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일상] ⑬ 고교생 사교육비 되레 늘었다…"양극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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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꾼 일상] ⑬ 고교생 사교육비 되레 늘었다…"양극화 우려도"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1.03.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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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만 '비용·참여율·시간' 전부 늘어
학생 1인당 소득계층별 사교육비 5배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교육분야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니, 지난해 사교육비 지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인 가운데 대학입시가 가까운 고등학생의 경우 사정이 달라 눈길을 끈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한 학원들. 사진=임동현 기자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한 학원들. 사진=임동현 기자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지난해 사교육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종종 문을 닫아야 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된 탓인지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사교육비 통계를 살펴보면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8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10% 정도 줄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아이들 교육비만큼을 줄이지 않는 우리나라 교육열을 감안했을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초등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24% 가까이 줄었고, 사교육 참여율도 14%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국어나 수학 같은 일반교과는 그나마 덜한 편이지만 태권도나 미술 같은 예체능 관련 사교육비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대학입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고등학생의 경우는 달랐다.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했고, 사교육 참여율 역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것. 등교 수업으로 채우지 못한 학습을 사교육으로 채운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2020년 3~5월, 7~9월 6개월간의 초중고교생 사교육비를 조사해 발표한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약 9조3000억원으로 전년도 10조5000억원보다 11.8%포인트 줄었다. 

초중고교생의 평균 사교육 참여율도 74.3%에서 66.5%로 7.9%포인트 하락했고,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 역시 6.5시간에서 5.3시간으로 감소했다. 

다만 고등학생의 경우 월평균 사교육비는 38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2만3000원 증가했고, 사교육 참여율도 5.9%로 0.2%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학생 중 사교육에 참여한 고등학생만 추렸을 때 월평균 사교육비는 월 64만원으로 껑충 뛴다. 이는 전년 대비 3만2000원 증가한 수치다.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사진=통계청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사진=통계청

사교육을 받는 목적도 학교 수업 보충(85.6%)과 선행학습 요인(40.5%)을 선택한 비중이 전년 대비 각각 0.6%포인트, 0.3%포인트 높아져 내신과 입시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목별로는 영어·수학 지출이 높지만 수능에서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국어, 사회·과학 과목의 증가율이 더 커졌다. 사회·과학 과목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2만2000원, 국어는 9000원 늘어났다.

사교육 참여 고등학생의 과목별 사교육비는 △수학 32만4000원 △영어 28만원 △국어 23만7000원 △사회·과학 23만원으로 조사됐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 속에서 교과 학습에 대한 학부모들의 학업 불안이 고등학생의 사교육비 지출 증가에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런가 하면 가구의 소득수준이 높을 수록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19 학력 격차 현실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불거졌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큰 가구는 월 소득 최고 구간인 '800만원 이상'으로, 이 구간 가구에서는 한 달 평균 학생 1인당 50만40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했다. 반대로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적은 구간인 '200만원 미만' 가구에서는 9만90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한다고 답해 5.1배의 차이를 보였다. 

사교육 참여율 역시 800만원 이상 구간에서 80.1%로 가장 높았다. 이어 △700만원 이상∼800만원 미만(79.9%) △600만원 이상∼700만원 미만(74.2%)으로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참여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최저 구간인 '200만원 미만'에서는 39.9% 학생만 사교육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공교육이 잠시 주춤한 사이 소득에 따른 사교육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결국 학력 격차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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