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조법 개정안', 노동계 '악법' 주장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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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노조법 개정안', 노동계 '악법' 주장 이유는?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11.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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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실업자 노동조합 가입' 허용, '사업장 점거 제한' 살려
노동계 "국제노동기준 훼손, 사용자 요구 수용한 법" 반발
고용노동부 "우리 현실 감안한 보완, ILO도 국내 법 존중"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을 두고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기준을 반영했고 실업자,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등 결사의 자유를 확대했다고 하지만 노동계는 파업시 사업장 점거 제한 등으로 오히려 결사의 자유를 막은 '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중 비준을 하지 않은 '강제노동 금지'와 '결사의 자유 보호'에 관한 2개 분야 3개 협약을 비준하기로 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정부 개정안은 결사의 자유의 핵심내용을 보장하면서도 우리 기업별 노사관계 특성을 균형있게 고려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실업자, 해고자도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 △조합원 및 임원 자격은 노조 규약으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음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삭제  △퇴직 공무원, 교원의 노조 가입 허용 등과 함께 △해당 기업 종업원이 아닌 조합원은 사업장 내 노조활동시 내부 규칙 또는 노사 합의절차 준수 △기업별 노조 임원은 종업원인 조합원으로 한정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쟁위행위 금지 △생산 기타 주요 업무 시설 등에 대한 전부 또는 일부의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으로 연장 등 경영계의 의견을 반영한 내용도 담겨 있다.

노동계는 이번 개정안이 노동기본권 개선과는 전혀 무관한, '노동개악'으로 일관된 법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민주노총 법률원은 "ILO가 개선을 권고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하청 및 간접고용노동자가 원청 사용자와 교섭할 권리, 소수노조 교섭권 보장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대신 직장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산별노조 활동 부정 등 노동개악 요소만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법률원은 "사용자 허가가 없으면 산별노조 임원과 조합원은 산하 지부 및 지회 사업장에 출입조차 할 수 없다. 80년대 군사독재 시절 '제3자 개입금지 규정'의 부활이다. 직장점거 금지는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은 통상 단위노조 위원장의 임기가 2년인 점을 고려하면, 임기 중 단체교섭 한 번 못하는 위원장이 태반일 것이고, 이는 고스란이 노동조합 조직과 교섭력 약화로 연결될 것이며 가히 그 폭과 정도에서 역대급 노동개악"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노총은 지난달 21일 성명에서 "이미 기정사실화되어있는 해고자와 실업자의 단결권을 인정한다는 구실로 사용자의 권한을 더 크게 열어주는 법안이다. 사업장 노조 간부의 자격도 제한을 두었고, 산별노조를 비롯한 상급단체 노조 간부의 사업장 출입을 사용자 맘대로 제한할 수 있게 하였으며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하고 사용자의 조업의 자유를 위해 사업장 내 쟁의행위도 제한할 수 있게 했다"면서 "정부의 개정안은 국제노동기준을 오히려 훼손하는 내용이며 사용자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노동법안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단순히 결사의 자유협약과 관련된 입법만을 개정한다면 기업별 노사관계 특성이 뿌리 깊게 자리잡힌 우리나라의 특성과 다소 상충될 수 있고, 현장의 혼란과 노사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결사의 자유 협약의 기본 정신과 핵심내용을 반영하면서 법 개정에 따른 현장 노사의 적응과 우리 기업별 노사관계 현실을 감안한 일부 보완방안을 입법화했다. ILO도 핵심협약 비준에 있어 당사국의 국내 법, 제도를 존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내 조합활동은 사용자의 효율적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며, 사업장 내에서 노조활동을 할 때는 사업장 출입 및 시설 사용에 대한 사업장의 내부규칙 또는 노사간 합의된 절차를 준수해야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직장점거 금지에 대해 "노동3권과 사용자의 조업권, 비파업 근로자의 근로권 등이 균형있게 존중되어야한다는 입장이며 ILO도 '파업권의 행사는 사용자의 사업장 출입 권리뿐 아니라 비파업 근로자의 근로의 자유를 존중해야한다'고 판정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생산 기타 주요업무시설 등에 한해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가 이제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의 변화가 크지 않고, 단체협약의 가장 핵심인 임금협상은 사실상 매년 실시되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3년으로 연장되어도 단체교섭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외국에서도 단체협약 유효기간에 법적 제한이 없거나(미국, 독일, 프랑스) 우리보다 장기간의 유효기간(일본)을 정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3년의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자 민주노총은 10일 성명에서 "정부안에 따르면 해고자 조합원은 사업장 출입도 마음대로 못하고 기업별 노조의 임원, 대의원도 할 수 없다. 더구나 사업장 출입과 조합활동이 제한되는 '비종사 조합원'에는 해고자뿐만 아니라 산별노조의 임원 및 조합원, 특수고용, 간접고용 조합원도 포함된다. 가히 군사독재 시절의 악명높은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의 부활에 다름 아니다"고 맞받았다.

민주노총은 또 "정부안의 토대라는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을 만든 공익위원조차 지난 10월 노동부 토론회에서 "정부법안 제42조 1항은 공익위원안과 달리 생산시설 등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라 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여 부분적 직장점거를 금지하고 있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어, 공익위원안의 제안을 벗어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양대노총은 이미 노조법 개정 저지를 위한 투쟁을 선언했으며 14일로 예정된 '전국노동자대회'에서도 이 주장이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오는 17~18일 이틀간 특수고용노동자 및 ILO 협약과 노조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 예정으로 있으며 여기에 노동조합이 참여할 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발의된 가운데 평행선을 긋고 있는 정부와 노동계가 합의점을 찾아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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