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손창근, 그리고 '세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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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손창근, 그리고 '세한도'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12.1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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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찾은 손창근씨(가운데)를 문재인 대통령과 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맞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찾은 손창근씨(가운데)를 문재인 대통령과 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맞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조선 후기 문인화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국보 180호)가 국가의 소유가 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박물관이 당분간 휴관한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 '세한도'를 기증한 손창근 선생의 뜻은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되던 때에 그린 것으로 추사가 겪고 있던 고달픔, 메마름을 건조한 먹과 거친 필선을 통해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인간으로서 힘든 시간을 견디는 추사 자신을 소나무로 표현하고 그림 속 잣나무를 통해 잃지 않으려는 선비정신과 기개를 보여주고 있다.

이 '세한도'는 개성 출신 실업가인 故 손세기씨의 뒤를 이어 문화재를 수집하고 있는 문화재 수집가 손창근(91)씨의 소유로 2005년부터 두 번에 걸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탁한 203건 305점에 포함되어 있던 문화재다. 앞서 손씨는 지난 2018년 11월 '손세기 손창근 컬렉션' 202건 304점을 기증했으며 지난 8월 '세한도'를 기증하면서 기존에 기탁한 305점 전체를 기증하게 됐다.

손씨는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회에 연구기금 1억원을 기부하고 2012년에는 경기도 용인 소재 200만평의 산림을 국가에 기부했으며 2017년에는 KAIST 건물 및 연구기금으로 총 51억원을 기부하는 등 꾸준히 기부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씨는 '세한도'를 기부하면서 "심사숙고 끝에 결정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사진=김정희 세한도
사진=김정희 세한도

국립중앙박물관은 "손창근 선생이 애지중지 아끼던 '세한도'도 결국 당신의 것이 아닌, 국민 모두의 것이라고 생각하신 강건한 마음, 유배지에서 고독에 지쳐가면서도 정신적 고달픔을 꿋꿋이 견디며 선비정신을 잃지 않던 김정희의 강인한 마음, 묘하게 닮은 이 두 마음이 코로나19로 지쳐가는 국민 모두의 가슴 속에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달 24일부터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 평안平安>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시는 김정희의 '세한도'와 '불이선란도', 허련의 '김정희 초상' 등 관련 작품과 평안감사를 환영하는 잔치의 내용을 영상으로 풀어낸 미디어 전시 등이 선보이는 특별전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인해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휴관에 들어갔다.

문화재청은 '세한도'를 기증한 손창근 씨에게 지난 6일 문화훈장 1등급인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문화재청은 "국민 문화향유 증대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물론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을 통해 개인 소장 문화재를 금전적 가치로 우선시 하는 세태에 큰 울림을 줬다"고 수훈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손씨를 청와대로 초청해 "기나긴 겨울을 꿋꿋이 이겨낸 세한도 속 소나무와 어르신의 문화재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따뜻한 희망과 위로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에 손씨와 함께 참석한 아들 손성규 교수는 "세한도가 1844년 세상에 나왔고 176년의 역사 중 저희 가족이 50년간 잠시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국민의 품으로 다시 되돌려 드리는 일을 아버지가 잘 매듭지어 주셔서 기쁘다"고 답했다.

'세한도'라는 작품명은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늦도록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는 의미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시련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는 무엇인가가 반드시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세한도'와 추사 김정희, 그리고 이를 국가에 기증한 손창근씨를 생각해보는 것은 코로나를 포함한 각종 문제들로 어수선한 사회에서도 꿋꿋이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의미하는 하나의 상징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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