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각 있느냐" 여전한 '성차별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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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각 있느냐" 여전한 '성차별 면접'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3.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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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조건, 개인정보 묻는 면접 '신고해도 시정 안 돼'
30인 미만 사업장 적용 대상 제외 "기업들 법 존재 몰라"
"기업들 인식 스스로 바꿔야, 수집 자체가 차별행위"
현장 면접을 기다리는 여성 구직자. 사진=뉴시스
현장 면접을 기다리는 여성 구직자.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기업이 구직자에게 키, 체중 등 신체적 조건이나 결혼여부, 재산 등 채용과 관계없는 개인정보를 물을 경우 해당 기업에 과태료를 물리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직자들에게 이같은 개인정보를 묻는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성 구직자의 경우 용모에 관한 질문이나 '결혼할 것이냐' 등의 질문들을 계속 하고 있어 기업의 인식 개선과 더불어 문제의 기업에 대한 강한 제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 7월부터 시행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업이 구직자들에게 직무 수행과 관련없는 용모, 키, 체중, 출신 지역, 혼인 여부, 재산, 부모 및 형제 자매의 학력, 재산, 직업 등 개인 정보를 요구할 경우 1회 위반 시 300만원, 2회 위반 시 400만원, 3회 이상 위반 시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최근 한 제약사가 지난해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면접관이 여성 지원자에게 "여자는 군대에 안 가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동의하느냐"라는 질문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른바 '성차별 면접'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제약사는 사장 명의로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인사책임자에게 직책 해임 및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리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사과문을 논란의 빌미가 된 유튜브 방송의 댓글란에 올린 것을 두고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라는 여성계의 비판이 나왔고 관련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SNS와 여성 커뮤니티에는 성차별 면접을 경험한 여성들의 경험담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한 여성은 "결혼할 생각이 있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자 면접관이 '여자들은 결혼하고 애 낳으면 금방 회사를 관둬서 문제'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이는 낳을 생각이 없다'고 압하자 면접관은 '남자친구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느냐, 그래도 아이는 낳아야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고 전했다.

최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2019년 7월 이후 법률위반으로 신고된 559건 중 338건(60.5%)이 구직자들의 신체적 조건이나 개인정보를 요구한 건이었고 과태료가 부과된 177건 중 68.9%인 122건 역시 해당 조항을 위반한 건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년에 걸쳐 수사기관에 통보된 것은 한 건에 불과하고 시정명령은 10건에 그쳤다. 여기에 현행법은 30인 미만 사업장이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이 사업장에서 피해를 입어도 제재를 할 수 없다. 여기에 기업들이 여성을 채용하면서 여전히 외모를 먼저 보거나 결혼 여부를 먼저 살펴보는 등 여성 채용에 대한 구시대적 사고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 법률이 제정되어도 채용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자료와 제약사 논란을 통해 드러난 기업의 현 주소였던 것이다.

용혜인 의원실 관계자는 "일단 기업들이 법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이 큰 문제고 제재나 규제가 약하니 기업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법을 어기고 있다. 용모나 재산 등을 묻는다는 것은 그것을 유력한 채용의 근거로 삼겠다는 것이기에 차별을 염두에 두고 질문을 하는 것이다. 성별이나 계층, 인맥 등에 의한 고용차별의 시작이고 수집 자체가 차별행위"라면서 "기업들도 더 강한 제재를 받아야하고 대상을 전체 기업으로 확장해 기업들이 '여성을 차별하는 면접을 하면 불이익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성차별 면접 논란이 이슈가 되자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는 16일 모집, 서류전형. 면접, 선발 등 채용 단계별 준수사항을 담은 성평등 채용 안내서를 배포했다. 고용노동부는 또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한 집중 신고 및 점검 기간을 운영해 결혼여부 등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도 등을 기업이 요구하지 않도록 지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법률 제정, 강한 제재 이전에 기업이 스스로 여성 채용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성을 외모로 판단하고 채용하는 구시대적 마인드에 여전히 갇힌 상황에서는 제재도 법률도 결국 유명무실해질 것이기에 기업 자체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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