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유산', 발굴 홍보 있는데 보전은 無?
상태바
'서울미래유산', 발굴 홍보 있는데 보전은 無?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3.15 16:41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OB베어 강제집행 위기, 영동스낵카 기증 문제 불거져
서울시 "미래 유산 알리는 취지, 문화재 아니다"
재산권 등 인정해 훼손 우려 존재, '자발적 보전' 한계
을지로 OB베어. 가게 벽에 '서울미래유산' 표식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을지로 OB베어. 가게 벽에 '서울미래유산' 표식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근현대 서울 시민의 모습이 담긴 문화유산의 멸실, 훼손을 막기 위해 서울시가 지난 2013년부터 실시한 '서울미래유산' 프로젝트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OB베어'가 용역들에 의해 강제 철거 위기에 놓였고 '푸드트럭의 조상'으로 불리는 영동스낵카가 1년 가까이 애물단지로 방치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서울시가 '미래유산'으로 정하기만 할 뿐, 보전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지난 10일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OB베어 앞에는 강제 집행을 하려는 용역들과 이들을 막으려는 대책위원회, 시민들이 몸싸움을 펼쳤다. 1980년에 문을 연 OB베어는 저렴한 가격의 생맥주와 노가리, 직접 제조한 고추장의 맛으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았고 이를 따라한 맥주집들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을지로를 '노가리 골목'으로 만든 대표적인 장소가 됐다. 서울시는 을지로 노가리 골목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고 OB베어에는 '미래문화유산' 로고가 걸려있다.

하지만 2018년, 건물주가 OB베어에 대해 임대계약 종료를 통보했고 임대계약 연장을 놓고 법정 소송을 벌였지만 OB베어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했고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 10일 두 번째 강제집행이 시도됐으나 시민들과 단골 손님들의 저항에 부딪히며 집행이 무산됐다. 

특히 임대계약 종료가 노가리 골목에서 분점을 계속 내고 있는 후속주자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을지로 골목의 원조이자 40년의 역사를 가진, 미래유산으로까지 제정된 맥주집이 문을 닫는 것에 대해 일반 시민들도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해놓고 정작 두 번이나 강제집행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을 두고 '서울시가 미래유산을 보존할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런가하면 지난 2월에는 2015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영동스낵카가 지난해 폐업 이후 1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영동스낵카는 1985년 고철 버스를 개조해 우동, 김밥 등을 판매하며 인기를 모았던 곳으로 이를 바탕으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고 지난해 4월 영업을 종료한 뒤 사장이 직접 스낵카를 복원해 서울시에 기증하려했지만 서울시가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금처럼 '전시공간 미비'를 이유로 기증받는 것을 거부한다면 서울 시민들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역사 속 스낵카가 폐차될 상황이 되는 것이다.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에 게시된 '서울미래유산 사업 원칙'을 살펴보면 "서울미래유산 보전 사업은 문화유산의 획일적 보전을 위한 규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개별적 특성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보전 방식을 제시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미래유산을 보전하기 위한 과정을 시민사회의 참여와 함께 고민하여 최적의 미래유산 보전 방식을 도출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홈페이지에는 "소유자의 동의를 바탕으로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되면 서울 미래유산의 가치를 서울시민에게 홍보한다. 비록 직접적인 지원혜택은 없지만 서울시의 홍보지원을 통해 미래유산의 인지도를 높일 수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의 서울미래유산 운영이 발굴과 홍보에 치중할 뿐, 보전에 대한 계획은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홈페이지에 있는 '자주묻는 질문'을 보면 "미래유산으로 선정되면 사유재산권을 제약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서울 미래유산은 문화재가 아닙니다. 따라서 아무런 제약사항이 발생하지 않습니다"라는 답이 있다. 이 때문에 이번 OB베어에 처한 상황에 대한 서울시의 답이 "문화재가 아니고 미래의 유산을 알리려는 의미이기에 법적으로 재산권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할 수 없다"였던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부터 '맞춤형 지원 사업'을 통해 개소 당 1500만원 이내의 수리비를 지원하고 일러스트 엽서, 리플릿, 설명 동판 등 다양한 홍보물을 제작,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래유산이 '문화재'가 아니기에 보전의 의무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자발적 보전 원칙'이 고수되고 재산권 사용이나 개발 등을 막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미래유산의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기는 하지만 서울 미래유산이 국가문화재나 법으로 지켜야하는 대상이 아니다보니 지원 근거가 약하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들과 언론에서 미래유산 보전 노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왔기에 소상공인 지원 등의 정책 모니터링 등을 하면서 개선 방법을 마련하도록 하겠다. 관리자들도 이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