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신축년 설날, 내년 설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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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신축년 설날, 내년 설을 기대하며...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1.02.1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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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원지를 묶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새해 소원지를 묶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지난 12일은 음력(陰曆) 정월 초하루, 설날이었다. ‘설’이란 새해의 첫머리란 뜻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명절다운 설날을 맞기가 어려웠다. 코로나 3차 유행으로 인한 정부의 방역지침으로 5인 이상 사적(私的) 모임이 금지되면서 설날에 온 가족이 모이기 어렵게 되어 이전과는 다른 설명절을 보내게 되었다. 필자도 설날 차례(茶禮)를 모시는 형님댁에 가지 못하고, 세배(歲拜)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설날의 세시풍속(歲時風俗)으로는 차례, 세배, 설빔, 덕담(德談), 복(福)조리 걸기, 윷놀이, 널뛰기, 연(鳶)날리기 등 다양하다. 차례는 설날 아침 일찍 대청마루나 큰방에서 제사를 지내는 풍속으로 조상님의 음덕(蔭德)을 기린다. 차례를 마친 뒤 조부모ㆍ부모님께 절을 하며,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한다. 

설날의 대표 음식인 떡국은 고대의 태양숭배 신앙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가친척과 친지를 만나면 덕담을 나누고, 가족끼리 모여 윷놀이를 한다.

올해는 신축년(辛丑年), 흰색에 해당하는 천간 ‘신(辛)’과 소에 해당하는 ‘축(丑)’이 만났으므로 ‘흰 소의 해’다. 소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가축(家畜) 중 하나이며, 기원전 6천년쯤 서남아시아와 인도에서 인간에 의해 길들여졌다. 우리나라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신라 눌지왕 22년(438년) 백성에게 소로 수레 끄는 법을 가르쳤으며, 지증왕 3년(502년)에는 논밭을 갈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다.

소(牛)는 인류의 오래된 동반자로서 우리 조상들은 소를 생구(生口)라고 불렀다. 우리말에 식구(食口)는 가족을 뜻하고, 생구는 한집에 사는 하인을 말한다. 이에 소는 사람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았다. 소는 농경(農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가축이며, 유사시에는 군(軍)에 동원될 만큼 국가적으로도 중요했다.

소는 농사와 풍년을 상징한다. 우리 조상들은 입춘(立春) 전후 흙으로 만든 소 인형인 토우(土牛)나 나무로 만든 목우(木牛)를 세워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고 풍년을 기원했다. 정월(正月) 초하루 새벽에 소가 울면 그해는 풍년이라 여겼고, 정월대보름에 찰밥ㆍ오곡밥ㆍ나물 등을 얹은 키를 소에게 내밀었을 때 소가 밥을 먼저 먹으면 풍년(豊年), 나물을 먼저 먹으면 흉년(凶年)이라 점쳤다.

소는 농경사회에서 논밭을 갈고 등에 무거운 짐을 지고 나르는 ‘일소’였으며, 논ㆍ밭과 함께 중요한 재산이었다. 이에 “소 팔아 자식 대학을 보냈다”는 말처럼 목돈을 마련하는 역할을 했다. 소는 살아서 온갖 힘든 일을 견디면서 하고, 죽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람에서 주었다. 심지어 소의 ‘코뚜레’를 개업이나 이사를 했을 때 출입문에 걸어 가계가 번창하길 기원하는 풍습도 있다. 오죽하면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고 했다.

서울대학교의 전신(前身) 중 하나인 수원고등농림학교는 1937년 수의축산학과(獸醫畜産學科)를 신설하고 부속 목장을 설치해 소를 사육했다. 중국이나 만주에서 유입되는 각종 가축전염병의 방역과 사육기술 및 질병 치료를 연구하여 전문 인력을 양성했다. 이는 1945년 광복 이후 일본인 학자와 축산기술자들이 떠나면서 발생한 학문적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생구(生口)라고 불리는 소가 소답게 사는 세상이라야 사람도 사람답게 살 수 있으므로 소도, 사육하는 농가도, 소고기를 먹는 소비자도 모두 행복해야 한다. 행복하고 건강한 소는 풀을 뜯어 먹고 맘껏 뛰놀 수 있어야 한다. 소는 풀(牧草, hay)을 먹어 소화하는데 최적화된 몸이므로 곡물 배합 사료나 볏짚을 먹으면 소화를 잘 하지 못한다.

소가 행복해지는 데 먹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건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다. 국내에서 사육하는 소들은 도축장(屠畜場)에 갈 때까지 바깥에 나와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소를 풀어놓는 방목형과 가둬 키우는 계류식의 장점을 살려서 축사(畜舍) 한 칸(가로ㆍ세로 8x8m)에 한우 5마리씩 키우고, 넓은 운동장이 있어 소들이 뛰어놀게 해야 ‘동물복지’에 합당하다.

이러한 사육 모델로 소를 사육하면 소가 건강해져 약을 덜 쓰고 수의사를 덜 불러도 되니 금전적으로 이익이 된다. 최근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목초만 먹여 생산한 소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차츰 늘고 있다. 이러한 소고기를 먹을 때 ‘고기는 씹는 맛’이란 말이 뭔지 알 듯하다고 한다.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배어나온다.

한우 수컷은 비육우(肥肉牛), 젖소 수컷은 육우(肉牛)라 불린다. 이름 그대로 ‘고깃소’인 까닭에 비육우는 30개월, 육우는 20개월이 지나 성체(成體)가 되면 도축한다. 한편 한우 암컷은 번식용으로, 젖소 암컷은 번식과 착유용으로 쓰이지만, 두어 번 새끼를 낳고 다섯 살이 넘으면 생산성이 떨어져 수컷과 마찬가지로 식용으로 도축되고 있다. 자연 생태에서 소의 평균수명은 20년이다.

소는 본래 초식동물이므로 풀을 뜯어 먹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고기와 우유를 획득하기 위해 사육되는 경제동물(經濟動物)인 까닭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풀과 농후사료(濃厚飼料)를 함께 먹인다. 농후사료와 풀의 양을 일정 비율 내에서 먹여야 한다. 농후사료의 양이 너무 많아지면 반추위(反芻胃, ruminant stomach)의 기능이 떨어져 여러 가지 질병이 발생한다. 

중국에서 소는 고초를 견디는 인고(忍苦)의 상징으로 왕조(王朝)의 전제적 통치하에 말없이 괴로움을 참아내던 많은 중국 농민들 심성에 소를 견주는 경우가 많다. 이에 욕됨을 참으며 제 할일을 끝내는 인욕(忍辱)의 대명사로 쓰일 때도 있다. 소의 심성으로 큰일을 이룬 중국인들도 적잖다. 예를 들면,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 월나라 구천, 생식기가 잘리는 형벌을 받았음에도 사기(史記)를 지은 사마천 등이 있다. 

‘소띠 해’에 태어난 사람들 중에 큰 공적을 남긴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종대왕(1397년)을 비롯해 원효대사(617), 고려시대 충신 정몽주(1337), 독립운동가 김좌진(1889) 장군, 재야 지도자 함석헌(1901) 등이 있다. 외국 지도자 중에는 오바마(1961년) 전 미국 대통령,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1769),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재자 히틀러(1889)도 소띠생이다.

1950년 북한의 6ㆍ25남침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며 인천상륙작전을 가능하게 했던 워커(1889) 미 육군 중장도 소띠다. 워커 장군이 없었다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6ㆍ25전쟁의 영웅이다. 그는 장병들에게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고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죽음으로써 (낙동강 전선을) 고수하라”는 소띠다운 명언을 남겼다. 월트 워커(Walter Walker) 장군을 기려 이름 지어진 워커힐(Walker Hill) 호텔이 서울에서 1963년 4월 개관했다.

세계적으로 문화계에 발자취를 남긴 대표적인 인물로 ‘음악의 아버지’ 바흐(1685), 바로크시대 화가 루벤스(1577), 인상주의 화가 고흐(1853)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풍속화의 대가 김홍도(1745), 한국미술품 최고가 경매 기록을 세운 화가 김환기(1913) 등이 있다. 문인 중에는 ‘상록수’를 집필한 소설가 심훈(1901), 시인 김규동(1925) 등이 있으며,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1757)와 작가 헤르만 헤세(1877)도 소띠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시(武漢市)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이 발생했을 때는 지난 2002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2012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이 단기간에 종식될 것으로 생각했으므로 이렇게 오래 지속될 줄은 몰랐다. 우리나라도 2020년 1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후 1차, 2차 유행을 거쳐 현재는 제3차 유행이다.

이번 설 연휴가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4차 대유행 여부를 좌우할 최대 고비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에 설 연휴를 잘 넘기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4차 대유행을 막을 수 있으며, 낙관적으로 보면 올 하반기에는 완전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생활이 가능해 질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을 1929년 미국 대공황(大恐慌, Great Depression) 당시와 비견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더욱 심각한 부분은 인간관계의 단절과 파괴로 “코로나 때문에 인간관계를 다 망쳤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코로나19로 인하여 인간관계가 멀어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 명절을 앞두고 경북 의성군(義城郡)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출향(出鄕) 군민들에게 “고향 방문을 자제하고, 대신 안부 영상 편지를 보내달라”는 공지 글을 올렸다. 연락처가 있는 자녀들에겐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이에 영상을 보내겠다고 대답한 사람이 1천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게다가 자녀가 보낸 영상 편지를 보고 어르신이 직접 통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설날 떡국은 한 그릇 먹으면 나이 한살을 보태주는 음식이다. 설 아침에 어르신들은 아이들에게 나이 대신 “떡국을 몇 그릇 먹었느냐”고 묻고, 아이들은 빨리 나이를 더 먹고 싶어 경쟁하듯 떡국을 먹곤 한다. 떡국에 넣는 재료는 지역마다 다르고 맛과 모양이 제각각인 떡국이지만 새해 복을 기원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꿩떡국’은 주로 임금님 수라상이나 귀족의 밥상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팬데믹(pandemic)이 하루 빨리 종식되어 내년 설에는 새해 축제와 같은 명절이 되어 온 가족이 차례를 모시고 성묘도 함께 하기를 바란다. 친척들이 반가운 얼굴을 맞대고 웃음꽃을 피우면서 무릎 모아 세배를 드리고 맛있는 떡국을 먹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내년 설날이 기다려진다. SW

pm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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