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속’ 5대 은행 전세대출, 가파른 증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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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 속’ 5대 은행 전세대출, 가파른 증가…왜?
  • 김지혜 기자
  • 승인 2020.08.1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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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 잔액 94조556억 원
은행 “리스크 없이 가계대출 권유”
서민들은 글쎄…“빚만 쌓여가는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사진=김지혜 기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사진=김지혜 기자

[시사주간=김지혜 기자]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초강수’ 전세자금대출 제한 대책을 내놨지만 되레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임대시장의 ‘비수기’인 지난달에도 전세대출이 2조원 수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안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세대출 잔액은 100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시중은행 대출잔액 94조556억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인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94조556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2조201억 원(2.2%) 불어난 셈이다. 올해 들어서만 13조6,024억 원(16.9%)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지난달 전세대출이 증가한 것은 지난 4~5월 체결한 전세 계약의 영향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통상적으로 7월은 전세대출이 많지 않은 달로 꼽힌다. 전세대출은 전세금 잔금을 치르고 세입자가 입주하는 시점 이뤄지며 특히 7월은 휴가와 장마 날씨 영향 등으로 전세 이사가 드물기 때문이다.

올해 전세거래 자체도 적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6,972건으로 6월 8,626건에 비해 1,654건으로 19.2% 줄었다. 전세‧반전세‧월세까지 포함한 거래량도 8,344건에 머물렀다. 올해 2월은 계약이 가장 많았던 달에 비교했을 때 43% 수준에 그쳤다.

아이러니한 것은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수) 제한을 골자로 하는 6·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 전세대출 제한조치가 적용됐지만 가 전세대출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은 점이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 6·17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 지역에서 시세 3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면 기존 전세대출을 갚도록 했다. 또한 시세 9억 원이 넘는 주택 보유자에겐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도록 조치했다.

결국 거래량은 적은데 대출잔액이 늘어나게 된 것은 전셋값이 오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전에는 보유자금만으로 대출 없이 전세를 살 수 있었지만 최근 전셋값이 폭등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전세대출 과속’을 걱정하는 분위기 속 은행 입장에선 크게 손해볼 것 없는 구조다. 전세대출 대부분은 보증서 담보대출 형식이라 리스크 관리 부담이 거의 없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가계대출은 현재 신용대출과 전세대출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정부 기관인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예금보험공사 최대주주인 서울보증이 대출금액의 100%까지 보증해주고 있다.

그러나 서민 입장에서는 전세대출 증가는 여전히 소득보다 빚이 빨리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100조 원 넘을 것 vs 안정세 찾는다”

한편 앞으로 전세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전세 매물이 없어 전셋값이 계속 올라 전세대출 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본다”며 “집값 상승과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강화,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 물량이 줄고 전셋값이 오르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4월(0.28%)과 5월(0.22%) 다소 상승률이 둔화했다가 지난 6월(0.53%)을 고비로 다시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63%을 찍으며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 역시 주택 전세가격 상승요인이 우세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7월 말 잔액이 94조 원를 넘은 상태에서 남은 연말까지 5개월 간 1조2,000억 원씩 늘어나면 1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장기적으로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가격 상승세가 꺾이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 대출 증가세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SW

sk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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