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고릴라 ‘코코’와 장애인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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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고릴라 ‘코코’와 장애인의 언어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0.11.04 08: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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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를 통하여 교감하는 고릴라 코코와 프란신 패터슨 박사. 사진= The Gorilla Foundation
수어를 통하여 교감하는 고릴라 코코와 프란신 패터슨 박사. 사진= The Gorilla Foundation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코코(Koko)라는 이름의 고릴라가 있었다. 코코는 197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에서 태어났고, 이후 발달심리학자 프란신 패터슨(Francine Patterson)으로부터 수어(手語)를 배우기 시작했다. 코코의 학습능력은 뛰어나 2000단어 이상의 말(영어)을 이해했고, 상당부분 수어로 구사할 수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가 2000년 어느 날 코코를 찾아갔다. 당시 코코는 같이 지내던 고릴라의 사망으로 깊은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오랫동안 먹지도 않았다. 이러한 코코를 윌리엄스는 만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코코는 윌리엄스와의 교감을 통해 우울증에 벗어났고, 웃음도 되찾았다.

언어는 동물과 인간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대체적으로 그렇게 본다. 언어를 구사하면 인간이고 그렇지 못하면 동물이라는 식이다. 그러한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대다수는 이처럼 언어는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결정적 요소로 생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언어에는 음성과 문자가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사전에서는 언어를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라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 음성이나 문자가 아닌 것으로의 표현은 언어행위가 아니다.

고릴라 코코는 분명히 동물이다. 그럼에도 코코는 프란신 패터슨 박사에게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고, 로빈 윌리엄스를 비롯한 많은 이들과 교감을 나누었다. 수어라는 수단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상대를 이해했다. 코코의 사례는 일반적 범주에서 벗어난 것일 수 있지만, 교감방식이 다를 뿐 동물에게도 언어활동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 언어에 대한 경직된 사고는 장애인들을 차별하는 잣대로도 사용되어 왔다. 보편적인 언어행위를 못한다는 이유로 인간이되 인간에서 밀려났던 것이다. 그리스의 철인(哲人)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농인(聾人)은 이성을 개발하지 못한다'고 했다. 모든 사상은 언어에 의하여 전수되고, 이로 인하여 이성이 개발되는데 농인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여 불가능하다 생각한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러한 생각은 지금도 남아 있다. 더 나아가 발달장애나 뇌병변 장애인들도 이러한 범주에 포함하기도 한다.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음성이나 문자를 자유롭게 구사하기 어려워 ‘정상적인 언어활동이 어렵다.’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할 뿐 이들도 언어활동을 한다. 다른 방식으로 혹은 다른 형태의 언어로 소통하고 교감하고 있다. 

이를 반영한 것이 2016년 제정된 “한국수화언어법”이다. ‘수어’는 음성도 문자도 아닌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언어다. 일반적인 언어의 정의에 속하지 않음에도 언어로서 법적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2006년 12월 13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협약에서 개념을 확대하여 ‘음성언어와 기호화된 언어 및 다른 형태의 비음성 언어’까지 언어로 포함하고 있다.

언어는 동물과 인간을 구분 짓는 특성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언어생활을 인간만의 특성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방식이 다를 뿐이다. 더 나아가 우리가 규정하는 언어의 개념을 모든 인간에게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고민을 해야 한다. 음성과 문자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비장애인과 다른 속도로 언어생활을 하는 장애인도 있어서다.

인간으로서 존엄은 언어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다양성을 인정할 때 ‘존엄’은 빛이 난다. 즉, 코코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언어에 대한 개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 나와 다른 방식, 다른 형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공존을 위하여 이를 지원하는 것, 이런 것에서 언어의 개념이 다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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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커피 2020-11-04 13:15:51
수화하는 코코, 아쉽게 이제는 볼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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