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공공부문 도입 발의, 엇갈리는 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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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 공공부문 도입 발의, 엇갈리는 두 목소리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8.2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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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의원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해 책임 함께 지는 것이 핵심"
재계 "노동자 입김 세져 경영 퇴보, 노사 갈등 더 키울 것" 반발
공공노조 "공공서비스 질 향상 위한 것, 충분한 논의 있어야"
지난 18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이사제'를 골자로 한 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용우 기자
지난 18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이사제'를 골자로 한 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용우 기자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서 발언권, 의결권을 갖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제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노동이사제'를 공공부문에 전면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노동자의 경영 참여가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일 것이라는 게 노동이사제를 추진하는 이유지만 재계에서는 '노조의 경영 간섭이 심해질 것' '경영 역효과' 등의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 14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국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노동이사제 공공부문 전면 도입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공공기관운영법)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공기업, 준정부기관은 상임이사 중 노동이사 2인 이상을 포함해야하며(단. 노동자 수 500명 미만인 곳은 1인 이상), 이들 노동이사는 상임이사로 다른 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가진다. 

이 제도는 2016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경기, 광주, 인천 등 6개 광역지자체에서 공공부문에 한해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전력이 노동이사제 도입 계획을 밝혀 공공기관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높였다. 참고로 한전은 지난 2018년 8월 노사 단체협약에 노동이사제의 도입을 명문화한 바 있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 18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독일은 해고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대신 단축근로를 도입해 원만한 구조조정에 성공했다. 그 배경에는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기구인 '노동자평의회'가 있었다. 사측으로부터 경영 현황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해 그 책임도 함께 지는 것이 '노동자 경영 참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노동자들이 회사 경영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알 수 없고 의견도 개진할 수 없어 특정 기업의 경영 실패로 인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경우 그 책임과 부담이 고스란히 노동자에 부담되어 한순간에 생계를 위협받는 일이 많다는 것이 박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노동이사제 도입에 법률적 근거를 만들면, 정부가 투자 및 출자하거나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는 340개 공공기관에 노동이사가 선임될 것이며 이 중에는 시장형, 준시장형 공기업 36개도 포함되어 있다"면서 "한국 전체 경제 규모로 보면 극히 일부이지만,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동자의 경영 참여에 대한 인식의 확산과 그것이 실제 경영 성과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20일 성명을 통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노동자 참여라는 의의뿐 아니라 공공기관 운영의 측면에서 효율성 제고, 공공서비스의 질 향상이라는 의미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노동이사제는 해당 공공기관 종사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이 봉사하는 국민을 위한 제도이기도 하기 때문"이라면서 "법안 심의 과정에서 공공부문 노동조합과 시민사회, 전문가의 폭넓은 의견을 청취해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노조는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심의되지 못한 채 회기를 넘겼다. 정부의 국정과제임에도 공공기관 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였다"면서 "21대 국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인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보수야당의 반대, 기획재정부의 비협조에 발목을 잡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고 공동발의한 의원들 중 기획재정위원회 의원이 없는 점도 우려된다. 공동발의한 의원들만이 아니라 여당 차원에서 책임있는 자세로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는 노동이사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재계 측은 노동자들이 상임이사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노조의 경영간섭으로 노사 갈등을 더 키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준법감시인 제도 등 투명성을 위한 제도가 이미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허용한다면 결국 노동자들이 자신들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경영이 뒷걸음질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경제신문들은 잇달아 '노동이사제의 도입은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사설을 내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해 박주민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노사갈등 심화, 책임경영의 어려움 등이 비판 요지인데 그 때문에 노동이사제가 필요하다. 기존 관계는 사용자가 결정을 내리고 노동자에게 통보를 하기에 노동자는 결과를 수용하거나 저항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갈등의 씨앗이다. 노사 공동결정 과정이 자리잡으면 함께 책임지는 관계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인 추세'이며 '글로벌 경제위기를 막은 방법'이라는 이유로 노동이사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재계는 노동자의 입김이 더 세질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동자의 참여로 노동자에게도 기업 경영의 책임을 지우게 될 '노동이사제'가 공공 도입과 더불어 민간에 도입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가 주목되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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