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겨울이 오고 있다' 김장문화
상태바
[靑松 건강칼럼] '겨울이 오고 있다' 김장문화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0.11.12 15:36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장나눔. 사진=성북구
김장나눔. 사진=성북구

[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겨울이 오고 있다” 지난 3일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再選)에 실패한 트럼프(Donald Trump)는 혹독한 ‘정치적’ 겨울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을 떠나는 순간 대통령 면책특권이 사라지므로 금융 및 보험사기, 탈세, 성추문 등으로 소송과 수사가 잇따를 것이다. 권력자들은 권력에서 물러나는 순간부터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게 된다. 따라서 권좌(權座)에 있을 때 훗날을 생각하면서 처신(處身)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4년은 대통령 한 사람이 민주주의를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미국은 삼권분립, 양원제, 연방제 등을 제도화하면서 가장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를 유지하였다. 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정치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트럼프가 지난 4년 동안 보여주었다. 트럼프는 개인적 선호와 탐욕에 의한 통치를 했고 반대자를 공격했다. 

내년이면 78세인 조 바이든(Joe Biden) 민주당 당선인은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 된다. 30세에 최연소 연방 상원의원이 된 후 반세기 동안 워싱턴 정치권 주류를 대표해왔다. 동시에 서민과 노동자에게 ‘이웃집 조 아저씨(Uncle Joe)’로 불릴 정도로 대중적이고 친근한 면모를 갖춘 정치인이다. 바이든은 특정 이념보다 여론과 현실에 충실히 따르는 중도 실용주의에 가깝다. 

나훈아는 지난 추석 KBS 2TV를 통해 방송된 ‘대한민국 어게인’에서 “옛날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것이 없습니다”라며 권력자를 비판하는 한편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일반 국민들이 나라를 지켰습니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며 국민의 막강한 힘을 깨우쳐 줬다.

지난 11월 7일(음력 9월 22일)은 ‘계절적’으로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이었다. 겨울 채비를 하는 절기다.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인 입동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과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사이에 들며, 태양의 황경(黃經)이 225도에 이를 때이다. 올해 입동은 음력으로 9월이며, 9월 입동 ‘오나락(일찍 익는 벼, 조생종)’이 좋고 10월 입동 ‘늦나락(늦게 익는 벼, 중만생종)’이 좋다는 옛말이 있다.

입동 전후로 김장을 담그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김치의 상큼한 맛이 줄어든다고 한다. 올해 입동 날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이었다. 올해는 가을 황사가 잦고 겨울에는 고농도 미세 먼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월부터 미세 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데는 중국의 난방(煖房)이 시작되는 영향도 있다.

제주에서는 입동날 날씨가 따뜻하지 않으면 그해 바람이 지독하게 분다고 한다. 경남 도서지방에서는 입동에 갈까마귀(daurian jackdaw)가 날아온다고 하며, 울산에서는 매년 태화강변에서 겨울을 난다고 한다. 밀양에서는 갈까마귀의 배에 흰색 부분이 보이면 이듬해 목화가 잘 된다고 한다. 입동날에 한 해의 노고와 집안의 무사에 감사의 뜻으로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쪄 토광, 터줏단지, 씨나락섬이나 외양간에서 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겨울 동안 먹을 김치를 장만하는 김장은 입동을 기준해서 한다. 김장은 입동 전 혹은 입동 직후에 하여야 제 맛이 난다고 한다. 입동이 지난 지가 오래면 얼어붙고, 싱싱한 김장 자료가 없으며, 일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김장과 더불어 다음해 봄에 장을 담그는데 필요한 메주를 쓰는 것을 하나의 풍습으로 여겨왔다. 지난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각 가정에서는 월동준비로 김장김치 200포기와 연탄 200장 정도를 준비했다.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하는 유산은 크게 세계유산, 인류무형유산, 기록유산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 김장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2013년 12월 2일에 등재됐다. 이에 한국의 대표적인 식문화인 ‘김장문화’가 전 세계인이 함께 보호하고 전승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채소 절임 음식은 다른 문화권에도 많지만 ‘김장’처럼 겨울이 다가오기 직전에 전 국민이 약속이라도 한 듯 집중적으로 ‘김치’를 만들어 저장해두는 풍속은 독특하다. 또한 김장문화는 단지 김치의 장만뿐만 아니라 공동체 문화를 상징하며, 사회 구성원간 결속과 연대감 강화를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부여하고 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김치를 2001년에, 인삼(人蔘)을 2015년에 그리고 고추장을 2020년에 국제식품규격으로 채택했다. 고추장은 2009년 아시아 지역규격으로 채택된 바 있다. 고추장(Gochujang) 코덱스 세계규격은 우리 고유 명칭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레드 페퍼 페이스트(Red Pepper Paste)’ ‘칠리소스’ 등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발효식품으로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됐다. 고추장 수출규모는 2019년 3767만달러(1만7686t)에서 올해 8월 기준 3316만달러어치가 수출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6% 증가했다. 

최근 한달 가까이 일부 신문과 방송에서는 ‘금배추’ ‘김장철 배추 대란’ 등 김장채소 수급불안을 예측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10월 27일 김장채소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 김장채소 공급 여건은 최근 기상 호조로 작황이 회복되고 재배면적이 늘어 평년 수준 생산량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가을배추는 평년과 비슷한 131만t 수준이며, 가을무 생산량 또한 평년 수준인 44만t으로 예측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가을배추 재배 면적이 1만2783ha로 지난해보다 16.3%, 평년 대비 2.4%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황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평년과 엇비슷하다. 지난 9월만 해도 기상 악화로 생육이 부진하거나 뿌리혹병 등 병해가 많았으나, 10월 들어 기상이 좋아지며 작황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지난해에는 가을배추 물량이 워낙 부족해 가격이 강세를 형성했지만, 올해는 물량이 충분해 지난해 대비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의 10kg 상품 한망당 평균값은 8924원이었으나, 올 11월 가격은 평년(5,986원)보다 약간 높을 것이며 김장 수요에 따라 가격 등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올해 4인 가족 김장비용이 30만913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최근 밝혔다. 

김장철이 되면 전국에서 ‘김장축제’가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예년과 같은 대규모 김장축제를 즐기긴 어렵지만, 지역을 찾아 직접 김장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유기농의 메카 충북 괴산에서 열리는 ‘2020 괴산김장축제’에서 ‘드라이브 스루 김장 담그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광주시 김치타운에서는 12월 20일까지 ‘빛고을 사랑나눔 김장축제’가 열리며, 김치 명인의 레시피(recipe)를 따라 맛있는 김치를 담가볼 수 있다.

핵가족이 아프트에서 생활하면서 김장을 담그고 싶어도 배추, 무, 양념 등 재료를 준비하려면 번거로워 김장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정에서는 모든 김장 재료가 들어 있는 ‘김장키트’를 주문하면 된다. 절임배추와 양념이 깔끔하게 포장돼 집에 도착하므로 재료를 버무리기만 하면 된다. 특히 농협 김장키트는 국내산 재료만 사용하며 해썹(HACCP) 인정도 받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또한 지역농협이 생산하는 양념 맛은 지역의 개성이 나타나므로 고향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예를 들면, 경북 서안동농협의 김장키트는 경북 북부 고지대에서 생산한 배추를 절이고, 양념은 멸치액젓을 끓여 넣어 군내 없이 깔끔한 맛을 낸다. 또한 지역농가에서 생산한 상황버섯 진액 추출물을 양념에 첨가해 김치에 맛과 건강을 더했다. 가격은 절임배추 10kg 3만8500원이며, 양념은 4만8000원(4kg)이다.

전남 해남 화원농협은 해풍을 맞고 자란 일반 절임배추와 스테비아(stevia)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배추, 알타리무를 판매한다. 양념은 전라도식과 경기도식을 판매한다. 전라도식 양념에는 간 멸치육젓이 들어가며, 경기도식 양념에는 멸치육젓이 빠지고 새우젓이 더 많이 들어간다. 가격은 일반 절임배추 10kg 2만9800원, 스테비아농법 절임배추 10kg 3만1800원, 절임알타리무 5kg 4만1000원, 양념 3만9800원(3.5kg)이다. 세트로 사면 3천원 할인가에 구입할 수 있다.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간’이다. 김치의 간을 좌우하는 것은 배추의 절임 간과 양념의 간이므로 둘의 간이 합쳐져서 김치의 간을 완성한다. 이에 김장을 시작하기 전에 절임배춧잎 하나에 양념을 묻혀서 먹어보면 간이 적당한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만약 싱겁다면 양념에 소금이나 젓갈을 더해 간을 맞춰주면 된다. 또한 김치의 맛은 ‘숙성도’로 결정된다. 김치 냉장고는 김치 종류에 따라 온도를 조절해 주는 기능이 있다.

김장하는 날 온 가족이 즐겨 먹는 것이 ‘수육’이다. 수육 삶기의 핵심은 잡내 제거와 야들야들한 식감이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돼지고기를 삶을 때 된장을 넣어주는 것이다. 여기에 마늘, 대파, 양파, 후추 등을 추가하면 마지막 잡내까지 잡아준다. 된장이나 향신채가 없으면 물 대신 맥주를 붓고 돼지고기를 삶으면 맥주의 알코올로 인하여 육질이 부들부들해진다.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는 유산균이 풍부하여 세계적으로 알려진 건강식품이다. 지난 2002년 사스(SARS) 유행 시에는 감염병을 예방하는 식품으로 김치가 주목을 받았으며,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김치가 면역력(免疫力)을 높인다는 언론과 학계의 발표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산 김치는 국내에선 중국산 김치와 경쟁하고, 해외 수출시장에선 현지산 김치와 경쟁하는 이른바 ‘샌드위치’ 신세이다. 이에 국산 채소와 양념으로 만든 김치가 해외에서 생산되는 김치와 무엇이 다르고 어떤 효능이 있는지를 널리 홍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하여 김치 수출 2억 달러를 달성하고, 김치 종주국(宗主國)으로서 자존심도 지킬 수 있다. SW

pmy@sisaweekly.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