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코로나 백신 여권(旅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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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코로나 백신 여권(旅券)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1.01.2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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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조 바이든(Joe Bidenㆍ1942년生, 법학박사)  미국 제46대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식을 마치고 오후 5시 쯤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executive order)과 각서(memoranda) 등 총 17건을 결제했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행정부의 7대 국정 과제로 '코로나, 기후변화, 인종 평등, 경제, 보건, 이민, 글로벌 지위 회복'을 명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하는 여행객에 대한 격리 방침과 검사 및 백신접종 확대를 위한 조치를 내놓으며 코로나19 대응 총력전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행정명령 10개에 서명하면서 코로나 사태에 대해 전면적 전시상황(full-scale wartime)을 선포했다. 해외여행자는 26일부터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결과를 제출하고, 도착하면 격리 조치를 추가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코로나19 대응 강화를 위한 물자 생산 확대, 검사위원회 설치 등도 포함되었다. 즉 국방물자생산법을 활용해 모든 연방 기관과 민간 업체가 보호 장비와 주사기, 바늘 등 국민 보호에 필요한 모든 것을 생산하도록 지시했다. 또 코로나19 검사 능력 향상을 위한 ‘국가전염병검사위원회’와 공평한 치료 접근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보건형평성 태스크포스(Task Force)’를 설치하도록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명령에 서명하고, 백신 접종을 늘리기 위해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각지에 예방접종센터를 설립하도록 지시했다. 학교의 안전한 개학을 위한 연구를 강화하고, 치료법 연구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도록 했으며, 근로자의 감염을 방지할 지침을 시행하고, 연방(聯邦)정부와 주(州)정부의 유기적 연락을 위해 연방재난관리청이 연락 체계를 수립하도록 했다.

바이든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앞으로 100일간 마스크 착용을 촉구하면서, 연방 시설물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World War II, 1939-1945) 때 사망자(군인 29만1,500명, 비전투요원 11만3,000명) 보다 많은 419,991명(1월 22일 기준)이 코로나19로 사망했고, 다음 달에는 미국의 사망자 수가 50만 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Worldometer)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월 22일 기준 9804만8540명이며, 누적 사망자는 209만8123명으로 집계됐다.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은 7044만4512명이다. 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은 미국으로 2518만6839명 확진자 중 41만9991명이 사망했다.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조만간 1억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우리나라는 1월 22일 0시 기준 확진자 74,262명, 사망자 1,328명으로 집계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수석 과학자(Chief Scientist) 숨야 스와미나탄(Dr. Soumya Swaminathan) 박사는 1월 11일 언론 브리핑에서 “2021년에 어떠한 수준의 인구 면역이나 집단 면역(集團免疫)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몇 개 국가에서 집단면역을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을 보호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개발도상국들의 백신 보급이 늦어지고 있는 점과 변이(變異)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프란치스코 교황(Pope Francis)은 코로나19 백신의 차별 없는 공급을 기회 있을 때마다 호소하고 있다. 즉, 백신 공급이 시장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인류사회의 전체 돌봄을 위해 차별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자신의 건강과 생명은 물론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걸려 있는 문제이므로 윤리적으로 모든 사람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 이는 부유한 선진국들이 인구의 2-5배에 이르기까지 싹쓸이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일종의 ‘백신 전쟁’을 경고한 것이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 내에 위치한 바티칸(Vatican)은 1월 13일 COVID-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백신 접종이 시작된 13일에 백신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85세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령층 우선 접종자이며, 20대 초반 아르헨티나(Argentina)에서 지낼 당시 병 치료 과정에서 폐(肺)의 일부를 떼어내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교황청(敎皇廳, Curia)에서는 추기경 2명 등 2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교황 주치의가 사망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백신(COVID-19 Vaccine)이 등장하면서 면역(免疫) 증명서 격인 ‘백신 여권(旅券)’ 도입이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여행업 비율이 높은 유럽 정부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 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주요 항공사(航空社)들은 코로나19 검사 결과와 백신 접종 정보를 담는 ‘백신 여권’을 개발했다.

즉, QR코드 형태로 스마트폰앱에 저장해 해외 통행증으로 활용하는 개념이다. IT 기업들은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을 활용해 위조와 변조가 어려운 백신 여권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이스라엘(Israel) 정부는 올해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인 ‘그린 여권’을 발급한다고 한다. 백신 여권이 등장하면 백신 접종이 뒤처진 나라 국민들은 차별을 받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백신을 대규모로 접종한 이스라엘에서 백신 효과가 확연하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60세 이상 국민 약 20만명과 같은 규모, 나이의 비(非)접종자 집단을 비교한 결과에서 백신 접종 집단의 코로나19 양성 비율이 비접종자 집단보다 33% 낮았다. 이스라엘 인구(약 929만명)의 22.8%가 백신을 맞았으며, 60세 이상 개인은 거의 75%가 백신을 맞았다.

한편 노르웨이(Norway)에서 화이자(Pfizer)ㆍ바이오엔테크(Biontech)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맞은 사람 4만2000여명 중 29명이 사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월 16일 보도했다. 사망자들은 모두 75세 이상 고령자들이며, 백신을 맞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백신 제조사인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성명을 내고 노르웨이 정부의 사망 원인 조사에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두 회사는 노르웨이 사례에 대해 “예상했던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보건 당국은 “29명의 사망자들은 모두 심각한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들이며, 접종 후 구토, 발열, 주사 부위 통증 같은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공중보건연구소는 “너무 고령이거나 특정 질환의 말기 환자인 경우 가벼운 백신 부작용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백신 도입과 접종과 관련해 “순차적으로 2월부터 시작해 9월까지 1차 접종을 마칠 계획이라며 그때쯤이면 대체로 집단 면역이 형성될 것이고, 2차 접종까지 하면 늦어도 11월에는 집단면역이 거의 완전하게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사이에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경우 자신이 먼저 접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을 접종 중인 외국에서 여러 부작용 사례가 발생한 데 대해 “한국에서 접종되는 백신 안전성에 대해 안심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모든 백신은 부작용이 일부 있지만, 만에 하나 통상 범위를 넘어서는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충분히 보상한다는 점을 믿고 접종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예방접종의 핵심이 ‘사망자 감소’가 목표면 고령자 위주로 백신을 먼저 맞혀야 하고, 코로나 ‘확산 저지’가 목표면 활동량이 많은 젊은 층에게 접종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 백신 예방접종 준비 계획의 핵심으로 ‘치명률(致命率, 致死率) 감소’를 잡으므로 고령자 위주로 백신은 먼저 맞힌다. 이에 의료진과 요양시설 고령층이 최우선 접종 대상자가 된다.

코로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마지막 무기’는 백신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백신 가운데 화이자ㆍ바이오테크(95%)와 모더나(94.1%)의 예방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 한편 우리나라에 2월에 도입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ㆍ옥스퍼드대가 공동으로 개발한 백신의 예방 효과는 70%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 비해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스타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자료를 검토하기 위해 1월 31일 ‘코로나19 백신 안전성ㆍ효과성 검증 자문단’ 회의를 열고, 그 결과는 2월 1일 공개하기로 했다. 계절성 독감(毒感) 백신의 예방효과는 40-60%정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 100일동안 1억 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며, 연방 자원을 활용해 백신 접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역사회 백신 센터를 설립하고 의료 종사자를 추가로 고용해 “어떠한 집단도 소외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월 15일 영국발(發) 변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앞으로 몇 주간 미국에서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확산 속도가 빠른 변이 코로나바이러스 특성상 의료체계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보다 치명적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감염 속도가 두 배가량 빠른 게 문제다.

영국 공중보건국(PHE)은 변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성이 30-50%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냈지만, 전문가들은 그 수치를 최대 70%까지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백신은 초기 코로나19 구조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이에 과학자들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백신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COVID-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올해는 코로나 사태 종식의 첫걸음이다. 우리나라에서 백신 접종으로 인한 집단면역(集團免疫, Herd Immunity)이 생기면 해외발 코로나 환자 유입은 산발적으로 나올 수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은 제한적일 것이다.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에 성공하려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조기에 백신을 맞아야 한다. SW

pm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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