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정은 주재 회의 때 간부책상에 웬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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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정은 주재 회의 때 간부책상에 웬 담배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07.2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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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당 중앙군사위 비공개회의 시 담배·성냥 비치
올해 등장한 ‘소나무’...‘최고존엄’ 친근감·호의 표시
北 대대적인 금연운동에도 흡연율 54.7% ‘세계최고’
김정은 위원장이 18일 당 중앙군사위 제7기 5차 확대회의 이후 비공개회의 테이블 위(왼쪽 아래)에 성냥갑과 ‘소나무’ 담배가 보인다. 사진=조선중앙TV
김정은 위원장이 18일 당 중앙군사위 제7기 5차 확대회의 이후 비공개회의 테이블 위(왼쪽 아래)에 성냥갑과 ‘소나무’ 담배가 보인다. 사진=조선중앙TV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소문난 골초다.

김 위원장의 흡연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데 아동전문병원이나 학교 실내, 소년단 야영소, 비행기 기내, 화장품 공장 등에서도 자연스럽게 담배를 입에 문다.

아버지뻘인 나이 많은 간부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최고 존엄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미를 지녀 공개 활동 시 꼭 담배를 피우거나 회의석상에서도 곧잘 피운다.

오른쪽 아래 보이는 '소나무' 담배와 성냥갑. 사진=조선중앙TV
간부들 자리에 '소나무' 담배와 성냥갑이 놓여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오른쪽 아래 보이는 '소나무' 담배와 성냥갑. 사진=조선중앙TV

그런 김 위원장이 지난 18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확대회의 이후 비공개 회의 시 간부 책상 위에 담배와 성냥을 비치한 모습이 포착됐다. 물론 간부들 중 단 한 사람도 담배를 피운 사람은 없지만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일이어서 상당히 파격적이다.

이날 공개된 사진 속의 담배는 소나무로 보인다. 지난 228일 인민군 부대 합동 타격훈련 때 가지고 나와 처음으로 공개된 소나무523일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도 보여 김 위원장이 담배를 바꿨다고 보도 했었다.

김 위원장은 2017‘7.27’ 담배를 피우다 2018건설로 바꿨고, 2019아침으로 바꾼 듯하더니 올해 들어 소나무를 들고 나왔다. ‘소나무는 아직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신제품으로 당 고위간부들만 애용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9일 평양종합병원을 찾았을 때 '소나무' 담배와 성냥갑. 사진=조선중앙TV
김정은 위원장이 황해북도 황주 광천닭공장 건설현장을 시찰하며 담배를 들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김정은 위원장이 황해북도 황주 광천닭공장 건설현장을 시찰하며 담배를 들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김정은 최고존엄 권위...‘담배정치

김정은 위원장은 10대 때부터 담배를 피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21029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제12차 인민체육대회에 참석해 체육단부문 4·25-선봉팀의 남자축구 결승전을 부인 리설주와 함께 관람했다. 관중 수 만 명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김 위원장은 오른손을 들어 환호에 답하는 동안 왼손에 담배를 쥐고 있는 모습이 방송됐었다.

그의 나이 만 28세였다. 20111217일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후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조선노동당 제1비서 등 후계자로 등극한지 얼마 안 된 때였다.

김 위원장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이 많은 간부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최고존엄으로서의 권위를 서슴 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 동창리 발사장이나 핵탄두 공개장 등에서도 거침없이 담배를 피웠다.

그런 김 위원장이 2016824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하자 이병철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기여한 부하들을 환한 얼굴로 껴안고 시험 발사를 주도한 이병철에게 이례적으로 맞담배를 허용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맞담배는 최고존엄이 내리는 최대의 친근감 표시이자 호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12시간 동안 딱 한 차례 밖에 나가 담배를 피워 연장자인 문 대통령을 배려했다는 후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월28일 인민군 합동 타격 훈련 참관 도중 훈련 지휘소에서 통화하는 가운데 테이블 위에 ‘소나무’ 담배가 보인다. 사진=조선중앙TV
김정은 위원장이 2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4차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테이블 위에 재떨이, 성냥갑과 함께 ‘소나무’ 담배가 보인다. 사진=조선중앙TV
김정은 위원장이 2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4차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테이블 위에 재떨이, 성냥, ‘소나무’ 담배가 보인다. 사진=조선중앙TV

북한에선 담배가 제사상에 오른다

한때 김 위원장이 공개 활동을 하며 담배 피는 장면과 재떨이 등이 나오지 않았을 때 북한에서 대대적인 금연운동이 펼쳐졌다.

조선중앙TV에 여성들이 등장해 흡연자들을 몰상식한 사람이라고 성토하며 여성들이 담배 끊으라 하면 남성들은 흘러가는 시냇물 소리로 듣는다고 보도했다.

2015년 기준 북한의 흡연율은 54.7%로 세계최고다. 여성의 흡연율은 0%로 알려지면서 흡연을 하는 성인 남성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 그나마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금연을 해야 한다고 계도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어서 실제로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 2005427일 세계보건기구의 담배규제 기본협약(FCTC)에 가입한 뒤 같은 해 7'담배통제법'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공공장소에 금연구역을 설치하고, 담뱃갑에 경고문과 니코틴·타르·일산화탄소 함량 등을 표기하고 있다.

또 호(가구) 담당 의사들이 가정과 지역에 나가 금연선전과 상담 활동을 벌이고, 학교 교육과정 안에 담배의 해독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은 흡연율을 30%까지 끌어내리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 상태로는 요원한 일이다.

실생활에서 뇌물은 대부분 담배로 이뤄지고 심지어 제사상에도 오른다. 조직의 수장이 되면 휴식시간에 부하 직원들에게 담배 한 개비 정도는 나눠줄 수 있어야 체면이 선다고 한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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