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여기 책들 다 읽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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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여기 책들 다 읽었나요?”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11.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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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동현 기자
사진=임동현 기자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얼굴이나 목소리로 ‘이 사람 이럴 거다’라는 첫인상이 있듯 책도 받아들면 ‘내용이나 감흥이 어떨 거’라는 감이 미리 듭니다. 디자인 장정 같은 것이 사람으로 치면 얼굴이고, 제목이나 목차 또는 머리말이 목소리나 퍼스트 인프레이션(first impression)이 아닐까 싶습니다.

첫 느낌이 선택의 첫째 조건이 되니 무척 중요합니다.(하지만 씁쓸케도 맞지 않는 수도 있죠. 인상이 좋아 가까이 했다가 옴팡 바가지 쓰는 경우!)

책은 겉(인상)으로 속(내용)을 가늠해도 대부분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을 줬을 때 가장 뿌듯하고 책을 받았을 때 가장 신나해 하는 저이지만요, 책을 대했을 때 조금이라도 고약하거나 의심스러워도 제목과 목차 정도 보고 나서 더 이상 종잇장을 넘기지 않습니다.

울긋불긋한 독버섯이 있는 것처럼 화장만 덕지덕지 밤거리 여인처럼 요란하게 한 책들이 독자들을 꼬시는(‘꾀다’의 속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책들도 어떤 의미에선 소장 가치가 있다 싶어서 잘 모셔두고 있는데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양서와 함께 제 서재에는 책들이 제2롯데월드 보다 더 높게 쌓여있습니다.

“이 책들을 다 읽었나요?” 제 서재에 온 사람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산더미 아니 책더미를 보고 묻는 질문입니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 일찍이 두보 선생이 이른 말씀도 있고 책에는 진리와 양식이 가득하다 했으니 죽간(대나무 책) 오거(다섯 수레) 훨씬 넘어 500거서를 섭렵했을 정도이면, 저도 부귀는 기본으로 몽땅 지니고 있고 그 지혜는 아인슈타인의 한 열배쯤은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제 외양이나 머릿속에 든 것은 그저 그런 정도이니(간신히 박사는 땄습니다만 ㅠㅠ) 의아하기도 해서 물었을 것입니다. ‘당신 분명히 이 책들 인테리어 용품 겸한 것이지 다 읽지 않을 거야...’라는 의구심 앞둔 심문이라 생각 됩니다.

Q와 A가 지루할 수밖에 없어서 아예 벽면에 떡하니 답변을 적어두고 손가락질로 이해를 시킵니다. “읽은 거 3분의 1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읽을 것입니다. 본문을 읽진 않았어도 첫인상 파악해서 산 책들이니 내용 짐작은 얼추 압니다.”라는 대답인 것이죠.

저만의 책의 관상 보는 법입니다. 제목이 수수하고 담백하면 분명히 좋은 책입니다. 작가가 고심해서 정한 것인지 출판사 영업부에서 그저 영업용으로 MSG 잔뜩 뿌린 것은 양서가 아닐 경우가 농후합니다.

제목을 봤으면 목차를 살핍니다. 아재개그입니다만 태권도서 ‘목을 차면’ 급소공격이어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하네요, 목차가 책 내용을 잘 정리해서 세부 알맹이들을 찾기 쉽게 진열을 했는지 볼 일입니다.

사주 볼 때 생년일시가 꼭 필요하듯 머리말 읽기는 필수입니다. 작가가 이 책을 왜 썼는지, 뭘 말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상냥하되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해오는 지를 알아차려야 하고, 문체에서 기초적인 문장기술 파악 또한 집필 계기나 배경 그리고 의의, 전체 내용(요약)을 이해하기 위한 것입니다.

책과 생사를 함께 하는 저도 그렇습니다만 흥미로운 그림이나 영상이 넘쳐나는 요즘, 책 읽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제목과 목차 머리말에서 ‘땡김’이 있는 책은 유튜브 한 편 보기보다 더 후다닥 읽히고요, 똑같은 말만 지껄여대는 뉴스나 드라마는 ‘껨’도 안 되게 많은 지혜와 행복해지는 삶의 양식을 얻을 수 있다고 외치고 또 외칩니다!!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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