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중개사 '수고비' vs '직거래'…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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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동산 중개사 '수고비' vs '직거래'…당신의 선택은?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1.02.1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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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신도지 진건지구 내 밀집한 부동산. 사진=이보배 기자
다산신도지 진건지구 내 밀집한 부동산. 사진=이보배 기자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정부가 오는 6~7월 사이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을 내놓기로 한 가운데 집을 구하는 사람이 매물을 보고 계약하지 않더라도 중개사에게 '수고비'를 지급하는 권고안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까지는 강제성이 없는 권고안에 불과하다. 

지난 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주택 중개보수 요율체계 및 중개서비스 제도 개선 권고안'과 관련 찬반양론이 뜨겁다. 

지난 9일 권익위는 국토교통부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주택 중개보수 요율체계 및 중개서비스 제도 개선 방안'으로 △주택의 중개보수 요율체계 개선 △개업공인중개사의 법정 중개서비스 외 부가서비스 명문화 △중개거래 과정에서의 분쟁 발생 최소화 및 중개의뢰인 보호장치 강구 △주거 취약계층 중개보수지원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강화 등을 권고했다. 

최근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면서 중개보수도 동반 상승함에 따라 주택 중개수수료 관련 민원 및 제안이 최근 2년간 국민신문고에 3370건이 접수되는 등 이른바 '복비 갈등'으로 인한 분쟁과 민원이 크게 증가한데 따른 조치다. 

이 중에서도 중개사에 대한 '수고비' 명목 지급 근거를 마련하도록 한 부문과 관련 개업공인중개사와 소비자 사이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권익위는 "실제 거래계약까지 가지 못한 경우 중개물의 소개·알선 등에 들어가는 수고비를 받지 못해 왔다는 공인중개사들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됨에 따라 중개대상물에 대한 알선 횟수 등을 감안해 실비 보상 한도 내에서 중개·알선수수료 지급 근거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최종 거래계약이 성사됐을 경우 중개보수 외에 별도 중개·알선수수료는 지급하지 않도록 했다. 수고비는 교통비와 최저시급을 합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 강제성이 없다"면서 "시장에서 당장 수수료를 주고받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중개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중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내달 연구용역에 착수해 실태조사와 국민서비스 만족도조사 등을 거친 후 늦어도 7월 중으로 최종 개선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수고비'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수요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일부 수요자들은 "이제 쉽게 부동산 찾기 어려울 것 같다" "말이 최저시급이지 마음에 드는 집 못 찾으면 수고비만 계속 나가겠다" "물건 안 살거면 만지지도 마세요랑 뭐가 다른가 싶다"고 말했다. 

수요자들은 특히 '허위 매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이 수고비를 챙기기 위해 허위 매물을 늘릴 경우, 마음에 들지 않는 매물만 소개 받았음에도 수고비를 지급해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이번 권고가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네티즌들은 "집은 내가 보여주고 돈은 중개사가 받게 생겼다"고 꼬집었다. 

아직 권고안에 불과하다는 국토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굳이 한 마디 붙이자면, 권고안의 내용처럼 중개사 '수고비' 지급이 결정된다면 '직거래'로 발길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가의 중개수수료를 감안하면서도 중개사를 통해 집을 찾는 이유는 직거래의 수고스러움을 덜기 위함이다. 인터넷을 통해 사진으로만 본 매물과 실제 매물의 괴리감에서 오는 충격도 중개사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전문가적인 식견과 오래된 경험에서 오는 노하우, 내가 원하는 니즈를 파악해서 매물을 골라주는 '능력있는' 중개사에게 지급되는 최저시급 정도의 수고비가 아깝다는 게 아니다. 한 시간에 많게는 3개 매물까지 봤던 경험을 감안하면 시급제가 그리 비싸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중개사를 통했을 때도 실망스러운 매물을 본 경험과 중개사의 퉁명스러운 말투, 여기에 '수고비'까지 중첩된다면 기자부터 마땅히 '직거래'로 노선을 변경할 것이다.

지난 가을 전셋집을 알아볼 당시 "이 금액으론 그런 집 못 구해요" "매매보다 힘들게 하는 전세세입자는 처음"이라고 말했던 공인중개사의 눈빛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어쨌든 중개인을 통한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일이고, 그 관계에 믿음과 신뢰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결과는 감정의 소모로 끝나게 된다. 정말 제대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면 '수고비'는커녕 '중개료'도 아깝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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