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죄와 벌, 그리고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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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죄와 벌, 그리고 양심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07.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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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lya Glazunov(1962), Pavel Balabanov
사진=Ilya Glazunov(1962), Pavel Balabanov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공짜는 없다’ 이 두 가지는 필자가 전 생애를 통해 얻은 진리다. 상황에 따라 서로 연관이 있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무수히 많은 착오와 오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것은 때로 범죄로 연결될 수도 있다.

정치, 경제, 사회면을 달구는 크고 작은 범죄는 연속해서 발생한다. 그중에서 정치권과 관련된 범죄는 가장 사회를 혼란스럽게 한다. 정치 진영에 따라 범죄 유무를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상반된다. 속해있는 정치 진영에 의해 범죄 혐의가 사실일지라도 끝까지 부인하거나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수법을 구사하기 여념이 없다.

장면 하나!

현재 공판 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 과정에서 범죄 의혹 및 자녀 입시 비리 관련 사건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오가고 있다. 정 교수가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면,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이 모여 “교수님 잘하고 계십니다. 힘내세요” 등 응원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정 교수는 짧은 순간 이들을 돌아보고 법원 건물로 들어선다. 정 교수를 향해 “파이팅”을 외치는 지지자 무리 중, 지난 시기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던 이를 발견했다. 그 사람은 진실로 자신의 양심을 걸고 정 교수가 결백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일까.

정 교수의 범죄 유무는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안다. 양심은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정 교수가 공판을 받을 때마다 법원 앞에는 지지자들이 모여 응원의 함성을 지르고 힘을 북돋워 주더라도, 가슴 깊이 자리 잡고 고뇌하는 그녀의 양심이 가리키는 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또 다른 유명 정치인이 관련된 범죄 혐의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신의 권력과 정치적 입지, 이해관계에 따라 혐의를 부인한다. 우리가 흔히 목도하는 장면들이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설령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혐의에서 벗어났을지라도, 양심은 속일 수 없다. 양심이 내리는 벌은 절대로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죄를 짓고 상응하는 벌을 논할 때 떠오르는 작품이 러시아 문학가 도스토예프스키의 걸작 『죄와 벌』이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이 작품은 소설 속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가 전당포 노파 자매를 도끼로 연쇄살해하며 사건이 전개된다. 그러나 법정은 등장하지 않는 주인공이 양심이라는 열병을 앓으며 싸우는 심리를 전개한다.

이야기는 7월 초순 무더위가 한창인 여름날의 중부 페테르부르크 뒷골목의 빈민가 어느 누추한 하숙집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처한 현실에 고뇌하는 심약하고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 그가 마치 악을 응징하듯 전당포 노파와 노파의 여동생을 연달아 도끼로 살해한다. 라스콜리니코프 같은 청년이 살인을 저지르다니. 그를 둘러싼 사람들은 그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살인이라는 범행을 한 뒤 양심에 몸부림치는 그는 가난으로 고통 받으며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매춘부 소냐에게 사실을 고백 한다. 결국 소냐의 설득으로 그는 경찰에 자수한다. 『죄와 벌』의 마지막에 이르러 그는 “노파와 그녀의 동생 리자베타를 도끼로 죽이고 금품을 강탈한 사람은 바로 납니다” 라고 외친다. 소설은 시작부터 끝까지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며 고뇌와 긴장의 연속이 이어지다, 라스콜리니코프가 범행을 자백하는 외침으로 막을 내린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시베리아로 유배형을 받아 떠난다. 유배지에서 조차 다른 죄수들로부터 “당신 같은 사람이 도끼를 들고 다니다니 어디 격에 맞는 짓인가?”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의 살인행위를 믿기 어려워했다.

『죄와 벌』은 일주일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죄와 벌』을 집필했을 때는 가난과 병마로 인한 고난이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이었다. 문단의 극찬을 받으며 시작한 소설가였으나, 곧이어 오해로 빚어진 사건으로 인해 총살형을 선고받았다. 총살형이 집행되기 직전 황제의 은사로 시베리아 강제수용소에서 6년간 노역을 하였다.

그는 페테르부르크로 다시 돌아왔으나 명성을 되찾긴 어려웠다. 가난과 간질이라는 병마, 그리고 빚에 시달리던 도스토예프스키는 유럽 전역을 떠도는 망명생활을 한다. 유럽에서의 떠돌이 생활은 그야말로 비참하기 짝이 없는 거지 생활이었다. 이때 쓴 작품이 『죄와 벌』이다. 이후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은 비극적인 인간의 심리를 심오하게 엮는다. 마치 아라크네가 영원히 거미줄을 짜는 형벌을 받았듯 고통스러운 주인공들의 영혼으로 이야기란 실을 잣는다.

죄를 지어도 벌을 받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한사코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또 라스콜리니코프처럼 범죄로부터 새 삶의 광명을 얻는 사람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사람의 영혼에 도사리고 있는 양심은 거역할 수 없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듯이 말이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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