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펭수'의 국감 참고인 소환이 씁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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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펭수'의 국감 참고인 소환이 씁쓸한 이유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0.09.2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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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가 올해 과방위 국감 참고인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자 팬클럽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펭수 캐릭터 소개서. 사진=EBS 홈페이지
펭수가 올해 과방위 국감 참고인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자 팬클럽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펭수 캐릭터 소개서. 사진=EBS 홈페이지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대표 인기 캐릭터 '펭수'가 올해 국정감사 출석 명단에 참고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펭수 캐릭터 연기자'를 참고인으로 소환하는 '2020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채택안'을 의결했다. 

펭수는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의 요구에 따라 EBS의 참고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EBS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는 내달 15일로 예정됐다. 

과방위는 이날 국감장에서 EBS 측이 펭수에게 저작권을 정당하게 지급하는지 여부 등을 따질 계획이다. 또 펭수 연기자의 근로환경과 그 처우가 적절한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펭수의 참고인 소환을 요구한 황보승희 의원실 관계자는 다수 매체와의 통화에서 "펭수 캐릭터가 EBS 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는데 펭수 저작권을 정당하게 지급하는지, 펭수 캐릭터 활용에 있어서 무리하거나 가혹한 출연 요청은 없었는지 따져보려고 한다"고 소환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과방위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EBS로부터 제출받아 지난 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EBS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펭수로 101억300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수익에는 광고모델 및 협찬이 28억3000만원, 다른 업체 상품 등에 펭수 캐릭터를 쓸 수 있게 해주고 대가를 받는 이미지 라이선스가 14억2000만원, 캐릭터 상품 판매 수익이 58억8000만원이 포함됐다. 

하지만 EBS가 해당 수익을 펭수 연기자와 기획사 등과 어떻게 분배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EBS 측은 조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 "수익 배분 내용은 계약상 '비밀 유지 의무' 조항에 따라 공개가 어렵다"며 "프리랜서 출연자인 펭수 연기자는 서로 동의 하에 체결한 계약에 따라 회당 출연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펭수는 국감 '참고인'이기 때문에 출석 의무는 없다. 미리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면 국감에 불출석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과방위는 펭수의 신원 노출에 대한 우려에 대해 친절하게도 "탈을 벗지 않은 상태로 출석에 임할 예정"이라며 연기자의 신원 보호를 강조했지만 펭수의 국감 참고인 소환 소식은 씁쓸하기만 하다. 

방송계 현안 가운데 아나운서 성차별 문제, 스태프 근로환경 문제, 어린이 청소년 연기자들에 대한 인권보호 등 당면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또 방송계 고용 구조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는 고착화된 지 오래인데 이 같은 부분에 먼저 집중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이런 부분을 차치하고라도 과방위의 말마따나 펭수의 근로환경과 그 처우가 적절한지 확인이 필요하다면 김명중 EBS 사장이나 책임 CP를 소환하면 될 일이다. '펭수' 소환이 정치적 이슈 선점에 이용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일각에서는 펭수 연기자의 신원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탈을 벗지 않은 채 국감장에 앉아 캐릭터 목소리로 대답하는 진풍경이 연출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펭수의 참고인 소환은 국감 흥행을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목적이 다분해 보이는 '해괴한 생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국민의힘 홈페이지에는 "펭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한번이라도 펭수를 제대로 봤다면 이런 쇼는 못한다" "언론플레이 하지마라" "국민의힘이라더니 짐되지 말아라" 등의 '펭수 국감 소환 반대'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특히, 펭수의 팬클럽 내부에서는 '국감출석 반대' '펭수를 정치적으로 이용말아달라'는 성명서를 내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거두절미하고 이번 기자수첩의 마무리는 국민의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민원인의 글로 갈음하고자 한다. 

"지금은 인지도 상승보다 노동과 인권에 관심을 가질 때입니다. 펭수를 이용해 정치쇼 할 생각말고 진지하게 국감에 임하세요."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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