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제, ‘소비자 보호, 언론개혁’ 대안 되나?
상태바
징벌적 손해배상제, ‘소비자 보호, 언론개혁’ 대안 되나?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9.14 16:51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시 손해액보다 더 큰 액수 배상금 지불
금융사고 막기 위한 ‘금소법 개정안’, 가짜뉴스 막기 위한 법안에 포함
언론계 ‘언론탄압 도구’ 반발, 청와대 청원 사흘 만에 6만명 이상 동의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자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자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데 이어 언론의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주장과 청원이 나왔고 이를 반대하는 언론계의 성명이 발표되면서 도입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 그 행위로 인해 생긴 손해액보다 더 큰 액수를 배상금으로 지불하게 하는 제도로 국가가 처벌의 성격을 가진 고액의 손해배상을 부과해 유사한 불법행위의 재발을 막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제도는 손해를 입힐 경우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게 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35조, 사용자가 차별적 대우에 명백한 고의가 인정되거나 차별적 처우가 반복되는 경우 노동위원회가 손해액을 기준으로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13조, 신용정보회사 등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개인신용정보가 누설되거나 변조, 훼손 등으로 신용정보주체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에는 해당 주체에 대해 손해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할 책임을 지게 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43조 등에 적용이 되어 있다.

지난 7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의 위법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 규제를 위한 ‘징벌적 배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박주민 의원은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소비자 보호를 위한 충분한 법적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고 법원이 기존 손해배상 제도를 통해 인정하는 배상액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적은 액수에 불과해 기업으로 하여금 피해자의 손해를 예방, 방지되도록 충분히 유도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으로 기업의 불법행위를 효울적으로 억제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이 생명과 신체에 피해를 입은 소비자, 해외 제조사 자동차의 소위 ‘디젤 게이트’와 같이 기업의 기만적 행위로 재산상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앞으로는 발생하지 않게 기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또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에 판매자의 위법행위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 범위에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는 DLF 사태, 라임 사태, 사모펀드 환매중단 등 대형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상황에서 소비자 보호를 더 강화해야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언론의 ‘가짜뉴스’, ‘허위보도’에도 적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 당시 열린민주당은 총선 공약으로 ‘악의적 허위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배배상제도’를 제시했고 지난 6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짜뉴스, 허위사실 등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 3배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발의했다.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월 조 전 장관의 가족과 세브란스병원에 대한 오보를 낸 조선일보를 향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작동하고 있는 나라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면 얼마 정도의 배상액에 선고될까 생각해본다”며 8900억원의 손배소가 제기된 미국 CBS, ‘건설업자가 마피아와 연관됐다’는 오보를 낸 후 920만 달러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고 파산한 ‘앨턴텔레그래프’의 예를 들었다.

지난 11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짜뉴스 대만 최고 무기형, 대한민국도 3억 이상 벌금과 폐간이 가능한 징벌적 손해배상 입법이 시급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싱가포르는 벌금 9억, 이집트는 징역 15년, 대만은 무기형, 독일은 5000만유로 벌금 등으로 가짜뉴스에 강력 대응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3억 이상의 징벌적 손해배상 입법이 시급하며 3번 이상 적발시 폐간이 가능하게 해야한다. 음주운전보다 그 해악이 큰 가짜뉴스를 생산한 언론사들에게 언론사 면허증을 계속 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고 이 청원은 14일 현재 6만3000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그러나 언론계에서는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할 경우 또 하나의 ‘언론탄압’이 될 것이라며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한국신문협회, 한국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6월 정청래 의원의 발의 후 “헌법적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훼손해 언론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비판과 의혹보도를 봉쇄하는 수단으로 국가기관이 악용할 소지가 있으며 ‘악의적 보도’는 객관적 기준이 없어 사법부의 이념, 성향에 따라 자의적 판단을 할 우려가 크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가짜뉴스의 폐해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심지어 유명 언론까지 오보를 일삼으며 책임지지 않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징벌적 손해배상이 오히려 언론 정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 기업이나 언론계에서는 ‘탄압’이라며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사실상 큰 손해를 입어도 그에 미치지 못하는 해결을 계속 받아야했던 소비자나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들의 잘못된 행위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을 원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계속되는 요구와 발의가 진행되면서 논의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SW

ld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