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의 부동산 라운지] 정부가 못잡은 집값, 코로나가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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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의 부동산 라운지] 정부가 못잡은 집값, 코로나가 잡을 수 있다
  • 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 승인 2020.11.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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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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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예년 같으면 연말의 '24'란 숫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떠올리며 설레었을 것이다.그러나 올해는 24번째 전세난에 대한 부동산 대책과 24일 0시부터 방역조치 2단계 격상이라는 심란한 숫자로 연상이 된다.

24번째 발표는 극심한 전세난에 대한 대책으로 빈 집, 상가, 호텔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방안을 다 긁어모아 향후 2년간 전국 11만4000가구, 수도권 7만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정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인 미미한 대안이라고 판단된다. '과연 상가 호텔이 질 좋은 주거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오는 24일부터 유흥업소는 영업을 중지해야 하며 재택근무 확대 권고 등이 내려진다. 끝내 사계절을 모두 코로나와 함께하게 되었다. 겨울 문턱의 찬 공기에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며 방역조치 2단계 격상을 예고한 것이다. 코로나 펜데믹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구조적 변화와 함께 우리의 생활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부동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미래보고서' 저자 김영숙 소장은 “미국과 유럽에선 코로나같은, 명확히 끝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전염병이 올 것을 예측하고 있다”면서 “아예 주택지를 인구 밀도가 적고 쾌적한 소도시로 옮기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펜데믹은 우리의 거실을 회의실로 만들었고 비즈니스 미팅을 온라인 미팅으로 대체하게 만들었다. 학교의 온라인 강의는 우수한 교사와 교수의 수업을 모두가 균등하게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되면서 우리가 사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었다.

또한 1층의 상점은 감소하고 물류창고는 증가하고 있으며 음식점과 마트에서 배달은 보편화되고 있다. 문화 활동과 공연조차도 온라인 공연으로 대체되었다. 한동안은 변화가 일시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장기적으로 변해가며 안착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른 변화는 부동산 가치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본다. 주택가격이 높은 도심지역의 가치 기준인 ‘직주근접, 교통여건, 인프라, 학군’ 등의 요소는 더 이상의 가치척도가 되지 않을 것이다. 쾌적하고 주택 가격이 저렴한 저밀도 중소 도시에서도 우수한 교사와 교수의 온라인 강의로 교육을 받고 재택근무를 하는 등,더 이상 직주근접의 비좁고 비싼 주택을 사려고 '영끌'하지 않아도 될 날이 10년은 앞당겨 질 수 있을 것이다.

회사에선 오피스공간 사용에 따른 부대비용 절감을, 근로자는 통근비용 절감 이외에 출퇴근 시간의 기회비용을 자기계발에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언택트 시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최근 미국의 설문기관 데일리페이 조사에서 재택근무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60%가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 의양이 있다’ 라는 응답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철통 같은 락다운(lockdown)으로 통제되는 K-방역이 세계의 자랑거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할 때라고 본다. 유럽과 미국은 우리나라와 같이 ‘금지’라는 철통 방역 대신 펜데믹 속에서도 행동 방식의 수단을 변화시켜 적응해가고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전세계로 퍼지고 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1년이상 지속되면서 주택 시장과 도시 중심의 모습은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동안 강력한 접촉 제한으로 산업, 상업, 업무, 종교, 문화 등 주요 사회 요소들이 정체되는 현상은 악순환을 불러일으킨다. 만약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이전의 생활로 회귀하더라도 전염병의 재확산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따라서 지금의 대책은 임시방편일 뿐 사회 발전에 있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재택근무와 학교 원격 수업 등의 온라인 기반 언택트 문화를 기술적 보안과 함께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면 부동산 문제의 거시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SW

llhhll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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