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희생' 정부-여당 소극적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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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희생' 정부-여당 소극적 태도?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11.0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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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서 '산안법 개정'으로 선회
경기도 '지자체 노동경찰' 제안에 정부 'ILO 협약 위반' 반대
"벌금만 강화하는 건 책임 회피 방관" 비판 '과감한 방지책' 주문
지난달 22일 정의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1인시위 30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정의당
지난달 22일 정의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1인시위 30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정의당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정부와 여당이 최근 산업재해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민주당이 법 제정 대신 '산업안전법 개정'으로 한발짝 물러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제안한 '자자체 노동경찰' 개설에 정부가 'ILO 협약'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해마다 2000여명의 노동자들이 산업현장에서 희생되신다. 도저히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 그런 불행을 이제 막아야한다. 생명안전기본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그 시작이다. 이들 법안이 빨리 처리되도록 소관 상임위가 노력해주기 바란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약속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지난 2017년 故 노회찬 의원이 발의했지만 20대 국회에서 무산된 뒤 지난 6월 정의당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한 것이다. 이 법은 기업에게 위험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해 사망 사고가 날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벌금 5000만~10억원, 상해 사고 발생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에 3~10배의 징벌적 배상책임도 묻는 등 기업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한 법이다. 

정의당이 이 법의 제정을 위해 의원들이 1인 시위를 하며 법안을 알리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지난 9월 故 김용균씨의 어머니가 올린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다루어지게 되면서 '이번에는 통과될 수도 있겠다'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자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지난달 23일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사업주 처벌형량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고 개정법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사고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더 강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은 기업에 대한 과잉처벌이며, 산재예방 효과의 증대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사고발생 시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만 증대시키고, CEO 기피 현상까지 초래하는 등 기업의 경영활동만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는 의견을 국회에 건의했다.

이후 27일 이낙연 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취지를 살리는 대원칙을 지키며 다른 관련법과 병합심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 5일에는 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보다 현 산업안전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당론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행 산업안전법에서 대표이사에 안전 보건 의무를 구체적으로 '금전적 압박'을 받을 수 있도록 과징금을 강화하는 체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는 경영자에 대한 의무가 불확실헤 실제 처벌이 어렵고 위헌의 소지도 있다"는 말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9일 대표단회의에서 "지금까지 벌금이 없어 매년 2000명의 노동자가 죽은 것이 아니다. 기업주들이 산업안전에 비용을 들이기보다 사고가 나면 과징금을 내는 것으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해 온 게 지금 상황이다. 노동자의 생명보호라는 중대한 문제를 여전히 벌금으로 해결하려는 민주당의 태도는 국민의힘과 다름없는 무책임한 행태"라며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 만큼 이들의 태도 변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지자체 노동경찰' 시행 문제도 논쟁이 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약이기도 한 지자체 노동경찰은 정부의 근로감독관이 주로 대규모 사업장 위주로 근로감독을 진행해 소규모 사업자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을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노동경찰이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여당도 노동경찰 도입에 찬성하고 나섰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근로감독관을 고용부 장관이 지정하는 특별시, 광역시도에 두고 대통령령에 따라 고용부 장관의 관련 권한 일부를 해당 시도지사에게 위임하는 내용이 담긴 근로기준법과 사법경찰관리법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지방 정부 소속 공무원이 근로감독을 할 수 있고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이 강화된다. 이재명 지사는 발의 소식을 SNS에 전하면서 "세계 최악의 산재 사망을 막기 위해서라도 노동경찰은 반드시 설치하고 증원 확대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지방자치법과 ILO 협약에서 근로감독 업무를 중앙정부 사무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노동경찰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지자체별로 사업장 수나 인력 등이 다르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며 외국에서도 지방정부가 근로감독권을 행사했다가 ILO 권고로 인해 취소한 사례 등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는 금지 조항이 담긴 지방자치법 11조에 '법률에 이와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자치 사무가 아닌 법령에 따른 위임 사무로 근로감독권을 행사하면 지방자치법 위반이 아니며 법을 개정할 시 ILO 협약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산업재해와 그로 인한 희생을 막아야한다는 것은 정부와 여야, 노동계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방법론과 함께 법안 제정 속도가 붙지 않으면서 정부와 여당의 의지력에도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나오고 있으며 노동계는 연속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산업재해로 희생되는 노동자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나오는 가운데 더 이상 미루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 과감한 방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주장을 정부와 여당이 생각할 때가 되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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