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없는 전두환, 아직도 머나먼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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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없는 전두환, 아직도 머나먼 심판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11.3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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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법정으로 들어서는 전두환씨. 사진=뉴시스
30일 오후 법정으로 들어서는 전두환씨.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침묵은 길었다. 반성은 없었다. 심판은 아직 멀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씨의 30일 1심 선고를 정리한 말이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한 故 조비오 신부를 회고록을 통해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전씨가 이날 광주지방법원에 나타났다. 전씨는 과거 첫 법정 출석 당시 질문하는 기자에게 "왜 이래?"라고 큰소리를 치는 모습을 보여줬고 알츠하이머를 핑계로 재판 출석을 하지 않으면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이 발견된 적도 있었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12일, 1979년 '12.12 쿠데타'가 일어났던 그 날에 전씨는 고급 음식점에서 술을 곁들인 식사 자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날도 전씨는 반성하는 모습이 전혀 없었다. 광주로 출발하기 전 그는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말조심해"라고 호통을 쳤다. 법원에 도착한 전씨를 향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 '책임 인정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는 계속 침묵할 뿐이었다. 선고 중에는 꾸벅꾸벅 졸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법 형사 8단독은 故 조비오 신부를 포함한 증인들의 '헬기 사격 목격담'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인(전두환)은 당시 지위를 고려할 때 미필적으로나마 헬기 사격을 인식했다고 본다. 국군이 국민을 적으로 간주해 공격했다는 매우 중요한 쟁점을 인식하고도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역사 왜곡 회고록을 출판했다"고 밝혔다.

전씨의 1심 판결은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이었다. 재판부는 "벌금형보다는 집행유예 기간 동안 역사를 왜곡, 폄훼하는 행위를 못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전씨에게 "과거를 돌이켜보고 진심으로 사죄, 용서받고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을 나서는 그는 여전히 반성을 하지 않은 채 침묵 속에 빠져나갔다.

'집행유예'라고는 하지만 교도소를 가지 않았을 뿐 유죄는 인정된 것이다. 즉, 전씨는 사자에 대해 명예훼손을 한 것이 맞다. 조비오 신부의 조카이자 고소인인 조영대 신부는 "사필귀정이다. 유죄 판결를 내린 점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유죄 판결은 5.18 진상규명의 단초,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출발이다"라고 말했고 소송을 이끈 김정호 변호사는 "전씨의 유죄 판결로 헬기 사격이 역사적인 사실로 인정됐다. 상식과 역사적 정의를 확인한 사필귀정의 판결"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사필귀정'임에도 불구하고 '심판은 아직 멀었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아직도 반성을 하지 않고 도리어 호의호식하며 큰 소리를 치는 전씨의 모습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또 지금 이 시간에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조 신부는 방송 인터뷰에서 "이런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검사 구형(징역 1년 6개월)을 맞추기는 커녕 형량이 낮은 집행유예가 나왔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고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씨는 오늘도 사과 한 마디 없이 법정에 나와 선고 당시에도 꾸벅이며 졸기 바빴다. 여전히 안하무인하다. 5·18의 피해자와 유가족, 광주 시민이 그간 받은 고통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국민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 턱없이 부족한 형량"이라고 밝혔다.

일사부재리의 원칙, 사면으로 5.18에 대한 처벌은 면해졌지만 헬기 사격 사실 여부, 그리고 발포 명령자가 전씨로 밝혀지는 등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경우 전씨가 다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러나 가능성이나 법적 판단을 떠나 숱한 비난과 법적 처벌에도 불구하고 반성이 없는 모습을 보이는 전씨에게 더 큰 형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용서를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단죄밖에 없다'는 것이 지금 전씨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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