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노동자’ 고용 안정은 누구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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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노동자’ 고용 안정은 누구의 몫인가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7.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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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아닌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개인사업자 신분, 업무지시 받는 종속관계
정부 ‘고용보험법 개정안으로 사회 안전망 강화’
노동계 “근로자 인정해야”, 재계 “사업주 부담”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코로나19 등 경제위기로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고용안정 필요성이 요구되는 가운데, 정부의 고용안전망 강화 방안에 대해 재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A씨(29)는 지난해 9월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관통하던 당시의 아찔함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배달앱에서 라이더 일을 하던 A씨는 ‘장마·우천 시 퍼센트(%) 단위로 보너스를 준다’는 말에 혹해 비바람을 무릅쓰고 오토바이를 탔다.

그러다 주행 도중 도로 위 빗물로 인한 갑작스런 핸들링 때문에 길바닥에 그대로 미끄러졌다. 하마터면 큰 부상을 입을 뻔한 A씨는 일어나자마자 든 생각이 “병원비는 어떡하지”라 기자에게 이야기했다. 산재신청이 어려운 ‘특수고용노동자(특고자)’라는 신분 때문이었다.

A씨의 친구인 B씨(29)는 이 같은 라이더들의 부상, 사고 소식을 가장 먼저 듣는 배달앱 콜센터에서 한 때 일했다. 소비자, 라이더를 가리지 않고 콜센터로 들어오는 불만 처리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일상이었으나, 라이더들의 사고나 부상 소식을 종종 들을 때면 그도 A씨와 같은 동년배들의 위험한 업무 환경이 생각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플랫폼 사업이 생겨난 이래 태어난 이런 형태의 업종 종사자들을 요즘에는 특고자란 신조어로 부르고 있다. A씨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는 계약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나, 일감을 주는 회사로부터는 근로 감독 등 지시를 받는 구조를 띄고 있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종속 관계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돼야 마땅하나, 여전히 이들에 대한 근로자성 인정은 난항인 처지다. 그나마 지난해 10월 라이더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북부지청으로부터 배달대행업체 ‘요기요’를 상대로 낸 임금체불, 주휴수당 관련 근로자 인정을 받은 것이 최초다. 하지만 대다수의 라이더와 같은 특고자들은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판 뉴딜’ 계획 중 ‘사회안전망 강화’ 부분의 일환으로 ‘고용보험법 일부개정안’을 추진했다. 정부는 택배기사, 학습지교사 등 14개 특고 종사자들의 고용보험 적용을 시작으로 오는 2022년부터 플랫폼 노동자도 고용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노동계는 이를 넘어 특고자를 노조법상 근로자로도 인정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9일 국회서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관련 토론회를 열며 “형식상 개인사업자란 이유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계약 변경·해지, 보수 미지급, 노무제공 강요 등 불이익한 행위에 대응하기 어렵고 아파도 산재보험조차 적용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계는 정부의 정책이 사업주를 부담시킨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8일 ‘고용보험법 및 보험료징수법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서’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해당 의견서를 통해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고용보험 재정적자 폭을 확대하고 사업주 부담, 경영난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어 원칙적 반대 입장”이라 밝혔다.

한경연은 그러면서 정부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아닌, ‘특고자 전용의 고용보험제도를 신설하고 임의 적용해야한다’는 논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고자의 근로자성이 낮다는 점이 그 근거라는 것이다. 여기에 법안 통과에 따른 실업급여 재정손실은 결국 ‘사업주의 비용부담으로 옮겨져 전체적으로 일자리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고 한경연은 분석하고 있다.

이날 자료에서 한경연은 특고자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 지칭했다. 단어의 지칭이 근로자성을 부각시키는 것 아니냐는 이유로 짐작된다. 코로나19란 전염병 사태로 고용유연성에 대한 요구는 당연한 시제가 됐다지만, 요구되는 고용유연성만큼 이에 따른 고용 안정·보장은 과연 뒷받침 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로 위를 달리는 라이더들의 처지로 그 현실을 비춰볼 따름이겠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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