼 묘연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의 경제적 측면의 정책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안전한 민생 생존을 위해 독립적인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소 주거면적의 기준을 상향하고 주거 수준의 질을 제고하는 정책과 제도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SW

llhhll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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