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386 부르주아 좌파의 ‘초엘리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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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386 부르주아 좌파의 ‘초엘리트론’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09.0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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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대한민국에 ‘초엘리트(超-Elite)’란 말이 생겨났다. 슈퍼엘리트(Super-Elite)란 뜻과 동일하다. 상위 1% 부를 가진 부류를 가리켜 슈퍼리치(Super-Rich)라 부르기는 해도, 초엘리트라니. 또 다른 새로운 계층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인가. 엘리트 계층에도 상층과 하층의 나뉨이 있다는 말인가.

초엘리트란 단어는 최민희 전 국회의원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일컬어 한 말로 대중에 알려졌다. 최 전 의원은 지난 달 3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애초에 조 전 장관에 대해 대한민국의 초엘리트라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를 두고 “초엘리트만의 인간관계가 형성돼 있었을 테고, 그 자식들은 굳이 불법이나 탈법, 편법이 아니더라도 초엘리트 간 맺은 인간관계 등으로 일반 서민이 갖지 못한 관계 속에서 불법적이지 않지만 어떤 특혜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발언을 요약한다면, 조 전 장관의 자녀 입학전형 서류 관련 비리 의혹은 초엘리트 집단이란 점을 감안할 때 불법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 대목은 평소 최 전 의원이 가진 계급의식을 엿보게 한다. 그것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부여당을 옹호하는 인사 중 맨 앞자리에서 예봉을 휘두르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 점을 짚고 넘어가야한다. 최 전 의원은 시사 이슈를 다루는 지상파, 종편 프로의 단골 출연자로 주가가 높다. 대중들은 그녀를 정치·시사 관련 전문 방송인으로 알고 있지만, 전경련 산하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최 전 의원은 19대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시절,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었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임용 현황’에 대해 밀실 인사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한 바 있다. 미래부 산하 연구기관들이 공개적인 절차를 생략한 채, 이사장·감사 등 임원 10명 중 7명을 추천으로 임명한 행태를 비판했다. 그랬던 그녀가 정작 본인은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이사회의 추천으로 임명됐다. 소위 ‘내로남불’의 전형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게다가 일명 ‘조국 백서’(검찰개혁과 촛불시민) 필진 중 한 사람이다. ‘조국 백서’는 조국 사태를 ‘정치검찰의 검란(檢亂)’으로 규정한 책이다. 최 전 의원이 이처럼 조 전 장관과 특수한 관계에 있더라도, 그를 가리켜 초엘리트라 부르는 행태를 어떻게 봐야할까.

최 전 의원은 386세대 여성 운동권 세력의 주요 인물이다. 정치에 몸담기 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활동가로 더 알려졌다. 그랬던 사람이 계층 간의 위화감과 대립을 조장하는 발언을 방송을 통해 당당히 한다.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모순된 행태다.

조 전 장관을 두고 초엘리트라 함은 한국 사회의 계급과 계층이 피라미드 형태의 구조라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피라미드 형태의 맨 밑바닥 층과 중간층은 생략하자. 피라미드 꼭대기는 고액 연봉자 집단,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자와 유명인사, 미디어의 총애를 받는 엘리트 집단이 포진하고 있다. 그런데 피라미드 꼭대기위에 또 하나의 계층이 만들어졌으니, 그것이 바로 최 전 의원이 말하는 초엘리트 부류다.

한국 사회의 386집단은 이미 기득권 세력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권력의 중심부를 형성했다. ‘부르주아 좌파’로 변모한 것이다. 그들의 생활방식은 겉으로는 민중과 동고동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권위적이고 속물근성이 충만한 자본주의의 총아들이다. 이제는 자신들이 사방에 축적한 권력·인적 네트워크를 수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그리하여 386권력 집단에게서 드러난 지독한 모순은 그들이 과거에는 존중받았지만 지금은 더는 아니라는 진실로부터 비롯된다.

386운동권 권력집단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들의 자녀에게 부와 학력, 권력을 세습-대물림한다. 이미 조 전 장관 일가를 둘러싼 비리와 의혹으로 법정 다툼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조 전 장관 일가의 사건은 근래 나라를 뒤흔들고 시민사회에 극도의 피로감을 주니, 국력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초엘리트라 불린 조 전 장관은 지난 3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앞서 여러 차례 “수사팀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법정에서 모든 것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고 밝힌바 있다. 그럼에도 그는 재판정에서 검사의 질문에 “형사소송법 148조를 따르겠다”는 말을 300여 차례 반복하며 증언을 거부했다.

그의 증언거부권은 형사법학자로서 사적으로는 정당한 법적 권리행사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는 공인이었고, 전 법무부장관이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불리한 증언을 피하겠다는 신념으로 검사의 모든 질문에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재판 사상 길이 남을 장면이다. 시민들은 조 전 장관이 권력의 중심부에 있었던 공인으로서 법정에서 진실을 말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것이 초엘리트의 현주소다.

최 전 의원의 초엘리트론은 386권력 집단이 대한민국에서 신(新)계급사회를 형성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는 좌파의 공화주의적 지향에서조차 벗어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1980년대 학생운동권 경력을 바탕으로 정치권력의 정점에 선 386과 그들의 계급의식은 이제는 초엘리트까지 만들어 기득권 사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것이 현 부르주아 좌파들의 초상이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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