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제발 더 따뜻하게 말씀해주세요, 의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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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제발 더 따뜻하게 말씀해주세요, 의사 선생님!”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08.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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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醫聖) 허준의 동상. 사진=김재화 제공
의성(醫聖) 허준의 동상. 사진=김재화 제공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제 어렸을 때 시골엔 자전거마저 흔치 않았습니다.

흰색도포(가운) 입은 의사선생님이 곧 벗겨질 것 같은 고무신 신고 추운 겨울날, 칼바람 몰아치는 논둑길을 달리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너덜너덜한 왕진가방 들고 동네를 누비던 그 분이 슈바이처이셨을 거라는 큰 경외감을, 지금도 갖고 있습니다.

환자는 “괜찮다. 낫게 해주마!”라는 의사선생님 말씀 한 마디에 청진기를 들이대기도 전에 병이 싹 사라졌을 게 분명합니다.    

내 입장에서는 환자로, 친구로, 강사로 의사를 만났고, 이제 나이 들어가니 더욱 더 많은 의사선생님들을 접할 것입니다만 그들도 인간인지라 모두가 성자(聖者)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 주에 저보다 여러 살 아래 동생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병사였는데, 워낙 나쁜 병이어서 두 번의 대수술도 무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움직이지도, 말도 못하고 눈만 껌뻑거리던 동생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짠하고 애틋한 설움이 다시금 복받칩니다. 그런데 제가 의사와 고약한 말싸움 상황이 생길 뻔했음을 털어놓습니다.

수술 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환자 본인과 그의 아내 그리고 저에게 의사 선생님은 ‘준엄한 선고’ 같은 것을 내렸습니다. 그의 목소리 중 여러 차례 들은 중 가장 큰 소리와 명징한 발음으로요.

“에, 제가 뭐라 그랬습니까! 안 됩니다. 이제 해볼 것이 없어요.”

극도의 공포감과 절망에 파르르 떠는 환자를 나가게 하고 저 혼자 원망 투로 물었습니다. “점 친 게 맞아서 의기양양하신 건가요? 꼭 그렇게 환자 앞에서 박정한 목소리로 내뱉듯 외치고, 바쁘니 어서 나가란 식으로 말해야 합니까?” 간단명료한 그 선생님 대답입니다. “환자에게 알려야 해요.”

모르겠습니다. 저만 섭섭하지, 그게 의사들의 일반적 의무와 권리가 맞겠죠. 모든 의사선생님들이 드라마에서 보듯 환자를 다독이며 용기와 위로를 주는데 우연히도 저만 못 만난 걸까요?

또 이런 병원 이야기도 있더군요. 멀쩡한 사람에게 위암 4기임을 선고하고 수술에 들어갔는데, 엉뚱하게도 검사 위해 먹인 가루약이 원인인 것을 개복 후에 알았답니다.

하지만 그 대형병원 의사 당당하게 말하길 “그래도 암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가요?!”라 했다는데, 미안하다고 용서 구하는 말 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다른 의사선생님입니다. 엄청나게 땀을 흘리는 다한증 여대생이 엄마와 의사를 찾았습니다. “손의 땀 땜에 시험 볼 때도 시험지에 손수건을 받쳐야 하고 누구랑 악수할 땐 스트레스, 말 못합니다. 간단한 수술로 가능하다면서요?”

대부분 의사들은 수술을 권했는데 그는 다르게 말했습니다. “우리 예쁜 따님 나중에 뭐를 하고 싶을까?”여대생은 머뭇거리다 전공을 설명했습니다.

의사 “음, 그렇군! 나도 손에 땀 많이 흘려요. 하하! 꼭 손바닥 많이 쓰는 직업 가질 게 아님, 수술이 좋다고 할 수 없어요. 손바닥 땀샘 막으면 다른 곳에서 더 많이 나와. 불편함이 커질 수 있으니 잘 생각해봐요.”

당장의 치료만이 아니라 한 여학생의 긴 인생을 생각해준 그 의사선생님이 히포크라테스선서를 하루에도 백번씩 외우는 의성(醫聖) 허준이 아닐까 싶네요.

왜 모르겠습니까. 하루만도 수많은 환자를 봐야 하고 이것저것 권하면 과잉진료로 오해 받으니 의사들도 환자 대하기가 쉽지 않겠죠. 그래도 환자들은 재판관 언도처럼 생과 사의 기로를 느껴야 하니, 제발 의사선생님만큼은 말씀 좀 부드럽게 해주십사 간절한 바람 가져보는데, 제 부탁 과연 무리한 겁니까?!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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