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왜 하는지가 궁금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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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왜 하는지가 궁금했던 하루
  • 시사주간
  • 승인 2021.01.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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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어제는 도대체 대통령이 왜 기자회견을 하는지가 궁금했던 하루였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는 회견이었다. 1년에 겨우 한 번 정도 하는 기자회견이 이렇게 두리뭉실해서야 어찌 국민의 갈증을 풀수 있겠는가.

압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인이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입양을 취소한다든지,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라고 말한 것이다. 청와대가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유관단체들의 말처럼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나올 수 없었을 대책”이었다. “아이들을 거래 대상이 아니다”, “아이는 물건이 아니다. 반려견도 이렇게 입양하지 않는다”라는 비판도 나왔다.

옥고를 치르고 있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에 대해서도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문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1년 정도다. 선거가 닥치면 사실상 대통령 역할을 하는 기간은 더 짧아진다. 지금 아니면 언제 말할 수 있는 때가 오는지 궁금해진다. 시기적으로 봐서 어제 회견 만큼 적절한 때는 없었다. 남을 용서하는 것은 선의의 마음으로 하는 것이지 이리저리 재면서 이익을 따지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혀 귀를 의심케 했다. 우리 국민의 안전보장을 ‘잠재적 적’인 북한과 논의한다는게 이치에 맞는 말인가. 9·19 남북군사합의 운운하지만 북한이 합의를 지키지 않아 사문화됐다. 사실 그런 합의가 있건 말건 북한은 그 이전의 여러 가지 합의에도 불구하고 민간인을 살해하고 연평도에 포격하는 등 하고 싶은데로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굳건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의 평화에 대한 의지, 대화에 대한 의지,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자신들 입으로 핵기술의 고도화, 소량경량화, 규격화, 전술무기화를 달성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수중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 수소탄 개발, 전지구권 타격 로켓, 초대형 방사포, 첨단 전술핵무기 등을 완성했다고 했다. 김정은은 북한 비핵화는 아예 생각지도 않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대통령은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가 보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사과했던 부동산 문제도 ‘긴급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제대로 된 답을 들으려던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부동산 수요억제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내 시장과 다른 입장을 여전히 고수했다. 집값과 전세가가 천정부지로 뛰자 주식에 투자해 만회해 보겠다고 계(契) 깨고, 돈 빌려 뛰어들고 있다. 이게 정상인가. 그러면서 대통령이 가입한 펀드가 90% 수익률을 냈다며 자랑한다.

어제 또 하나의 충격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형 선고에 이은 법정구속이다. 외국 언론들의 지적처럼 당장 리더십 부재로 타격 받게 됐다. ‘코로나19’와 ‘소득주도성장’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 다른 기업들도 온갖 제재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재판 때문에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다. 이러고도 영국 정부가 주최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어찌 참석할까. 세계를 향해 기를 쓰고 뛰어가야 할 지금의 우리, 참으로 답답한 하루였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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