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국민의 생명, 농업(農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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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국민의 생명, 농업(農業)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0.11.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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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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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우리가 흔히 ‘빼빼로데이’로 부르는 11월 11일은 ‘농업인(農業人)의 날’이다. 농업인의 날을 11월 11일로 정한 것은 농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흙 토(土)’ 자를 풀어 쓰면 ‘열 십(十)’ 자와 ‘한 일(一)’ 자가 된다. 

또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흙이 세 번 겹치는 토月토日토時인 11월 11일 11시에 농업인의 날 기념식이 열린다. ‘농업인의 날’은 우리 농업과 농촌의 소중함을 국민에게 알리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려는 취지에서 1996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로 인적ㆍ물적 자원이 단절되는 경험을 하면서 국민들은 식량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최소한의 식량자급(食糧自給) 역량은 갖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식량자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농지(農地)는 해마다 줄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지면적은 지난해 158만1000ha로 1975년 224만ha에 비해 65만9000ha가 줄었다.

특히 주곡인 쌀을 생산하는 논 면적이 44만7000ha가 감소했으며, 밭 면적은 21만2000ha 줄었다. 주된 이유는 개발에 따른 농지 전용과 유휴지의 증가 때문이다. 또한 경작 가능 경지면적 대비 작물 재배 면적의 비율인 ‘경지이용률’도 1975년 140.4%에서 지난해 107.2%로 33.2%포인트가 하락했다. 경지면적 감소와 경지이용률 하락은 식량자급률에 악영향을 끼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쌀 생산량 최종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50만7000t으로 집계되어 5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374만4000t)와 견줘 6.4%(23만7000t), 평년(401만2000t)보다 12.6%(50만5000t) 적은 양이다. 또한 쌀 단수(10a당 생산량)는 483kg으로 지난해(513kg) 대비 5.9%(30kg), 평년(530kg) 대비 8.9%(47kg) 낮다. 올해 벼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0.5%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은 6.4%나 줄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산 쌀 수요량을 367만t으로 추정했다. 이중 밥쌀용 291만t, 가공용 28만t, 비축용 등 기타 용도가 48만t이다. 농식품부는 2020년산 쌀은 줄었지만 정부양곡이 95만t으로 충분해 시중 부족분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정부가 보유한 재고(在庫)쌀은 국산 49만t, 외국산이 46만t이다. 우리나라 쌀은 맛이 좋기에 외국산 쌀을 밥쌀용으로 공급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용납되기 어렵다.

2000년대 초 정부는 4가지 기준을 설정하여 ‘최고 품질 쌀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즉 △밥맛은 국내에서 가장 맛있는 ‘일품벼’보다 좋아야 하고, △쌀 외관 품질은 ‘추정벼’ 보다 좋아야 하며, △도정(搗精) 특성은 왕겨 껍질이 얇고 쭉정이가 적어 도정수율이 75% 이상을 충족해야 하며, △농가에서 농약 없이 안전하게 재배 할 수 있도록 병해충 저항성 유전자를 최소한 2개 이상 가져야 한다. 이런 기준에 맞춰 2003년부터 지금까지 ‘삼광’ ‘영호진미’ ‘해담쌀’ ‘현품’ ‘진수미’ ‘예찬’ 등 최고 품질 쌀 18품종을 개발하여 전국에 보급하고 있다. 

따라서 밥쌀용 쌀은 국산 재고로 충당해야 하는데 국산쌀 가운데 2019년산은 24만t 그리고 2018년산은 13만t에 불과하다. 또한 정부는 2018년부터 해외 원조용으로 연간 5만t을 지원하고 있다. 쌀 수급 전망이 혼돈에 빠지면서 정부의 쌀 감산 정책도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쌀 감산정책으로 생산량은 2015년(432만7000t) 이후 5년째 계속 줄고 있으며, 올해 감소 폭이 가장 심했다.

이에 산지(産地) 쌀값이 연일 치솟고 있으며,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5일자 산지 쌀값은 80kg당 21만5404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때보다 14%, 평년보다는 31% 높은 값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2일 “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가수요로 인해 수급불안이 확대되거나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정부양곡을 적기에 공급해 수급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상이변에 의해 쌀 생산량 변동 폭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적정 재배면적만으로는 쌀 수급을 안심할 수 없다고 한다. 올해 역대급 쌀 생산량 감소는 향후 닥칠 쌀 부족 사태에 대한 경고이며, 또한 코로나19도 쌀 부족 사태에 대한 큰 변수로 작용한다. 올해 3-4월 주요 쌀 수출국들이 코로나19 공포로 곡물 수출 봉쇄령을 내린 것을 경험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5대 곡물 수입국이다.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식량수급을 위협받는 상황이다. 식량(食糧)자급률과 사료용 포함 곡물(穀物)자급률은 해마다 낮아져 지난해에 각각 45.8%, 21%를 기록했다.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 데이비드 비즐리는 “COVID-19의 여파로 내년에는 최악의 식량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이후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된 만큼 식량안보를 지킬 수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

올해 ‘제25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렸다. 농립축산식품부가 개최한 이날 기념식은 ‘국민의 생명, 농업’이라는 슬로건 아래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에서 진행됐다. 농식품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하여 참석인원을 최소화하여 2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 프로그램도 예년에 비해 대폭 간소화했다. 하지만 기념식이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열렸으며,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는 평가도 있다.

기념식은 202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축하영상으로 시작되었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맞아 새로운 시대의 농정(農政)을 과감하게 펼치고, 농촌이 한국판 뉴딜의 핵심공간이 되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특히 국가식량계획과 함께 국민이 바라는 농촌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농촌 르네상스(Renaissance)’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기후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이 전 세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농업생산력을 어느 때보다 위협하고 있다. 농업분야 국제기구 수장들은 코로나19가 농촌문제와 기아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전세계적으로 6억9000만명이 기아(饑餓)에 허덕이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1억3200만명이 더 배고픔에 시달리게 됐다”로 진단했다.

제8대 UN 사무총장을 역임한 반기문(潘基文) 글로벌녹색성장기구ㆍGGGI 이사장은 “어떤 국가도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위기를 혼자선 해결할 수 없다”면서 “21세기의 수많은 문제가 전 지구적인 만큼 전 세계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총재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빈곤은 농촌에 집중돼 있는데 이후 상황이 악화됐다”면서 “우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농촌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투자와 개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은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두 가지로 요약했다. 즉 탈세계화(Less Globalization)가 나타나고, 기술은 더욱 강화(More Technology) 된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농업분야에는 새로운 기술로 스마트팜 산업을 발전시키고, 농촌을 건강한 농업이 있는 로컬의 개념으로 재탄생하여야 한다. 

농업분야의 그린 뉴딜 실현방안을 모색하는 ‘농산촌 100년 그린 뉴딜 정책 포럼’이 지난 11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포럼이 제시한 6대 비전은 다음과 같다. △농산촌 자원을 활용한 지역 균형발전정책 발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대응을 위해 탄소를 감축하는 농산촌 그린 뉴딜 정책 제안 △지속가능한 지역 사회 기반 마련을 위한 경쟁력 있는 농산촌 100년 미래 설계 △친환경 저탄소 기반의 농축임업 실현과 식량증산을 통한 식량안보 구축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소득 증대사업 발굴 △농산촌 중산층 50% 이상 양성을 위한 미래 비전 제시 등이다.

한국인에게 밥그릇에 담긴 쌀밥은 ‘든든한 한 끼’의 상징이며, 쌀밥을 먹어야 ‘밥심’이 생긴다. 쌀의 주성분인 당질(糖質)은 뇌 활동을 돕고 점막세포, 신경세포 구성 성분이 되는 우수한 영양원(營養源)이다. 쌀에 함유되어 있는 토코페롤(tocopherol), 감마오리자놀(gamma-oryzarol) 등 항산화 물질은 노화(老化)를 예방하고 옥타코사놀(octacosanol)은 지구력 향상, 펩타이드(peptide) 성분은 혈압 억제, 페놀산(phenolic acid)은 기억력 손상을 막는 데 효능이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글루텐 프리(gluten free)’ 대체 식품으로 쌀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글루텐이란 밀, 보리 등의 곡류에 존재하는 불용성(不溶性) 단백질로 몇 가지 단백질이 혼합되어 존재한다. 밀가루에 소량의 물을 가해 반죽하여 덩어리를 만든 후, 이것을 다량의 물 속에서 주무르면 녹말은 물 속에 제거되고, 점착성이 있는 덩어리로 남은 것이 글루텐이다.  

외국에선 식량 부족으로 사재기는 물론 값이 치솟아 폭동까지 일어나는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는 쌀의 과잉생산보다는 부족에서 오는 사태가 훨씬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들이 쌀 부족 사태를 겪지 않도록 대비하여야 한다. 무분별한 농지전용으로 농지 면적 감소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예전 농경사회(農耕社會)에서는 농업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에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이 있었지만 요즘을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산업사회(産業社會)에서 농업의 위상은 축소되었지만 공익적 기능으로서 농업과 농촌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농업은 본원적 기능인 농산물 생산 외에도 식량안보, 환경보전, 전통문화 계승, 수자원 확보와 홍수 방지, 쾌적한 휴식 공간 제공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민들이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희망이며 농업인이 존경받는 나라가 되도록 지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농민이 행복한 세상이 바로 국민이 행복한 세상이므로 뉴노멀 시대 농업의 질적 도약을 위하여 우리 모두 농업 살리기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SW

pm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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