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딜레마, '산업 육성'과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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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딜레마, '산업 육성'과 '민영화'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11.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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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홍남기 현 부총리 주도, '의료민영화' 문제로 좌절
민주당 '보건 의료부문 제외'에 '법안 찬성'으로 돌아서
시민단체 '의료민영화 가능, 기재부 독재 허용' 반발
18일 오전 장혜영 정의당 의원(가운데)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참여연대
18일 오전 장혜영 정의당 의원(가운데)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참여연대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사회서비스 활성화'와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입법을 두고 찬반 주장이 맞서고 있다. 코로나19 피해 지원과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법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의료, 교육 등 공공성을 강화해야할 부분을 민간에 맡기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어 '의료민영화' 등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는 '악법'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6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서비스산업 자문단 2차 회의에서 "코로나19 피해 지원과 병행해 서비스산업을 '산업'으로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인 서비스산업발전법이 조속히 입법화될 필요가 있다"면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법은 지난 2011년, 당시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이었던 홍남기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했던 것으로 5개년 계획 등 종합적인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서비스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범정부적 협의기구인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의 설치, 전문연구기관 및 교육기관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이른바 '의료민영화'로 대표되는, 공공부문의 민간 참여 유도로 민영화를 앞당긴다는 비판에 부딪히며 9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는 '서비스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영리병원, 원격의료, 의료기관의 호텔업 허용 등 공공성을 훼손하는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었다.

법에는 농림어업,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영역을 서비스 '산업'으로 규정하고 있어 보건의료, 사회복지, 교육, 운수, 언론, 정보통신, 전기·가스·수도 등이 모두 이 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이유로 민영화 및 규제 완화가 지속될 경우 환경파괴와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권 침해, 공공 서비스의 파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시민단체들은 이 법을 '박근혜-최순실 법안'으로 부르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재벌들이 2015년 말 미르 재단에, 2016년 초 K스포츠재단에 각각 입금한 다음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과 대국민담화에서 거론하며 요구했던 국정농단 거래 법안이 바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는 지난 7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이 계류되어 있다. 이 법안은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수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서비스산업 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의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 설치 △서비스산업 규제 개선과 연구개발 활성화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보건 의료분야에 대해서는 지원 대상에 포함을 하되, 의료인의 진료거부 행위를 금지한 의료법 제15조, 건강보험 의무가입과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등 전국민 의료급여수급권을 보장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등 의료 공공성에 관한 핵심 조항들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 적용을 제외하는 안을 발의해 국민의힘과 함께 연내 통과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법안 처리를 반대했던 것이 '의료민영화' 우려였던만큼 보건의료를 제외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17일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보건의료관련 4개 법률안에 대한 적용을 제외한다고 해도 의료영리화 우려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4개 법률안에 포함되지 않은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서도 개인의 의료정보가 민간보험사에게 제공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고 더 근본적으로 도소매업에 이르는 서로 다른 산업들을 한데 묶어 국가주도로 육성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라고 반박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기획재정부 주도로 재벌과 기업의 이해관계를 우선해 서민의 삶을 외면하고 여전히 의료민영화법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폐기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까지 추진된 건강보험 무력화 및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영리병원과 영리자회사 도입, 개인의료정보 상업화 등 주요 의료민영화 정책은 모두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을 우회해서 진행했기에 4개 법 제외는 아무 의미가 없다. 법이 통과되면 기재부는 기존 우회로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고, 새로운 우회로를 얼마든지 더 창출할 수 있기에 '보건의료 제외' 주장은 의료영리화 추진 역사를 뻔히 알고 있을 더불어민주당의 대국민 사기이자 기만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또 "기재부가 위원장인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가 산업 영역을 좌지우지하게 만들 수 있는 '기재부 독재법'이며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회공공성 파괴 법안이다"라고 하면서 "이 법이 통과되면 서비스산업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공공 민영화, 개인정보인권 보호규정 파괴, 규제 완화를 통한 환경파괴,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권 침해 등의 속도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산업을 '산업'으로 육성하고 컨트롤타워를 마련해 규제를 개선하자는 정부와 의료민영화의 소지를 없앴기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여당과는 달리 시민단체 등은 '기재부의 '독재' 허용으로 민영화를 앞당기고 서민에게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사회공공공성'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공공성을 해치는 법안이 나왔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더불어 과거 정권에서 문제가 지적됐던 법안을 다시 통과시키려는 저의에 대한 궁금증이 이번 법안 통과 과정에서 풀어야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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