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정직하면 바보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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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정직하면 바보되는 세상?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1.03.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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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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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주차장에서 이런 종이쪽지를 보신 적이 있나요? '제가 운전 부주의로 귀하의 차를 접촉해 흠집을 내고 말았습니다. 제게 전화 주시면 보상조치를 해드리겠습니다. 000-0000-0000' 그것도 CCTV가 없는 주차장에서 말이죠.

아마 이런 결과가 생기지 않았을까요. 약간의 스크라치 입은 차주 ‘햐아~ 참 정직한 사람이다. 큰 문제가 아니니 그냥 놔두자.’ 그런데 누군가가 남의 차에 상처를 입히고 말없이 도망친 경우라면 흠집 정도에 관계없이 끝까지 가해자를 찾아내 가만 두지 않았을 거라 봐집니다.

골프를 두고 지극히 신사적인 스포츠라 말하는 데는 선수가 곧 심판이기도 해서입니다. 잠깐만 입 다물면 그냥 넘어가는데, 제가 이러이러한 파울을 저질렀다고 털어놔 상금이 어마어마한 우승을 놓쳤다는 일화가 더러 있거든요.

입에서 아주 나오기 가장 힘든 말은 아마도 ‘내 잘못 털어놓기’일 겁니다. 그런데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니까요.

도덕을 중시 여긴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아버지. 그가 말을 타고 산길을 지날 때, 강도를 만났습니다. 숨긴 게 있으면 1개에 100대를 맞는다는 원칙에 따라 모든 걸 내줬습니다. 강도들이 그에게 몽땅 빼앗은 뒤 물었습니다. “숨긴 것 더 없어?” 칸트 부친 “없습니다.”

강도들은 그를 놓아주었는데, 길을 가던 칸트 아버지는 바지춤에 몰래 숨겨둔 금덩어리가 있음을 뒤늦게 발견했습니다.

이 ‘바보’는 강도들에게로 다시 갔습니다. “제가 큰 잘못을 했네요. 그러나 일부러 속이려 한 것은 아니니 용서해 주세요. 경황이 없어 숨긴 걸 몰랐어요. 이 금덩이마저 받으시죠. 바로 못 드려 죄송합니다.”

강도들 눈은 당구공만큼 커졌고 양심의 방망이는 대포소리 이상으로 쾅쾅거려 마침내 그들은 빼앗은 물건들을 모두 돌려주면서 그 앞에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고 합니다.

큰 도시 시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옛날 잘못’이 들추어지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설령 짐작을 해도 직접 본 일이 아니어서 함부로 말은 못합니다. 공격을 받은 후보는 강하게 항의할 뿐입니다. “전 그러지 않았습니다. 상대후보는 저를 허위사실로 비방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땅을 관리하는 공기업의 직원들이 비겁한 이익을 보려고 투기를 한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조사나 수사로 전모가 드러날 일인데요, 미리 ‘제가 나쁜 놈입니다. 죄송해요’라고 나서는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칸트 아버지를 턴 강도처럼 우리 국민들이 “오~ 그대는 정직하니, 그 땅을 가지시오!”라고 해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그도 국민도 바보가 아니라구요?! 그런 생각을 한 제가 바보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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