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저질러도 의사’ 높아지는 의료법 개정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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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저질러도 의사’ 높아지는 의료법 개정 목소리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9.1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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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32만명 이상 동의 “진료악법이 진료거부 이어져”
2000년 국회 ‘의료법 관련’으로 범위 한정, 환자 시신 유기 의사도 면허 유지
“의사 출신들이 의사 유리하게 법 만들어” 비난, 개정안 국회 발의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의사 파업에 대한 여론이 여전히 좋지 않은 가운데 현행 의료법을 개정해야한다는 주장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나오고 있다. 성폭력이나 각종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 않고 의료사고를 내도 의사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해 의사들을 '철밥통'으로 만들고 이로 인해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 점을 이용한 것이 이번 의사 파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의사집단을 괴물로 키운 2000년 의료악법의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은 10일 현재 32만7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코로나 위기가 극에 달해, 시민들이 죽어가는 시기에도, 의사들이 진료거부를 할 수 있는 이유는 2000년 개정된 의료악법 때문"이라며 의료법 개정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현행 의료법 8조에는 '정신질환자, 마약ㆍ대마ㆍ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피성년후견인ㆍ피한정후견인'과 함께 형법이나 의료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를 의료인의 결격사유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결격 사유를 '의료법 위반'으로만 한정짓다보니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더라도 의사 면허를 취소시킬 수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렇게 법이 개정된 것은 2000년 16대 국회. 당시 보건복지위원장은 의사 출신인 김찬우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이었고 법안을 심사한 소위원장, 발의한 의원, 그리고 이를 통과시킨 보건복지위원들이 모두 의사 츨신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정되기 전 의료법은 업무상 과실치상, 치사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처벌을 받으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지만 2000년 통과된 개정안은 이 범위를 '의료법 또는 보건의료와 관련되는 법령을 위반한 경우'로 축소했다. 이로 인해 의료비 부당 청구, 면허증 대여, 허위 진단서 작성, 리베이트 취득 등은 면허가 취소되지만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살인, 강도, 시체 유기, 업무상 과실치사를 저지른 의사는 면허가 취소되지 않기에 처벌을 받고도 계속 의사로 활동할 수 있다. 

또 마약 관리법 위반 등 면허 취소에 해당되는 죄를 저지른 이들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서류를 제출하면 다시 면허를 재발급해 범죄자들이 계속 진료를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의사가 다시 의사로 복귀한 뒤 100건이 넘는 불법 촬영을 저지른 사례가 나왔고 환자에게 전신 마취제를 투약한 뒤 성추행한 의사가 복역 후 면허를 다시 취득한 뒤 병원장을 맡은 사례, 성폭행 및 협박으로 구속된 전적이 있는 의사가 버젓이 병원장으로 근무하는 사례 등이 밝혀졌고 업무상 과실치사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의사가 현재까지 의사로 활동하고 심지어 환자가 숨지자 시신을 유기해 충격을 안겼던 산부인과 전문의도 의사면허가 유지되는 등 심각한 폐해가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후 총 19건의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이 "과도한 처벌", "이중처벌" 등의 이유를 들며 강력 반대하고 있어 지금까지 개정이 되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최근 의사 파업이 일어나며 큰 불편이 초래되자 의사들의 철밥통을 보장하는 의료법 8조 개정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또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의 경우 성범죄 등 금고 이상의 범죄시 의사 면허를 정지 및 박탈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은 의사의 범죄이력조차 공개하지 않아 성범죄 전력을 알 수 없게 만든다는 점도 의사들이 '법을 초월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따른 특례법'에 따른 특정강력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의료인이 해당 범죄를 저지를 때는 면허를 취소하고, 면허 취소나 자격정지를 받은 의료인의 정보를 공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의사 파업으로 많은 이들이 '의사의 민낯을 봤다'는 반응을 보였고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진 상황에서 의사들이 자신들의 범죄를 감싸는 역할을 하고 있는 의료법 통과 여부는 '의료개혁' 추진의 시작점이 된다는 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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