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시국선언' 4주년 "변한 게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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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시국선언' 4주년 "변한 게 하나도 없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11.1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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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권리보장법 폐기 후 재발의,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도 제자리
피해자 절반 이상 '트라우마' 지속, 가해자는 제자리 복귀
"코로나19 이유로 다 미뤄져, 관료체계 하나도 안 바뀐 게 문제"
지난 2016년 10월 예술가들이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다'를 외치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6년 10월 예술가들이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다'를 외치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2016년 11월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다'를 외치며 예술인들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예술인 블랙리스트'와 예술검열에 맞서는 시국선언을 한 지 올해로 4년을 맞았다. 광화문에 '블랙텐트'가 들어섰고 시민들이 촛불을 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으며 블랙리스트를 주도했던 인물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한 예술인들의 상처는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있고 관계자들에 대한 정당한 처벌과 재발 방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8년 5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블랙리스트 방지를 위한 진상조사 책임규명 권고안'을 의결, 권고했고 그해 8월 진상조사와 제도개선 권고사항 이행 추진 및 이행 여부의 확실한 점검을 위한 민관 공동참여기구인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이행협치추진단'(이하 이행협치추진단)이 구성됐다. 

하지만 예술인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폐기됐고 이후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가 됐지만 법안 마련 당시 현장 예술인과 전문가, 정부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구성한 안이 축소된 내용으로 법안이 마련된 상태다.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이 미루어지고 있고 책임자 처벌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9월 문화민주주실천연대가 발표한 '블랙리스트 피해자 현황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블랙리스트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의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51.3%가 '트라우마 등 피해기억'을 꼽았으며 '생활고'(18.3%), '본업 복귀의 어려움'(6.7%) 등도 피해자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여전히 블랙리스트의 피해를 입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블랙리스트 당사자들이 자리에 복귀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행협치추진단에 따르면 수사를 의뢰한 10명에 대한 검찰 수사는 사실상 멈춘 상태이며 불기소 처분시 중징계 의뢰가 약속된 문체부 고위 공무원 3인에 대한 징계 절차도 시작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블랙리스트의 대표 사례인 '팝업씨어터 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블랙리스트 관련 고위 공무원 인사를 재검토하고 재발방지 교육 계획 수립과 피해자의 명예회복, 사회적 기억사업의 계획 및 추진을 약속하는 등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코로나19 발생으로 예술계가 위기를 맞으면서 블랙리스트 해결 논의도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송수근 전 문체부 1차관이 지난해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으로 임명되고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문체부 공무원들이 복직하는 등 가해자들이 잇달아 문화계로 돌아오면서 많은 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과거 부산시장 재임 당시 부산국제영화제에 외압을 가해 논란을 빚었던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지난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됐으며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문화계 일각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이 먼저 움직여 기자회견, 입장서 전달 등 운동을 전개해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시국선언 4주년 예술 현장 집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블랙리스트 피해자 증언대회, 대규모 전시회 및 공연 개최, 블랙리스트 민사소송 문화예술인 참관단 활동 진행, 입장서 전달 등을 통해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정부가 방관하는 상황을 문화예술인들이 나서서 타개하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정윤희 문화민주주주의실천연대 위원장은 "문체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제도 개선 권고안이 나오고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6~7개월간 뒤로 미루어지고 국회에서 예술인권리보장법이 통과가 되지 않으니 아무것도 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모두 뒤로 미룬 것"이라고 전하면서 "블랙리스트가 문화행정의 관료주의 체제에서 수직적,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코로나 시기에도 이 상황이 똑같다는 것을 이번 집담회에서 이야기했다. 책임자 징계는 물론이고 정책 구조나 행정 체계 모두 그 때와 다를바가 없고 문화예술계 행정관료제의 문제도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적폐 청산'을 외친 이상 정부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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