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코로나 19 재확산, 의료붕괴 올 수도 있다
상태바
[靑松 건강칼럼] 코로나 19 재확산, 의료붕괴 올 수도 있다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0.08.26 10:43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광복절(光復節) 연휴(8월 14-17일)가 끝난 다음날 아침에 배달된 신문에는 코로나19의 대유행(팬데믹) 조짐이 보이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의료(醫療)시스템 붕괴가 올수도 있다고 보건당국이 경고하고 있다. 또한 전국 인구의 절반 이상인 2600만명이 거주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대유행을 당면하면 지난 2-3월에 경험한 대구ㆍ경북 위기 때보다 더 위험하다.

지난 2-3월에 대구에선 하루 100명이던 새 환자가 일주일 만에 900명을 넘긴 후 매일 200-500명 새 환자가 쏟아지면서 병상(病床) 부족으로 병원에 입원도 못 하고 숨지는 환자들이 속출했다. 대구 사태는 전국의 의료진과 병상 등 국가 의료 자원을 총가동해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수도권은 의료 체계가 붕괴하면 기댈 곳이 없다. 

정부는 지난 5월 기준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 5500여개를 전국에 확보했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세가 꺾였다고 판단하여 꾸준히 확보 병상을 줄여 현재 전국에 2103개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무증상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소하는 ‘생활치료센터’도 코로나 환자가 줄어들자 대부분 운영을 중단하여, 8월 17일 기준 370명만 수용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닷새간(8월 12-16일) 코로나19 확진자가 801명이 발생했으며, 17일에도 24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 바이러스(corona virus)의 잠복기는 평균 4-7일이므로 최근 폭증한 환자는 대부분 확진 판정 4-7일 전에 감염이 이뤄졌다고 봐야한다. 이에 지난 광복절에 약 5만명이 참가한 반정부집회 참가자 중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된 사람들도 광복절 이전에 감염된 사람들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자 방역당국은 병원 병상 시설이나 역학조사 능력이 확진자 증가세를 따라 잡지 못하는 최악의 의료 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진단되지 않았던 무증상 및 경증 감염자가 누적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현 상황을 대규모 유행의 초기 단계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지금 유행 상황을 통제하지 않으면, 기하급수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진자가 증가하여 의료시스템의 붕괴와 막대한 경제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 2주간 상황이 전국적인 대규모 확산 여부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느슨하게 대응하다가 자칫 추석(秋夕) 연휴(9월 30일 - 10월 2일)까지 대규모 확산세가 이어지면 사태가 크게 악화될 수 있다.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석 연휴에는 친지 방문 뿐 아니라 여행 등이 예상된다. 이에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하고, 기차역, 버스터미널, 휴게소, 관광지 등 유형별로 방역 수칙을 마련하여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8월 들어 전 세계에 걸쳐 빨라지고 있다. 특히 유럽과 일본에서 감염자가 급격하게 다시 늘어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8월 15일 하루 동안 세계 각국에서 COVID-19 확진자가 29만4237명 보고됐다고 밝혔으며, 누적 확진자는 2102만여 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코로나 확진자 수 1-5위 국가는 미국(520만여명), 브라질(322만여명), 인도(252만여명), 러시아(91만여명), 남아공(57만여명) 순이다. 특히 코로나 2차 확산 징조가 뚜렷한 대륙은 유럽이며, 그중에서도 스페인이 가장 심각하다. 지난 6월 하루 300명 안팎으로 확진자가 줄었던 스페인이 8월 들어서는 14일에 7550명에 달할 정도로 2차 유행 조짐이 분명하다.

영국 BBC 방송은 이동 금지령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서둘러 봉쇄령을 완화했고, 곧이어 휴가철 대이동이 맞물리면서 코로나 사태가 다시 심각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언론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스페인을 찾은 유럽인들이 귀국해 바이러스를 퍼뜨리면서 유럽 대륙 전체가 다시 위험에 빠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일본은 8월 15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1360명 발생하여 중국(70명)의 20배에 가깝다. 또한 8월 3일 일본에서는 1998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1차 확산 때 가장 심각했던 4월 12일(743명)의 3배 가까이 많았다.

일본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폭발한 계기는 내수 경기 진작 차원에서 국내 여행비의 최대 절반을 정부가 지원하는 ‘고투트래블(Go to Travel)’ 사업이다. 이 사업이 7월 22일 시행에 들어간 이후 두드러지게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내수 회복의 흐름을 이어가겠다’며 광복절 대체 공휴일(8월 17일)을 만들고, 세금으로 8월 14일 오후 4시 선착순 외식(外食) 할인 이벤트를 시작했다. 즉 정부는 “심신이 지친 국민과 의료진에게 조금이나마 휴식의 시간을 주고, 내수 회복 흐름도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면서 8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그리고  지난 7월 30일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1800만명 대상으로 외식ㆍ숙박ㆍ영화ㆍ전시 등 8대 소비쿠폰을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즉 영화 관람 때 6000원 할인, 외식 5번 하면 다음 외식은 1만원 할인 등 소비 진작 정책이 시행됐다. 그러나 방역 당국이 16일 0시부터 서울ㆍ경기 지역에 불필요한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라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기 때문에 이벤트는 하루 만에 중단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5일 “외식 활성화 캠페인을 16일 0시를 기해 잠정 중단하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이미 배포한 영화ㆍ박물관 할인 쿠폰은 철저한 방역하에 쓸 수 있지만, 16일 이후 추가 배포는 잠정 중단한다”고 했다. 즉 외식ㆍ공연ㆍ숙박ㆍ여행 할인 등은 중단 혹은 연기하고 농수산물 할인 혜택만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문재인정부 한쪽에서는 ‘집밖에 나가지 말라’고 당부하는 데 다른 쪽에서는 ‘할인 쿠폰을 줄 테니 외출하라’는 모순된 상황이 펼쳐지자 부랴부랴 할인 행사를 중단한 것이다. 이에 대체 공휴일과 연계한 정부의 내수 부양 정책이 치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사 시작 전에 ‘코로나사태가 여전한 상황에서 섣부른 정책’ ‘선착순 세금 뿌리기 이벤트’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정부는 이벤트를 강행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서울과 경기 지역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로 격상한 지 이틀 만에 “19일 0시부터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교회에 대해 비대면 예배만 허용하고, 그 외의 모임과 활동은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의 모든 행사와 모임은 불허하며, 군 장병들 휴가도 2주간 중단된다.

19일부터 운영이 중단되는 고위험시설 12종은 다음과 같다. ▲클럽ㆍ룸살롱 등 유흥주점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 ▲헌팅포차 ▲PC방 ▲실내 집단 운동(격렬한 GX류) ▲단란주점 ▲감성주점 ▲방문판매 등 직접 판매 홍보관 ▲대형 학원(300인 이상) ▲콜라텍 ▲뷔페 등이다. 

‘숨은 감염자’들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조용한 전파가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검사 대상자이면서도 지역사회에 숨어 들어가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대거 벌어지고 있다. 서울 사랑제일교회의 경우 최초 확진자 발생 6일 만에 457명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이 아직 주소나 연락처 파악을 못 했거나, 연락이 안 되는 검사 대상자가 800여 명으로 전체 교인 수(4066명)의 20%에 달한다.

이는 대구 신천지교회, 서울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감염과 데자뷔(Deja-vu, 旣視感)라는 평가다. 즉, 당시 신천지교회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나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사람은 동성애자(同性愛者)라는 낙인으로 이어질까봐 보건 당국의 연락이나 진단검사를 기피하기도 했다. 특정 집단에 ‘방역망에 대한 테러’라는 등 과도한 비난을 하면, 이들이 더욱 검사를 기피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익명(匿名) 검사’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우리나라 최고 감염병 전문가인 고려대 김우주 교수는 최근 코로나19의 수도권 재확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나온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꼽고 있다. 즉, 정부가 교회 소모임을 허용하고 외식(外食) 쿠폰을 뿌리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민들에게 방심(放心)해도 된다는 일종의 시그널을 준 잘못을 했다고 비판했다. 현 상황에서 필요한 대응책은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하고 국민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실질적인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따라서 형식적인 시늉이 아닌 ‘기본’을 지켜야 한다. 즉 기본적인 예방 수칙이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3밀(밀폐, 밀집, 밀접)을 피하고, 흐르는 물에 비누를 사용하여 손 씻기를 자주하며, 마스크를 턱에만 걸치는 ‘턱스크’가 아닌 코와 입을 완전히 가리는 마스크 착용 등이다. SW

pmy@sisaweekly.com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