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연대까지 이어진 '뮬란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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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연대까지 이어진 '뮬란 보이콧'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9.1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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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 '홍콩경찰 폭력 옹호', 엔딩크레딧 문제 등 논란 지속
조슈아 웡 "'뮬란' 시청은 위구르 집단 구금사건에 잠재적으로 동조하는 것"
디즈니 "많은 문제 있었지만 관행대로 한 것" 미 의회 조사 서한 보내
국제적으로 '보이콧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영화 '뮬란'.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국제적으로 '보이콧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영화 '뮬란'.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오는 17일 국내 개봉 예정인 디즈니 영화 <뮬란>을 보이콧하자는 주장이 아시아와 함께 한국에서도 크게 번지고 있다. 주연배우들이 홍콩 민주주의 시위를 폭력으로 제압하는 경찰을 지지하고 중국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서 촉발된 '뮬란 보이콧'은 이후에도 각종 정치적인 논란에 휘말리며 세계적으로 큰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뮬란>은 1998년 제작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만든 영화로 <겨울왕국> 시리즈에서 보여준 '적극적이고 강한 여성' 캐릭터와 <알라딘>의 성공에서 축적된 '실사화의 성공'이 어우러지며 디즈니의 기대작으로 떠올랐지만 국제적인 비난과 코로나19로 인한 상영 연기 등이 맞물리며 흥행 전선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지난 11일 청년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은 '보이콧 뮬란' 운동을 소개하고, 참여 방법을 안내하는 '#BoycottMulan'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이들은 '우리는 폭력을 소비할 수 없다'면서 <뮬란>이 상영과 배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뮬란> 논란의 시작은 이 영화의 주인공 '뮬란' 역을 맡은 배우 유역비의 SNS 글에서 시작됐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와 경찰의 폭력 진압이 계속되던 지난해 8월 유역비는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홍콩은 중국의 일부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는 글과 함께 홍콩 경찰을 지지하는 해시태그를 남겼다. 

유역비의 글은 홍콩 경찰과 유착한 삼합회가 시민들에게 무자비하게 폭력을 가했던 '백색 테러'가 일어난 뒤 불과 한 달 뒤에 쓴 글이였으며, 홍콩 경찰의 시민 폭력이 심각하게 자행된 상황에서 쓴 글이라는 점에서 큰 비난을 받았고 이 때부터 국내외에서 '<뮬란>을 보지말자'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 견자단도 자신의 SNS에 "홍콩 중국 반환 23년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디즈니 관계자가 이 논란에 대해 "정치적인 입장을 존중한다"며 옹호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보이콧 주장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런 가운데 당초 올 3월 개봉 예정이었던 <뮬란>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확산으로 인해 7월로 개봉이 연기됐고 결국 디즈니는 미국, 캐나다 등의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디즈니플러스' 스트리밍을 통해 공개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17일부터 극장에서 개봉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세계시민선언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 7월 1일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본사 앞에서 '뮬란 보이콧 선포식'을 열며 동참을 알렸다. 이들은 "시진핑 정부와 관련한 정치적 문제가 있을 때마다 중국 본토에서 활동하는 유명인사들이 시진핑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호하는 발언들을 SNS에 게시해왔음을 보아왔다. 이런 일들은 홍콩 민주항쟁에도 예외 없이 일어났고, 그중에는 <뮬란>에 출연하는 유역비, 견자단 등 친중파 연예인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수많은 친중파 연예인이 폭력적인 언사로 홍콩의 민중들을 탄압하는 데 일조했지만, 우리 한국 사회의 마이크를 가진 그 누구도 그들에게 항의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상황이 문제라고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자유를 외치는 홍콩 시민들을 탄압하는데 일조한 모든 이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또한 유명인사들의 발언을 통제하여 홍콩을 억압하는 시진핑 정부에 저항하기 위해, 밖으로는 인권을 외치며 실상 시진핑 정부의 유명인사에 대한 통제를 묵인하는 디즈 니에 항의하기 위해 <뮬란>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들의 발언을 '정치적 입장'으로만 치부한 디즈니도 폭력을 방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던 중 해외에서 먼저 공개된 <뮬란>의 엔딩 크레딧이 또 논란이 됐다. 엔딩 크레딧에는 '신장위구르자치구 공안국에 감사 메세지를 전합니다'라고 나오는데 이 공안국이 바로 위구르족 탄압의 직접적인 가해자라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세계시민선언은 "<뮬란>은 중국 신장에서 촬영됐다. 신장 지역은 중국 내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이 정부로부터 끔찍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지역이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일어나는 강제노역과 그저 위구르족이라는 이유로 일어나고 있는 수용소 구금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그런데 영화 크레딧에는 직접적 가해자인 공안국에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세계는 이를 '뮬란 스캔들'이라고 부르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이 "<뮬란> 시청은 무슬림 위구르 집단 구금 사건에 잠재적으로 공모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뮬란>이 인권탄압에 동조했고 영화의 상영 및 관람이 곧 위구르족 인권침해와 홍콩 민주화 시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는 이들의 입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중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크리스틴 매카시 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0일(현지시간) 열린 한 행사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고 하면서도 "영화 제작을 허락한 나라와 지방 당국을 엔딩 크레딧에 언급하는 것은 관행이다. 실제 촬영은 주로 뉴질랜드에서 했고 중국 20여곳에서 촬영을 했다. 크레딧에 중국과 뉴질랜드 모두 언급했다"며완전한 인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11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의 상하원 의원들이 밥 샤펙 디즈니 CEO에게 "제작과정에서 중국 신장 지역의 안보 및 선전 당국과의 연관성이 있는지 설명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의원들은 "잔학행위를 저지르거나 범죄를 은폐한 책임이 있는 중국인민공화국 관리들과 디즈니의 협력관계가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대량학살 가해자들에게 암묵적 정당성을 제공한 것"이라며 이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지만 서양인의 시선으로만 본 '오리엔탈리즘'으로 영화가 이루어졌다는 혹평이 나오고 있어 영화 자체의 흥행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 이후 신작들이 나오지 않고 있고 추석연휴까지 시간이 남아있어 '틈새전략'으로 관객들을 모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영화들이 특정 국가에서 문제가 되어 상영이 금지되거나 상영금지를 요구하는 부분은 종종 있어왔지만 이번 '뮬란 보이콧'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홍콩 민주화 시위와 위구르족 인권침해에 대한 세계인의 연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디즈니가 잠재됐던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뮬란>의 결과는 디즈니의 앞으로의 행보와 함께 이미지 관리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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